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박은빈, 이상한 캐릭터면 어때? 매력있으면 됐지!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김재동 객원기자] 지난 달 29일 첫 방영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 연출 유인식)가 방영 2회만에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회 0.9%의 시청률은 2회 1.8%로 두 배나 껑충 뛰었다.
드라마는 ‘대한민국 최초 자폐인 변호사’ 타이틀의 소유자 우영우(박은빈 분)의 로펌 생존기를 그리고 있다.
우영우는 사회적 분별과 상황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자폐스펙트럼을 지닌 법무법인 한바다의 신입 변호사다. 로스쿨 수석에 변호사 시험 1500점의 엄청난 스펙을 지녔다.
하지만 첫 출근길부터 난관에 직면한다. 회전문이 철벽처럼 버틴 채 그녀의 로펌 입성을 저지한다. 태어나서 본 책을 모두 외우는 우영우지만 회전문 하나는 너무도 간단히 그런 우영우를 밀어낸다.
건물의 안과 밖을 분리해 보온·보냉에 효과적이란 이점 외에는 휠체어도 통과 못하고, 아이들이 낄 수 있는 등 단점만 수두룩한 주제에 완강히 그녀의 진입을 거부한 것이다. 마치 그동안 우영우가 겪어왔을 배려없는 사회의 편견들처럼.
이때 그녀의 곤경을 구해준 것이 한바다의 송무팀 직원 이준오(강태오 분)다. 이준오의 도움으로 한바다에 입성한 우영우는 그녀를 시험하고자 하는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강기영 분)으로부터 치매 남편에 다리미를 휘두른 70대 여성의 변론을 배정받는다.
겉으로 보기에 살인미수로 기소한 검찰조차 집행유예로 선처할 의도가 분명한 사건이라서 변호인 우영우가 할 일은 별로 없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우영우는 정명석에게 “22톤 향고래가 500kg먹이를 먹고..” 운운하며 “알을 낳은 향고래의 몸무게는 얼마겠냐?”는 엉뚱한 질문을 던진다. 요지는 고래가 알을 낳지 않듯 형사법으로 접근한 사건의 전제가 잘못됐으므로 살인미수의 집행유예가 아니라 상해사건의 집행유예를 끌어내겠다고 장담한다.
우영우는 결국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막하출혈이 의뢰인의 다리미 가격 이전에 발생했다는 담당의의 소견을 끌어내며 승소한다.
우영우가 맡은 다음 사례는 벗겨진 웨딩드레스로 파혼 위기에 몰린 신부측을 대리한 손해배상 소송였다. 신부측 아버지는 호텔측이 제시한 적절한 위로금과 보상을 거부하고 10억원을 받겠다고 우긴다.
모두가 난감한 차에 우영우는 신랑측 조부로부터 결혼선물로 320억 상당의 도곡동 땅을 주겠다는 언약이 있었음을 캐치해 320억원 손배소로 판을 키운다. 아울러 사랑하는 동성 연인이 있어 도움을 요청하는 신부에게는 손배소를 취하할 방도를 알려주어 법정에서 소를 취하시킨다.
우영우의 이같은 기발한 발상은 한바다 로펌에게 상당한 수익과 위상제고를 안겨주며 본인의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편견을 희석시킨다.
드라마는 ‘장애’라는 약점을 지닌 사회적 약자의 석세스 스토리를 유쾌하게 그려냈다. 우영우를 연기한 박은빈은 예쁘게 그려지길 원하기 십상인 여자 연기자의 희망사항을 접고 자폐스펙트럼에 도전했다.
반향어(남의 말을 따라하는 행위) 등 사회적 의사소통 결여와 제한된 관심사 및 반복된 행동이라는 자폐의 특성을 잘 반영한 연기로 현실성을 담보하고 그녀만의 애교와 매력을 섞어 예쁘게까지 포장하는데 성공했다.
엄밀히 따지면 우영우는 확실히 이상하다. 드라마가 소개하는 우영우의 천재적 암기력은 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지닌 이들이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서번트증후군으로 설명된다. 자폐나 지적장애자 2000명중 1명꼴로, 여자보단 남자에게서 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또한 서번트증후군은 좌뇌의 능력이 떨어지고 우뇌의 기능이 탁월한 경우를 말하는데 우뇌는 자극자체의 세부사항에 집중하고 좌뇌는 세부사항을 개념으로 뭉뚱그리는 분석적·추상적 사고를 관장한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창조적 발상은 좌뇌의 영역인 것이다.
우리의 우영우는 자폐나 지적장애자 2000명중 1명에 해당되니 이상할만 한데다 우뇌의 탁월한 기억력에 재판에서 보여준 창조적 발상에 비춰 좌뇌까지 발군인 그야말로 이상한 케이스가 아닐 수 없다.
아무렴 어떤가. 드라마 속 우영우는 주인공답게 능력있고 매력있고 정감가게 귀엽다. 사람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안겨주고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러면 됐다.
자폐는 더 이상 보기 드문 장애가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70년대에는 1만명당 1명이었던 수치가 2004년엔 166명당 1명, 2018년엔 59명당 1명, 2020년엔 54명당 1명으로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도 유병률이 약 2%로 비슷하다.
이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는 헬스조선과의 인터뷰에서 3가지 추정 원인을 밝혔다. 첫째 사람들의 자폐스펙트럼장애와 관련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진단율이 높아졌고 둘째 전문가 수와 역량도 높아져 진단의 질이 좋아졌으며 마지막으로 식습관, 환경 호르몬 등 환경적 요인을 간과할 수 없다고 전했다.
유병율 100명 당 2명이면 더 이상 남 얘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감추고 싶고 외면하고 싶은 자폐스펙트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좀 더 친근하게 우리 모두의 문제로 조명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우영우’ 역 박은빈의 연기가 매력적이면 매력적일수록 그 가능성은 더 커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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