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에 토미 존 수술..하지만 류현진이기에 "재기 가능할 것"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2022. 7. 1. 15: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 "내년에도 복귀 못 할 수 있어" 비관적 전망
"1년 이상 쉬는 어깨 덕에 오히려 기회" 반대 의견도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토미 존 수술. 척골측부인대재건술(UCL)로, 야구에서는 비교적 흔한 수술이다. 한때는 이 수술을 받기 위해 유명 정형외과에 아마추어 선수들이 줄을 서서 반년 이상 기다린다는 말까지 있었다. 그만큼 일반적이다. 추신수(SSG 랜더스)도, 오승환(삼성 라이온즈)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도류(일본 검술에서 양손을 다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의 길을 가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또한 마찬가지다. LG 트윈스에서 은퇴한 이동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세 차례나 했다. 그리고,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6월18일 생애 두 번째로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그의 수술을 놓고 여론은 둘로 나뉜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AP 연합

3차례 수술대 올랐던 류현진, 성공적으로 재기

《야구란 무엇인가》(저자 레너드 코페트)에서는 피칭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투구는 인체 구조상 매우 부자연스러운 동작이다. 팔은 어깨에서 밑으로 매달려 흔들거리고 팔꿈치는 안으로 굽는 게 어디까지나 자연스러운 것인데, 피칭은 그 반대 방향으로 많은 운동량을 부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피칭은 근육과 인대, 관절, 심지어 특정 부위의 뼈에까지 엄청난 부담을 주는 행위다." 

부자연스러운 행동의 결집체인 피칭은 결국 신체 마모를 낳는다. 공을 던지면 던질수록 팔꿈치 인대가 헐고 닳는다. 일명 '분필이론'이다. 1974년 이전에는 인대가 찢어지면 선수 생명이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1974년 프랭크 조브 박사와 토미 존이 판을 바꿔놨다. 조브 박사는 토미 존의 손상된 인대를 반대편 다른 팔의 건강한 인대로 바꾸는 일명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처음 시도했다. 100분의 1 성공 확률에 모험을 걸었고,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수술 당시 31세이던 토미 존은 이후 18개월의 재활을 거쳐 1976년 마운드에 다시 섰고, 46세까지 14시즌 동안 164승을 더 올렸다. 수술 전에 그는 12시즌 동안 124승을 거두고 있었다. UCL을 '토미 존 서저리'로 부르는 이유다. 토미 존 수술을 받은 선수 중에는 매트 카펜터, 추신수 등 야수들도 있으나 주로 투수들이 많이 받는다. 존 스몰츠, 제이컵 디그롬, 애덤 웨인라이트, 데이비드 웰스 등도 그들 중 한 명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토미 존 이후 지금껏 2100명이 넘는 선수가 UCL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2000년에 이르러서는 한 해 평균 16명의 메이저리그 투수가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는 통계도 있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토미 존 수술 뒤 완치 확률은 85.90%. 평균 재활 기간은 야수의 경우 6개월, 투수의 경우는 12.15개월이 소요된다.

류현진은 그동안 세 차례 수술대에 올랐다. 인천 동산고 2학년 시절에 처음 팔꿈치에 칼을 댔다. 당시 인천 연고 구단인 SK 와이번스(현 SSG)가 인천 팜이었던 류현진을 거르고 이재원을 1차 지명한 데는 토미 존 수술에 따른 미래 불확실성 때문도 있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2006년 한화 이글스에서 데뷔해 투수 3관왕(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1위)을 차지하며 프로야구 출범 최초로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휩쓸었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2015년 5월에는 왼쪽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았다. 이 수술로 2015년을 통째로 쉬었다. 이듬해(2016년)에도 한 경기만 선발 등판했고, 9월에 왼쪽 팔꿈치 괴사 조직을 제거하기 위해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MLB 데뷔 두 시즌 연속 14승을 올리면서 승승장구했던 류현진의 몸 상태에 물음표가 달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어깨 수술 뒤 복귀해 사이영상 후보 오르기도

하지만 류현진은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2017년 재기(5승9패 평균자책점 3.77)했고, 2019년에는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의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에 올랐다.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4년 8000만 달러(약 1033억원)에 류현진을 영입한 배경이다. 그러나 토론토와의 계약 3년 차에 류현진은 다시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토미 존 수술은 비교적 간단하다. 수술 시간도 1~2시간으로 짧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재활에는 기본적으로 평균 12개월 이상(투수 기준)이 소요된다. 나이가 많을수록 재활기간은 길어진다. 류현진의 지금 나이(만 35세)를 고려하면 내년 후반기에나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토론토와의 계약기간은 내년까지다.

18년 만에 토미 존 수술을 다시 받은 류현진을 향한 시선은 갈린다. 미국 스포팅뉴스는 "류현진이 토미 존 수술로 내년 시즌까지 뛰지 못하면, 대다수 메이저리그 팀들은 그와 계약을 꺼릴 것"이라면서 "대다수 팀은 위험요소를 안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나다 매체 CBC 등도 류현진이 2023년 복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그의 나이 때문이다. 

하지만 류현진을 곁에서 지켜봤던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2020년 한 해 동안 전담 코치로 류현진과 동행했던 김병곤 스포츠의학 박사는 최근 한겨레신문과의 통화에서 "토미 존 수술의 경우 재활 성공 확률이 꽤 높다"면서 "류현진의 경우 투구폼이 유연하고 부드러워서 더 괜찮을 것 같다. 다만 나이가 있기 때문에 회복 속도만 조금 더딜 것"이라고 했다.

 이동현 해설위원 또한 "류현진은 무조건 된다"면서 "1년 이상 어깨를 쉬게 해주기 때문에 팔꿈치 재활에 성공하면 오히려 그 이전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류현진의 재활 성공을 장담하는 이유에 대해 "(2015년) 어깨 수술 뒤 재활하는 모습을 곁에서 봤는데 류현진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몸을 혹사시키면서 주변 근육을 만들어갔다. 새 인대가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꽤 필요한데 류현진은 그 시간을 혹독한 훈련으로 채웠다"고 했다.

류현진으로서는 저스틴 벌랜더(39·휴스턴 애스트로스)가 모범답안일 수 있다.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두 차례 수상한 벌랜더는 2020년 9월 37세에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재활로 2021 시즌을 건너뛴 그는 올 시즌 복귀해 승승장구(6월28일 현재 9승3패 평균자책점 2.22)하고 있다. 임창용 또한 만 36세에 두 번째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재기했으며, 류택현은 39세에 팔꿈치에 칼을 대 재활 뒤 90경기에 더 등판했다. 존 스몰츠의 경우는 33세이던 2000년 3월 수술을 받은 뒤 2001년 5월 복귀해 150세이브를 올리는 등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으며 이후 팔꿈치 수술을 한 선수로는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보통 토미 존 수술 뒤 속구 구속이 시속 3~5km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수술 자체 때문이 아니라 재활 과정에서 자세가 교정돼 늘어나는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수술 자체가 아니라 재활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류현진은 투수로서는 사망 판정과도 같은 어깨 부상에도 수술 뒤 마운드로 돌아와 사이영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이 통산 네 번째 수술에도 그의 재기를 믿는 이유다.  

Copyright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