[BOOKS] 손기정은 어떻게 부산에서 베를린에 갔을까

이용익 2022. 7. 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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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철도 / 김지환 지음 / 책과함께 펴냄 / 1만5000원
일제 식민지로 살던 시절 조선에 생긴 큰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철도다. 오랜 시간 동아시아 역사와 철도를 연구해온 김지환 교수는 이 책에서 철도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의 근대사를 돌아보려는 시도에 나선다.

그에 따르면, 그리고 당시에 일어났던 일들을 살펴보면 철도에 대한 조선인의 태도는 양가적일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과거의 방식으로만 살아오던 이들을 효율적으로 바꾸고 시간 개념을 단번에 이해시켜준 문물이지만, 그와 동시에 일제가 한반도와 그 북쪽을 침략하기 위한 효과적인 통로이자 가장 커다란 침략과 수탈의 도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1876년 일본에 수신사로 가며 기차를 처음 탄 한국인으로 기록된 김기수는 "오사카에서 기차를 타고 고작 담배 한 대를 태운 사이에 도쿄에 도착하고 말았다"며 탄식을 참지 못한다. 한국에 철도가 깔린 뒤에도 충격을 받는 이들의 방식은 여러 가지다. 예컨대 마라토너 손기정이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 참가하는 과정은 어떤가. 부산에서 열차에 오른 뒤 압록강을 넘었고, 시베리아 철도를 탄 뒤 독일 베를린까지 갔다는 기록은 유라시아 철도가 그저 꿈일 뿐인 현대 한국인에게도 신기한 이야기로 들린다.

반대로 기차에 돌을 던지고 역을 습격한 기록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철도는 민중이 일제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가장 대표적인 공간이기도 했다. 우리는 하얼빈역에서 안중근이 어떤 일을 했는지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결국 우리의 생각은, 철도로 대표되는 문명은 그 사용 주체에 따라 크게 다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저자는 이 과정을 독립운동가들의 공판 속기록, 일본 순사들의 보고서, 현장 도면과 신문 기사 등 다채로운 자료를 통해 풀어내 독자에게 전한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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