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태영호 "강제북송 어민 생사 유엔에 확인요청하고 인권문제 제기할것"
정의용 안보실장 단독결정 해명에
"호위무사로 사실은폐 시도 의혹"
흉악범 단정지을 만한 근거 없어
서해공무원 '월북'주장과 닮은꼴 국제안보질서 판짜는 나토회의 참석
지켜보는 北 달라진 국격 놀랐을 것
핵실험 미루는 데는 北 손익계산 있어
"법치 파괴의 극치이자 권한남용이라 생각한다.“
북한 외교관 출신으로 지난 2016년 망명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9일 인터뷰에서 최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함께 정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해 이렇게 규정했다. 서해 상에서 의문스럽게 북한에 피살된 국민에 대해서는 정확한 근거도 없이 '월북'으로 규정해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고 귀순한 탈북민에 대해서는 '흉악범'으로 단정해 최소한의 인도적 의무를 져버렸다는 게 문제 의식의 출발점이다.
그는 최근 국민의힘 국제위원장에 임명됐다. 태 의원은 "UN을 통해, 북송된 어민 2명의 생사확인을 공식 요청하고 비인도적 행위가 확인되면 남북 모두에 대한 인권문제 제기에 대한 법리 검토를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새롭게 국민의힘 국제위원장 맡았는데 어떤 각오인가.
▷최근 당 차원의 외교 활동은 거의 없어지고 각 의원이나 상임위 중심으로 돌아가는 추세다. 국제위원장직을 맡게 됐기에 다른 나라 정당들이나 국제기구, 주한대사 등을 만나 논의하는 자리를 늘리려 한다.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베트남과 중국 등 비민주주의 국가 쪽이다. 집권여당과의 연계를 추진해서 정당 외교를 해보려고 하고 있다.
▷이미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해 국내 인권재단 설립 관련 세미나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제일 중점을 두고 있는 사항은 국제연합(UN) 중심으로 해서 활동 폭을 넓혀보고자 하는 것이다. 매해 9월에 UN총회를 진행하기에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참석할 기회가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어떤 이유인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통령과 행정부의 통치범위를 법적으로 제한해놓고 있다. 강제북송 사건은 법치 파괴의 극치라고 생각한다. 다음달 15일에 법조계 인사들을 모셔서 강제 북송 사건을 법리적으로 규명해보려고 한다. 대한민국 영역에 와서 귀순 의사를 밝힐 경우 대한민국 국민으로 대해줘야 한다.
-민주당에서는 흉악범임을 주장하고 있다.
▷아무리 북한쪽 소식통을 통해 알아봐도 우리 정부 발표처럼 16명의 자기 동료들을 살해한 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알수 있는 바가 없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북송 권한이 있는 조직도 아니고, 흉악범이라고 판단해 북으로 보냈다고 하면 '무죄 추정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민주당은 방점을 흉악범에 찍고 있지만 저는 설사 흉악범이라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사법절차 거쳐야 했다는 입장이다. 법치파괴이자 직권남용이다.
-지나간 일이라 의미 없을 수 있지 않나.
▷국가가 개입한 범법행위라면 법과 원칙에 따라 바로 잡아야 한다. 이 사건을 똑바로 처리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에 큰 도움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직권남용의 초점은 청와대와 대통령 집무실에서 일어난다. 이번 사건을 잘 처리하는 것이 앞으로 윤석열 정부는 직권남용과 법치파괴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행정부 직권남용 막는데 대단히 의미있는 일로 작용할 것이다.
-정의용 실장은 대통령에게 보고 하지 않고 단독으로 했다고 주장한다.
▷자기 선에서 책임지려하는거 같다. 대통령 집무실 해당 자료 받지는 못했지만 엄중한 사건을 국가안보실장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대통령에 보고 안했다고 하고 '호위무사'로서 사실 은폐하고 하려고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
-국민의힘 국제위원장으로서 UN에 인권문제를 제기할 생각은 없나.
▷가장 중요한 건 UN 통해서 강제 북송된 두 사람의 생사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일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개입한 사건이기에 북한으로 이들이 가서 생명과 안전이 보장돼 있는지 혹은 처형됐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만약 북한정권에서 이들을 사형에 처해서 생명이 끊기는 불미스러운 사건 있었다면 남북 관계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 주민의 생명에 대해 가해를 가하고 유린한 첫 사례 될 것이다.
▷있다. 지금은 법리적으로 파악하는 단계다.
- 해수부 공무원 피격 사건 같은 경우에도 의문이 많다. 진실규명 핵심이 뭐라고 보나.
▷그 당시 국방부의 보고를 받았을때 청와대와 대통령이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국민이 표류돼서 북한군 총구 밑에 있었다. 자진월북 여부를 따지기 전에 국가 존재 이유는 국민들의 생명 보호다.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했다. 국방부가 당시 보고한 내용과 이에 청와대와 해경이 어떤 지시를 내렸고 국정원과 통일부에도 어떤 지시사항 내렸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북한 내 코로나19 문제는 요즘 어떤가.
▷북한의 코로나19 극복 방식이 우리나라완 전혀 다르다. 군사정변하는 것처럼 봉쇄령을 내리고 집행권을 군에 위임했다. 북한이 사망률을 0.002%라고 발표하는데 이는 왜곡된 수치다. 다만 북한이 어느정도 관리를 해가는 느낌은 있다. 아마 지금은 자연면역 비율이 70% 이상 되지 않았을까 싶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지금은 숨고르기하려는거 같다.
-북한에 백신을 인도적 차원서 지원하는 방안 여전히 유효한가.
▷당연하다. 사실 북한은 백신만 받아서는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인프라스트럭처가 취약한 나라다. 백신을 직접 북한에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부담이 있다면 세계보건기구(WHO) 등을 통해서 주는 방안이 있다. 다만 백신뿐 아니라 콜드체인이나 전기를 포함한 '그랜드헬스패키지'를 지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UN의 제재 항목에 포함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UN과 특례적 면제 받는 조치를 윤석열 정부에서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50일 남짓됐다. 일각선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 '자강론'에 남북관계 경색 우려를 하고 있다.
▷이렇게 되묻고 싶다. 문재인 정부가 굴종적인 대북정책을 했음에도 남북공동사무소가 폭파되고 우리 국민이 서해상에서 피살 당하는 일이 있었지만 정부는 무력했다. 북한이 함부로 도발을 못하고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우리가 예측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미사일을 발사하면 한미연합준비태세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줘서 '무기를 섣부르게 쓰다간 박살나겠구나'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
▷사실 그동안 미국이 유럽과 동북아 넘나들면서 외교 사항을 결정해왔다. 미국이 나토 정상회의에 가서 중요 사안을 결정하고 오고 그 오더에 따라 재편되는 국제질서를 우리가 따라가는 형태였다. 나토의 안보문제 토의하는 회의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초청받았단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탈냉전 이후 신냉전 다가오는 상황에서 결정하는 회의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것이기에 위신이 굉장히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보는 북한은 어떤 느낌을 받을 것으로 보나.
▷문재인 정권 시기에 북한은 한미동맹 관계에서 여러 불협화음들을 보면서 균열 낼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 들어와서 한미정상회담이 빠른시일 내에 열렸고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시키자는 것을 보면서 북한도 우리나라의 국격이 올라갔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북한 핵실험 준비 끝났는데 아직 움직임이 없다.
▷북한은 핵실험을 다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첫째로 자체 국방발전계획상 핵무기를 발전시켜서 비대칭무기를 완성한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또 흔들리고 있는 내부 민심 다잡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도 북한의 핵실험을 반대한다. 북한은 여태까지 중국으로부터 핵실험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냈다. 뭔가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고 지금은 쓰지 않는 계산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젊은층들은 통일 필요성에 대해 시큰둥하다. 북한의 젊은이들은.
▷북한의 2030세대는 통일 돼서 대한민국 청년들이 향유하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맛보고 싶어한다. 반면 우리 청년들은 반대로 복지 예산 다 북한으로 가지 않느냐 생각한다. 그러나 통일이라는건 우리나라 경제를 재도약시킬 어마어마하게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국가 존재를 유지하는데 가장 큰 위기가 저출산 문제다. 남북이 통일되면 쉽게 이런 문제 해결하며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당장 복지예산이 많이 나가는 것만 생각할게 아니라 경제성장 통해 복지예산 세수 더 쉽게 마련할 수 있단 점을 생각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은 여태껏 진보정권에서만 있어왔다. 보수정권에서 남북 정상회담 가능하겠나.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었지만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던 기회가 있었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목함지뢰 사건이 있었지만 기회가 있었다. 북한도 실리적으로 진보·보수 맛을 같이 봐야 한다. 나는 필요하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우크라이나를 다녀오는 등 정당외교를 진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향후 재편되는 국제질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만약 러시아의 승리로 끝난다면 대한민국과 서방진영이 힘들어질 것이다. 우리가 우크라이나 외면하면 서방진영에서 우리나라를 '우리가 남이가'라고 생각했는데 '남이네'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라크 파병을 국내에선 대단히 반대했지만 결국 파병키로 결정했다. 동맹국과의 관계에서 불필요한 오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지용 기자/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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