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집 마련용' 인기 끌던 적격대출..찾는 발길 '뚝'

노명현 입력 2022. 7. 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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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우리은행 2분기 판매 한도 남겨
주택시장 위축 여파..금리도 오를듯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용 '주거 사다리' 상품의 대표로 꼽혔던 적격대출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올 초만 해도 판매 시작과 함께 대출 한도가 소진돼 인기를 실감했지만 2분기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수요자들의 외면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주택 매수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이 빨라지고 있어 적격대출 금리 역시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

적격대출 '남았다' 

적격대출은 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서민들의 내 집 마련과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위해 만든 장기 고정금리 대출이다. 

특히 적격대출은 주요 정책금융 상품 중에서도 가장 요건이 느슨해 수요가 많았다. 디딤돌대출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주택규모(전용 85㎡ 이하)와 주택가격(5억원 이하), 합산소득(6000만원, 신혼부부 6000만~7000만원 이하) 등 기준이 까다롭고 보금자리론 역시 주택가격(6억원 이하) 등 대출 요건을 갖춰야 한다.

반면 적격대출은 주택가격 9억원 이하면 받을 수 있고 주택규모와 소득에는 제한이 없다. 만기는 10~40년이다. 오는 8월부터는 보금자리론과 함께 적격대출 만기도 최장 50년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지원 문턱은 낮지만 정책금융 상품인 만큼 금리는 시중은행 대출 상품보다 매력적이다. 적격대출은 주금공이 판매를 원하는 은행에 분기마다 한도를 배분하고, 판매된 대출 상품의 채권을 주금공이 매입하는 구조다. 은행들은 주금공이 매입하는 채권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적격대출 최종 금리를 정한다.

은행들의 가산금리도 거의 동일해 은행마다 금리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 일반 주택담보대출 상품보다 금리가 낮다. 그래서 무주택자가 집을 살 때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보다 먼저 고려 대상이 됐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이런 이유로 부동산 시장 열기가 뜨거웠던 최근 몇 년간 적격대출을 활용한 내 집 마련이 활발했다. 주금공에 따르면 2020년 적격대출 공급액은 4조2874억원, 지난해에는 4조4688억원으로 4.2% 늘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 1분기까지 이어졌다. 1분기 적격대출 금리는 연 3%대 고정으로 제공됐다. 이에 다수의 수요자들이 몰리며 하나은행 등 배정받은 적격대출 한도가 모두 소진됐다.

하지만 2분기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세계적인 고물가와 주요국의 통화긴축 강화에 더해 우리나라 역시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우리은행은 2분기 900억원가량의 적격대출 상품을 판매해 한도(1000억원)에 조금 미치지 못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배정받은 한도의 40% 수준을 판매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 초만 해도 적격대출 상품 인기가 높아 한도액을 모두 판매할 수 있었지만 2분기 들어 분위기가 확 바뀐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리 오르고 주택 매수심리 얼어

주금공은 MBS(주택저당증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통해 적격대출과 보금자리론 등 정책 금융상품을 다룬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주금공의 자금조달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주금공은 이날(7월1일)부터 판매하는 보금자리론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다. 보금자리론 금리 기준인 국고채 5년물 금리가 급등해 상당한 수준의 금리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주금공 입장이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경기도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MBS 발행 금리가 높아지는 원인이 되고, 주금공의 자금조달 부담은 그 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향후 적격대출 상품 금리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매입 심리도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적격대출의 판매 부진을 예상하게 하는 배경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전국 기준 6월 매수우위지수는 40.1로 전달보다 6.5포인트 하락했다. 매수우위지수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많다는 것으로, 올 들어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낙폭 기울기도 커지는 상황이다. 주택시장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올해 적격대출 공급 금액은 전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 올 4월까지 공급된 적격대출 금액은 7022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공급액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집을 사려는 수요가 있어야 일반 주담대든 적격대출이든 대출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데, 지금은 대출 수요 자체가 급감한 상황"이라며 "적격대출 역시 금리 부담이 커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용하려는 금융 소비자가 전보다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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