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너마저" 수출 증가율 '뚝 뚝'..경기 활력 이끈 수출, 하반기에는 '빨간불'
3개월째 내리막 걷는 최대 비중 반도체 수출 둔화 영향 커
車·디스플레이·선박·이차전지 등 9개 주력 품목 수출 감소
"수출 기업 채산성 크게 악화..반도체 등 경쟁력 지원 필요"
우리나라 교역의 중심축인 반도체 수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달까지 14개월 연속 100억달러 넘는 수출액을 기록하고 또 역대 6월 수출 가운데 최고 실적도 냈지만,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최근 3개월 연속 둔화 흐름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작년 6월 34%에 이르렀던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1년 만에 10.7%로 3분의 1토막 났다.
하반기 수출 경기 전망이 상반기보다 어둡다는 점에서 지금의 반도체 성과에 취해 있으면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풍전등화의 상황은 디스플레이·자동차·선박·이차전지 등 다른 주요 수출 품목도 마찬가지다. 주요 수출 품목 15개 가운데 60%인 9개의 수출 증가율이 지난달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올해 무역수지 적자 심화의 주된 요인은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액 급증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고유가 등의 대외 악재가 누그러지면 무역 적자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그 전제는 한국이 세계 정상 수준의 수출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등의 핵심 업종을 중심으로 정부가 전폭적인 투자와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 최대 비중 반도체 수출 증가율 석 달째 내리막길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6월 및 상반기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은 577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4% 증가했다. 이로써 작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15개월 연속 유지해온 두 자릿수 수출 증가율은 16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산업부는 6월 수출 증가세 둔화의 배경을 조업일수(2일) 감소, 화물연대 파업 등 외부 변수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품목별 동향을 보면 수출 자체에서도 우려스러운 부분이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대표 산업인 반도체의 최근 수출 동향에서 적신호가 감지된다. 반도체는 올해 상반기에 690억2000만달러의 수출액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20.8% 늘어난 수치이자 역대 상반기 가운데 1위 실적이다.
문제는 수출 증가율이 갈수록 크게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반도체 수출 증가율을 보면 3월 37.9%에서 4월 16.0%로 뚝 떨어진 뒤 5월(14.9%)과 6월(10.7%)에도 내리막길을 걷는다. 석 달 연속 둔화로, 조업일수나 파업과는 무관한 흐름이다.
디스플레이 수출 증가율도 마찬가지다. 3월 48.4%에서 4월 21.8%로 반 토막 난 뒤 5월에 0.1%로 한 차례 더 주저앉았다. 6월에는 아예 -5.9%로 역성장했다. 디스플레이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출 증가율 역시 3월 71.7%에서 4월 41.1%, 5월 3.8%, 6월 -1.1% 등으로 3개월 연속 둔화 추세를 지속했다.
상반기 마지막 달을 마이너스로 끝낸 주요 수출 품목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일반기계 수출 증가율은 5월 3.1%에서 지난달 -11.7%로 고꾸라졌고, 같은 기간 자동차는 18.9%에서 -2.7%로 추락했다. 자동차 부품도 7.6%에서 -3.8%로 떨어졌다. 선박·섬유·이차전지·가전 등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달 주요 수출 품목 15개 중 9개가 마이너스 증가율에 허덕였다.
그런데도 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5.4% 늘어난 건 절대적 비중(21.4%)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어쨌든 10.7%의 증가율을 해냈고, 고유가 덕에 가격 상승 호재를 만난 석유제품이 81.7%의 성장세를 보이며 반도체에 이어 수출 2위(금액 기준)에 올랐기 때문이다.
◇ 하반기 수출 둔화 더 심해…올해 무역적자 130억달러 넘을 듯
한국을 둘러싼 수출 여건은 하반기에 더 어둡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국제사회의 러시아 경제 제재,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가 수출 경기를 강하게 짓누르고 있어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달 22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3547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수출은 15.6% 늘었는데, 하반기에는 증가율이 4분의 1토막 날 것이란 관측이다.
홍지상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의 수출 호조는 하반기부터 두드러졌기 때문에 그 기저효과로 올해 하반기 수출 성장 폭은 둔화할 수밖에 없다”며 “반면 수입액은 고유가 흐름이 유지되면서 수출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고원자잿값·고환율·고금리 등 3고 현상이 지속하면서 수출 기업의 채산성이 급격하게 악화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 제고와 수입 공급망 국산화를 위한 전략적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103억달러 적자다. 수출액 3503억달러, 수입액 3606억달러를 각각 기록하면서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무역 적자다. 무역협회는 올해 하반기 무역수지 적자를 33억달러로 전망했다. 이대로 될 경우 2022년 무역 적자는 136억달러가 된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위기 직전인 1996년(-206억달러)에 이어 역대 2위에 오르게 된다.
◇ “수출 경쟁력 사수에 총력 기울여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무역 여건 개선과 함께 주요 수출 업종의 경쟁력 강화에도 지속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유가 등이 야기하는 수입액 급등은 정부로서도 대응 방안이 마땅치 않지만, 수출 경쟁력 사수는 정부 관심과 정책적 지원을 통해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주요 15대 수출 품목 중에서도 20% 이상의 지분을 담당하는 반도체 경쟁력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국가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보호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 울타리가 될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국가첨단산업특별법)’이 오는 8월 시행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최근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신설하고, 한덕수 국무총리를 위원장 자리에 앉혔다.
또 정부는 지난달 16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현행 6~10% 수준인 대기업의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 공제율을 중견기업 혜택 수준인 8~12%로 상향 조정한다고도 했다. 정부가 대기업의 투자세액 공제율을 높이기로 한 것은 투자 효과 극대화라는 목표 때문이다. 건설에 조(兆) 단위 비용이 들어가는 반도체 시설의 특성상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뿐이다. 정부는 현재 20개인 국가전략기술 중 반도체 기술 숫자도 대폭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우리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몫이 큰 만큼 무역 실적 사수 측면에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요즘 같은 기술 패권의 시대에는 산업의 관점도 중요하지만 국방과 마찬가지로 국가 생존의 관점에서 반도체를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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