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바이오 열정이 만든 코로나19 백신.. 최태원·최창원이 K바이오시대 열었다

김명지 기자 2022. 7. 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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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문의 집념,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결실
최종현 선대회장, 1980년대 제약·바이오 진출
최창원의 SK바이오, 국제 사회 공조로 1호 백신
최태원의 SK바이오팜, 1호 블록버스터 기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18년 8월14일 서울 종로구 SK 서린사옥에서 열린 故 최종현 SK 회장 20주기 사진전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GBP 510)’ 개발에 성공하면서 SK그룹의 바이오 역량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그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때인 1980년대부터 제약·바이오산업에 진출하며 관심을 쏟아왔다.

하지만 이번에 스카이코비원 개발에 성공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SK케미칼에서 분사한 회사로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지휘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고(故) 최종건 창업 회장의 3남이다.

◇ 최종현 선대회장이 뿌린 바이오 씨앗, 4개 계열사로

SK그룹에는 크게 4개의 제약·바이오 계열사가 있다.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는 지주사 SK 아래에 있어 최태원 회장이 직접 이끌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플라즈마는 최창원 부회장이 지휘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8년 SK케미칼의 백신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SK바이오의 최대주주는 SK케미칼(지분율 68.4%)이고, SK케미칼의 최대주주는 SK디스커버리(지분율 34.8%)다. 최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 지분 40.18%를 가진 최대주주다.

애초에 최 부회장의 친형인 고(故) 최윤원 회장이 SK케미칼을 물려받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했다. 최창원 부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SK그룹의 다른 2세들이 에너지, 정보기술(IT) 등에 집중하던 것과 달리 케미칼을 중심으로 신규사업 개척에 주력했다.

(성남=뉴스1) 김영운 기자 =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27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에코허브에서 열린 SK바이오사이언스 글로벌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2.6.27/뉴스1

SK케미칼은 전통적인 신약 개발 명가로 통했다. 1999년 국산 ‘1호’ 합성신약으로 항암제 ‘선플라’를 개발했고, 지난 2001년 국산 ‘1호’ 천연물신약으로 골관절염치료제 ‘조인스’를, 2007년에는 국산 ‘13호’ 합성신약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를 개발했다.

하지만 엠빅스 이후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지난 2015년 혈액제제 전문기업으로 SK플라즈마를 분사했지만 지지부진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 2018년 분사했지만, 신약 개발보다는 백신 위탁생산(CMO)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 SK바이오팜 세노바메이트, 1호 글로벌 블록버스터 기대

이런 사이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를 내세워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에 나서기 시작했다. SK그룹은 2030년까지 제약·바이오 산업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성과는 나타났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신약 ‘세노바메이트’가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2020년 유럽의약품청(EMA)에 뇌전증 환자 부분발작 치료제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후보물질 발굴에서부터 임상, FDA 허가, 유통에 이르기까지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한 최초의 합성신약이었다.

이 약은 국내 최초 매출 1조원 이상 글로벌 블록버스터 가능성이 가장 큰 의약품으로도 꼽힌다. 이 약의 지난해 미국과 유럽 매출은 3899억원으로 지난해 SK바이오팜 전체 매출(4186억원)의 93.1%를 차지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을 내세운 SK팜테코는 미국과 프랑스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SK팜테코는 오는 2023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다고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스카이코비원은 이미 2000억원의 매출을 예약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3월 SK바이오사이언스와 1000만회 선(先)구매 계약을 맺었다.

◇ 최창원의 스카이코비원 성공 비결 “국제 사회 공조”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성공은 국제 사회 공조와 과감한 투자 없이 불가능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연구개발(R&D)에 총 1558억원을 쏟아부었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인 700억원을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CEPI등은 SK바이오사이언스에 약 2000억원 정도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비즈 그래픽팀

의료계에서는 전 세계 최고 품질의 면역증강제인 GSK의 AS03을 확보한 것이 백신 성공의 주요 요인으로 본다. 면역증강제는 백신 성능을 좌우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GSK가 SK바이오사이언스에 AS03을 제공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CEPI 등 국제사회가 강하게 요구해서 받아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EPI 등 국제사회가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성공을 위해 물밑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CEPI는 저렴하면서 신뢰할 만한 백신을 개발해 줄 기업으로 한국의 SK바이오사이언스만한 곳이 없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인도와 중국은 제약·바이오 역량은 있지만,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외부 활동을 꺼리는 최창원 부회장도 CEPI 등 글로벌 인사들과는 활발히 접촉해 왔다.

운도 맞아 떨어졌다. 한국의 감염병 백신 개발 성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 녹십자가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최근 5년여 사이 녹십자의 주요 백신 연구개발인력 90여명 가운데 70여명이 SK바이오사이언스로 이직해 이번 성공을 주도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 내에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비슷한 듯하지만 서로 집중하는 분야가 각자 다르다”라며 “그룹 안에서 경쟁을 하면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한 데 따라 최 부회장이 거느린 또 다른 제약·바이오 계열사인 SK플라즈마의 상장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해 3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해당 자금을 연구개발과 위탁생산시설 증설에 활용했다. SK플라즈마는 2015년 3월 SK케미칼에서 분사했으며, 현재 희귀 난치성질환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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