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비극에 섣부르게 '동반자살' 언급..비난 쏟아지는 박지현 SNS

김동환 2022. 7. 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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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SNS에서 "생활고 비관한 가족의 동반자살 한두 번이 아냐" 적어
박은수 전 민주당 부대변인 "'동반자살' 프레임으로 다루는 유일한 정치인"
교사노동조합연맹 "'아이는 소유물이 아니다' 인식 확대 필요, '아동 살해 후 자살'로 봐야"
박지현 SNS에도 달린 댓글.."동반자살이라는 말 쓰지 마시길 바란다"
경찰, '체내 플랑크톤 검사'로 사망 시점 확인할 계획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 뉴스1
 
조유나(10)양 일가족 실종·사망 사건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과정에서 나온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어휘 선택이 도리어 그를 곤란한 상황으로 몰아넣는 분위기다.

앞서 박 전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민생과 협치로 더 이상의 비극을 막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열 살 아이는 부모의 손에 이끌려 죽음을 맞았다”고 적었다. 이어 “부모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아이는 무수한 꿈을 펼칠 날들을 잃었다. 참으로 비통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박 전 위원장이 “대한민국은 지난 17년 동안 OECD 자살률 1위 국가”라며 “생활고를 비관한 가족의 동반자살도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쓰면서 불거졌다. 참혹한 비극의 반복을 막자는 취지에서 쓴 표현으로 보이지만, 경찰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박 전 위원장이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으로 먼저 해당 사건을 규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박은수 전 민주당 부대변인은 SNS에서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스스로가 판사라고 생각하는 듯하다”며, “그 책임을 민주당에 따져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수사 결과가 ‘비속 살해 후 부모의 동반자살’이었다고 결론이 난다면 이는 국민, 사회, 국가에 모든 책임이 있는 문제일 것”이라며 “이 사건을 ‘동반자살’이라는 프레임에서 다루는 정치인도 그가 유일하다”고 날을 세웠다. 박 전 부대변인처럼 일부에서 제기되는 ‘비속 살해’ 주장은 자녀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보지 않고 부모의 선택을 ‘일방적’으로 강요했다는 이유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비슷한 맥락에서 “사회 안전망 구축, 부모교육 확대 등 ‘아이는 소유물이 아니다’라는 사회적 인식의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성명에서 밝혔다. 연맹은 “지속해서 ‘동반자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보이나 해당 사건은 ‘아동 살해 후 자살’이라고 봐야 한다”며 “다른 범죄들과 달리 비속 살해 처벌이 가벼운 것 역시 큰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해서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박 전 위원장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같은 글에서 한 누리꾼은 “동반자살이라는 말 쓰지 마시길 바란다”며 참지 못한 듯한 반응을 남겼다. 해당 누리꾼 생각에 동의하듯 이 댓글에는 ‘좋아요’ 63개가 달렸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의 일부. 박지현 전 위원장 페이스북 캡처
 
법조계에 따르면 실제로 자녀를 살해하거나 미수에 그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살아남은 부모가 살인죄나 살인미수죄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이 떨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2020년 집에서 아들을 데리고 극단적 선택을 하다 실패하자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돼 그대로 확정됐고, 같은 해 아내와 함께 온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했다가 홀로 살아남은 B씨는 이 일로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12세 아들이 숨지면서 존속살해와 살인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특히 B씨의 재판을 심리한 재판부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며 가족을 살해하는 이른바 ‘가족동반자살’ 기도는 가족을 별개의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다”며 “우리 사회에서 유사한 사건이 반복하지 않게 엄중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1차 부검에서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지 못한 경찰은 체내 플랑크톤 검사를 통해 이들의 사망 시점이 물에 빠지기 전인지 후인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 불명’ 구두 소견을 내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익사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시신이 오랜 기간 물속에 잠겨 있었던 탓에 명확한 사인을 밝혀낼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상이나 질병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체내 플랑크톤 검사를 하면 사망자가 물에 빠지기 전에 숨졌는지, 물에 빠진 다음 숨졌는지 알 수 있다. 종합검사 결과는 약 한 달 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 외에 바다에서 인양한 조씨의 차량에서 블랙박스와 휴대전화를 확보하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디지털 포렌식센터에 분석을 의뢰했다. 조씨의 차량을 국과수에 보내 추락사고 등에 대해서도 확인할 계획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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