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치마 입고 발 동동..종로 르메이에르 빌딩서 1000여명 대피 소동
소방당국, 전면통제 후 안전점검 진행
이상징후 없어..이달 추가 보완 예정
서울 종로구 도심 한복판의 지상 20층짜리 건물인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빌딩이 흔들려 한때 상인·주민 등 10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원인은 건물 옥상 대형 쿨링팬 파손으로 조사됐다. 사망자나 부상자는 없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1일 오전 10시25분쯤 빌딩 9층 등에서 건물이 흔들린다는 신고가 다수 접수됐다. 소방이 긴급탈출명령을 내려 오전 10시39분쯤 건물에 안내 방송이 나왔고 시민 1000여명이 대피했다. 소방과 경찰·구청 등은 노란색 폴리스라인을 둘러 건물을 통제한 뒤 안전점검을 했다. 소방 차량들이 건물 정면에 정차했고 경찰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인도 통행을 통제했다.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위치해 늘 유동인구로 북적이던 이 건물은 안전점검이 진행되는 동안 텅 비었다. 상인들이 급하게 대피하느라 건물에 입점한 가게들은 대부분 내부 전등과 간판을 켜둔 채였다. 건물을 둘러싼 폴리스라인 너머로 보이는 1층 수제비 가게 입구에는 미처 정리하지 못한 종이 박스와 손수레가 널브러져 있었다.
건물 일대는 급히 빠져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2007년 준공된 르메이에르 빌딩은 지상 20층에 지하 7층, 총 883세대(오피스텔 529세대·상가 354세대)가 입주한 대형 건물이다. 상인들은 앞치마 등 일하던 복장을 그대로 입고 건물 주변 상가나 벤치 등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1000여명의 대피자 대부분은 안내방송을 듣고 자력 대피했으나 소방은 건물을 돌며 미처 방송을 듣지 못한 4명이 대피할 수 있게 안내했다.
지하 1층 식당 상인 A씨는 발을 동동 굴렀다. 인근을 통제 중인 경찰관에게 ‘안전점검이 언제 끝나냐’고 질문하자 경찰관은 ‘정확한 시간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A씨는 주방에서 일하던 중 홀 직원이 안내방송을 전해 줘서 듣고 나왔다고 했다. 그는 “금방 돌아올 줄 알고 가스불만 잠그고 나왔다. 휴대폰도 못 가져온 사람도 많다”며 “우리도 불안하지만, 손님들도 불안해서 다시 올까 걱정된다”고 했다.
기르던 고양이와 함께 대피한 오피스텔 주민 B씨는 “많이 놀랐지”라며 고양이를 품에 안고 달래고 있었다. 집에서 입던 검은색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는 고양이 털로 범벅이 됐다. 그는 “잠깐 나갔다 오면 될 줄 알았는데 몇 시간째 이러고 있다”며 인근 동물병원으로 이동했다.
서울시와 종로구청 관계자들은 흔들림 신고 즉시 현장에 출동했으며, 구조기술사 3명이 사고 원인을 점검했다. 오후 1시30분쯤까지 진행된 점검 결과 옥상 대형 쿨링팬이 파손돼 떨어져서 건물이 흔들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건물 옥상에는 약 3m 높이의 냉각탑(쿨링팬이 들어있는 시설물) 13개가 있는데, A동 방향 옥상 9개 냉각탑 중 1개 탑에 있는 쿨링팬의 날개 1개(약 1m)이 부러져 떨어지면서 충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균형을 잃은 팬이 돌아가는 동안에도 진동이 발생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정했다. 냉각탑은 상가나 관공서 같은 큰 건물에 설치하는 에어컨 용도의 대형 시설로 주로 옥상에 설치된다.
소방 관계자는 “기술 전문가들과 현장을 검사한 결과 붕괴 우려가 있을 정도의 다른 이상징후는 없다”며 “철근 콘크리트는 진동에 민감한 구조인데 그런 점이 (건물 전체 흔들림에) 영향을 준 듯하다”고 했다.
안전점검 결과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입주자와 상가 방문객들은 건물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소방과 구청 등은 “옥상의 다른 냉각팬에 대한 조사 등 추가 보완조치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종로구청은 조만간 업체를 선정해 이달 중 정밀 안전진단에 나설 방침이다.
조해람·이성희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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