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참여자도, 대조 백신도 구하기 어려웠던 국산 코로나 백신 임상, 험난했죠"
이달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국산 백신 1호 ‘스카이코비원멀티주(GBP510)’가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모두 보유한 나라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다.
토종 백신을 확보하면서 국민의 백신 선택권이 한층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가 풍토병(엔데믹)이 되면서 백신 확보와 수급에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어졌다. 무엇보다도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백신 개발 역량을 입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스카이코비원은 합성항원 플랫폼 기반 백신이다. 기존 백신 중에는 노바백스 백신과 같다. 2021년 12월 31일 임상 1·2상, 2021년 8월 21일 임상 3상을 거쳐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같은 날 오유경 식약처장은 스카이코비원 품목허가 브리핑에서 "앞서 실시된 두 차례의 전문가 자문과 식약처 심사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스카이코비원멀티주에 대해 품목허가가 타당한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스카이코비원의 탄생 과정에는 여러 사람의 용기와 헌신이 뒷받침이 됐다. 임상은 18세 이상 성인 중 코로나19 백신 초기접종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1·2상에선 국내 14개 의료기관 580명 이상 피험자가 참여해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3상은 국내 93명을 포함해 태국과 필리핀 등 총 국내외 6개국에서 4037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1상부터 3상까지 진행된 스카이코비원의 모든 국내 임상에 참여한 정동식 동아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0일 전화 인터뷰에서 “임상시험에 참여한 많은 연구자들과 참여자들의 노력과 열정이 결실을 맺어 감개 무량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정 교수는 “백신이 개발되려면 보통 8~9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스카이코비원은 그 절반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개발을 마쳤다”며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정부와 산업계 그리고 연구자들이 합심해 여러 난관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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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절반이 접종자, 피험자 확보 난항 속 해결책
정 교수팀이 참여한 임상 3상이 시작된 2021년 8월, 당시 한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수는 2000만명을 막 넘긴 시점이었다. 국민 절반이 이미 임상시험의 참여자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백신 부작용과 교차접종에 대한 안전성 논란도 불거졌다. 아직 개발 중인 백신을 선뜻 맞겠다고 나서는 지원자도 없었다.
정 교수는 “임상시험 참가자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3상에 돌입하기 전 미리 시험에 참여할 사람을 파악해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연구진은 물론 개발을 주도한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특히 보건당국이 큰 힘을 보태줬다”고 전했다.
시험에 참여할 사람을 확보하기 위해 보건당국이 꺼내든 카드는 ‘방역패스’였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면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증명서를 발급해주기로 한 것이다. 정 교수는 “정부가 피험자들의 백신접종 증명을 보증하겠다고 나선 이후로 모집이 한결 수월해졌고, 실제로 목표인원이었던 93명을 넘은 피험자가 모였다”며 “피험자 모집을 위한 유인책을 마련한 것 외에도 모집단계에서부터 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말했다.
○ 대조백신 제공에 난색 표한 외자사…청와대·SK바사 지원 나서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인하기 위해 대조군으로 사용할 백신을 구하는 것도 문제였다. 자체 백신을 보유하고 있던 외국계 제약사들은 경쟁상대가 될 새로운 백신 개발에 협조적이지 않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제약사들을 상대로 수 차례 대조백신 공급을 요구했지만 상황은 지지부진했다.
그러자 정부가 나섰다. 대조군으로 사용할 백신 수급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AZ)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서신을 보낸 것이다. 서신이 보낸지 두 달 뒤 SK바이오사이언스와 AZ는 대조백신 공급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정 교수는 “당시 코로나19 대조백신을 구하기가 대단히 힘든 상황이었는데 정부와 SK바이오사이언스 공조를 통해 무사히 확보했다”며 “임상시험 준비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빠르게 임상에 착수하고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감염여부 아닌 ‘면역원성 비교’ 통해 윤리적 문제 해결
순조로울 것 같았던 임상시험 과정에서 뜻밖의 난관에 봉착했다. 백신의 효과를 확인하는 방법은 개발 중인 백신과 가짜약(위약)을 투여해 경과를 비교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던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을 감수하면서 위약군을 설정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 소지가 있었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연구자들은 획기적인 방안을 찾았다. 위약을 투여한 집단을 두는 대신 개발 백신과 대조 백신 간의 면역원성 지표를 비교하기로 한 것이다. 면역원성이란 물질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정도를 뜻한다. 정 교수는 “면역원성을 대조하는 방식은 윤리적일 뿐만 아니라 필요한 피험자수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임상 3상의 총책임자였던 정희진 고대구로병원장이 새로운 디자인을 고안하는 작업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자들이 고안한 면역원성 비교임상방식은 올해 3월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에 반영되며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정 교수는 “스카이코비원을 개발하며 과정을 거치며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는 우리나라 백신개발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며 “이번에 개발된 합성항원 플랫폼 기반 백신 외에도 mRNA 플랫폼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백신 개발 시도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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