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을 구하라, 버려라'..프레임 싸움된 '이준석 윤리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성비위 의혹 징계절차가 여권 내부 권력 다툼의 결과물로 변질되고 있다. 이 대표 징계 여부는 곧 이 대표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힘싸움에서 누가 이겼는지의 성적표로 받아들여진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마음)이 어디를 향했느냐의 결과로도 인식된다. 당 윤리위원회가 프레임 싸움의 중심에 서면서, 이 대표가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더 커졌다. 윤리위 결정 이후에도 여권이 더 강한 폭풍우를 맞닥뜨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7일로 예정된 윤리위의 이 대표 관련 징계절차는 프레임 싸움의 중심에 있다.
첫번째 프레임은 ‘윤심이냐, 아니냐’다. 이 대표는 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을 마중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웃으며 악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윤 대통령 환송 때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중 행사에 이 대표가 모습을 드러낸 건 윤 대통령과의 연결 고리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걸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이날 JTBC <썰전 라이브>에 출연해 “(악수를 할 때)이번에 성과가 좋았던 것 같다고 했더니 (윤 대통령의)저 웃는 표정이 나온 것”이라며 “나토에서 얘기한 건 큰 의미라는 취지로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박성민 당대표 비서실장이 스스로 물러나면서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손절’했다는 평가가 나오자, 대응에 나선 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박성민 실장이 윤리위를 일주일 앞두고 그만둔 것은 결국에는 윤심이 윤리위에 영향을 준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심 쟁탈전’이 이 대표 징계 여부에 윤심이 영향을 미칠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썰전 라이브>에서 ‘박 비서실장 사의에 윤심이 깔려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해석 측면에서 대통령 의중을 살폈다(고 나오는)는 건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워낙 (대통령과의)가교역할을 잘 하셨던 분이라 해석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번째는 ‘윤리위는 이 대표와 윤핵관의 결투의 장’이란 프레임이다. 이 대표는 전날 박성민 실장이 사의를 표한 시점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뭐 복잡하게 생각하나. 모두 달리면 되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라고 적었다. 같은 날 기자들에게 글의 의미에 대해서 “아무리 정치적 사안이 발생해도 개혁의 동력은 이어나가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윤리위의 결정을 ‘정치적 사안’으로, 자신의 징계를 추진하려는 이들을 ‘반개혁 세력’으로 규정한 것이다. 윤리위 징계 결정이 내부 힘싸움, 개혁 세력 대 반개혁 세력의 싸움의 결과물로 보이도록 하는 발언이다. 이 대표가 윤리위의 결정을 힘싸움의 결과물로 인식하는 이상, 결과를 수용할 가능성도 매우 낮을 걸로 관측된다.
국민의힘 내부는 ‘이준석을 구해야 한다’, ‘버려야 한다’의 두 가지로 의견이 엇갈린다. 이 대표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이 대표의 징계 및 퇴출 절차가 여권을 더 큰 혼란으로 빠지게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는 누군가를 공격하는 데 특화된 능력을 가진 사람인데, 자신이 생각했을 때 억울하게 물러났다면 일주일 내내 방송에 나와서 공격을 할 수 있다”며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 차라리 대표 임기를 보장해주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12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흑화하지 않도록 만들어 달라”며 “진짜 저같이 여론 선동 잘하는 사람이 흑화해 가지고 그러고 다니면 어떻게 되는지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30세대 청년 남성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반면에 이 대표가 당내에 있으면 갈등이 이어지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이번 윤리위가 아니더라도 이 대표가 있는 이상 당내에서 윤핵관, 안철수 의원과의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더이상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기자와 만나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 혁신위원회 출범 등은 당 상황과 관계 없는 자기 정치의 일환이라고 본다”며 “이 대표 나름 열심히 했지만 대선, 지방선거 이긴 건 다 윤석열 대통령 덕분 아니냐”고 말했다.
박순봉·유설희·문광호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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