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박은빈의 변화무쌍 연기력('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7. 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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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극악한 법정 속, 선한 변호사 박은빈의 존재감

[엔터미디어=정덕현] "모두 진술에 앞서 양해 말씀 드립니다. 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가지고 있어 여, 여러분이 보시기에 어,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을 사랑하고 피고인을 존중하는 마음만은 여느 변호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변호인으로서 피고인을 도와 음..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NA 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처음으로 법정에 선 변호사 우영우(박은빈)는 어색하고 어눌하지만 또박또박 자신의 의지를 밝힌다. 자폐 장애를 가진 변호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제목처럼 이 특별한 인물이 주인공이자 그 자체로 메시지인 드라마다. 자신을 소개할 때,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라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을 이야기하고, 공적인 장소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고래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는 이상한 변호사.

과연 이런 장애를 갖고도 법정에서 누군가를 위해 변호를 할 수 있을까 싶지만, 바로 그런 것이 우리의 편견이라는 걸 기분 좋게 깨주는 그런 인물이다. 당연히 이 인물이 법정에서 혹은 만만찮은 로펌 생활에서 마주하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시청자들은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게 된다.

'이상하다'는 표현은 '특별하다'는 긍정적 의미도 있지만 '정상이 아니다'라는 부정적인 의미도 들어있다. 보통과 다르다는 것이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그래서 편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현실을 우영우 또한 잘 안다. 그래서 첫 사건으로 맡은 노부부 폭행사건에서 언변이 좋지 못한 우영우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상사의 말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피고인의 사정이 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 아닌가요? 사정이 딱해 보이기로는 장애만 한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고요."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가 변호를 해가는 과정들을 보면 다른 변호사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는 그의 남다른 시선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화가 나 다리미를 들어 남편의 머리를 내리친 할머니가 '살인 미수' 혐의로 몰리게 된 사건. 모두가 다리미의 그 우악스러운 이미지에 경도되어 할아버지의 뇌출혈이 다리미에 맞아서라고만 생각할 때 우영우는 그 원인이 다리미가 아닌 남편의 지병 때문이었다는 진실을 들여다본다.

우영우의 첫 번째 사건으로 다룬 다리미 폭행 에피소드는 겉으로 드러난 어떤 이미지와 편견에 사로잡혀 제대로 진실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현실을 에둘러 담아낸다. 그리고 그건 다름 아닌 우영우라는 이상한 변호사가 이 드라마를 통해 그 존재 자체로 전하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우영우는 자폐를 갖고 있어 엉뚱하게 보이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른바 '정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 역시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는 '편견'이라는 '장애'를 갖고 있다고 드라마가 에둘러 말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사건으로 등장하는 에피소드도 우영우의 이런 캐릭터와 메시지를 잘 드러낸다. 신부의 드레스가 벗겨지는 바람에 파혼 위기에 처한 신부의 아버지가 예식장을 상대로 거액의 위자료 소송을 하려 하고, 이를 맡게 된 우영우가 위자료로는 도무지 받아낼 수 없는 거액 대신 결혼을 전제로 물려주기로 한 땅을 받지 못하게 된 손해 배상금으로 청구하는 대목이 그렇다. 물론 우영우는 의뢰인이 진정 원하는 것이 따로 있다는 것도 간파하지만, 이런 식으로 통상적인 관점을 뛰어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변호에 있어 우위를 가져간다.

이처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우영우라는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편견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변호사가 오히려 편견에 빠져 진실을 보지 못하는 이들을 꼬집는 드라마다. 우영우라는 '선한' 인물이 주인공이자 메시지가 되고 있어서인지, 이 법정드라마는 최근 쏟아져 나오는 극악한 사건들과 악마 같은 인물들이 피 튀기며 대적하곤 하는 여타의 법정물들과 사뭇 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그건 선한 의지가 주는 기분 좋은 감동이다.

최근 법정드라마는 변호인들마저 승소를 위해 '악한'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 비정함을 드러낸다. 그만큼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악을 이기기 위해서는 악만큼 치열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래서 얻는 정의와 공적으로 포장된 사적 복수가 우리에게 남기는 여운은 어딘지 찜찜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우리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은 바로 이러한 찜찜함을 날려주는 '선한 의지'의 변호사라는 캐릭터를 세워서다. 물론 자폐라는 장애를 갖고 있어 오히려 편견 뒤에 숨겨진 진실을 본다는 이 인물의 설정은 여전한 현실의 조악함을 드러내는 것이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 인물에 빠져든다.

박은빈은 한 마디로 연기에 물이 올랐다. <청춘시대> 송지원이라는 인물을 통해 보이시한 매력을 드러냈던 그는 <스토브리그> 이세영의 씩씩함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채송아의 순수함과 수줍음을 오가더니 <연모>의 이휘로 사극은 물론이고 남장여자라는 어려운 역할을 소화해낸 이후 이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자폐장애 변호사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기해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박은빈은 이 작품 속 우영우를 닮았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그런 반전의 면면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에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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