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 2통' 들고 지구대 찾은 이상민, "경찰 통제? 불순한 선동·말도 안되는 오해"

강연주 기자 2022. 7. 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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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이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를 방문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불순한 이유를 갖고 여러분을 선동하는 것, 그렇게 밖에 얘기가 안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를 찾아 일선 경찰관들의 ‘경찰국 설치’ 우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장관은 20여분의 비공개 간담회를 마치고는 “일선 경찰들이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다”며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는 현 정부의 의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안 돼 있다”고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경찰 관계자들은 현장 분위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의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경찰 내부망에서 이 장관의 이날 현장 방문에 대해 “행안부의 지시를 따르라는 무언의 압박”이라는 등 반발이 잇따랐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 장관과 일선 경찰들의 간담회는 홍익지구대 내부에서 이날 오후 2시20분쯤 시작됐다. 이 장관은 “민원 최접점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일선 경찰들과의 소통의 장을 열어가고자 홍익지구대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구대 직원들과 짧게 악수를 나눈 뒤 현장 격려차 도넛 2통을 선물했다. 이후 지구대 내부 테이블에 착석했다. 테이블에는 배용석 마포경찰서장과 조영호 홍익지구대장, 지구대 관계자 등 7명이 앉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이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를 방문해 경찰관들에게 프랜차이즈 도넛 2박스를 전달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 장관은 준비해 온 15분간의 모두발언을 통해 경찰국 신설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경찰 일선의 우려와 각종 논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장관은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표현을 썼다. 이전 정부까지 청와대 수석비서관실 등을 통해 밀실에서 이뤄지던 경찰 인사나 행정 등을 경찰국 신설을 통해 양지화 하겠다는 취지다. 행안부 안에 경찰국을 신설해 경찰을 장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견해에 대해서는 “경찰국 인원이 많아야 20명 정도 될 텐데, 그 정도 인원이 13만~14만명 정도 되는 경찰을 장악할 수 있겠느냐”며 “이런 소수의 인원 가운데 경찰을 장악할 정도의 인재가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를 두고는 “15명 정도 되는 경찰 지원조직이 행안부에 생긴다고 경찰 수사 독립이 무너지고, 반대로 경찰국이 안 생기면 경찰의 수사 독립성이 지켜지는 것이냐”며 “그간 경찰국이 설치되지 않았던 것은 행안부 장관을 법과 헌법과 다르게 패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일반 출신 경찰공무원의 고위직 승진 확대 방안과 복수직급제 개선, 경찰의 공안직화 등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일종의 ‘당근’을 함께 제시한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을 두고 경찰내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지구대에서 경찰제도 개선안에 대한 일선 경찰관 의견 청취 및 격려를 위해 방문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일선 경찰들과의 간담회는 비공개로 약 20분간 진행됐다. 간담회에서는 경찰 처우개선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5~6개의 질문이 오갔다고 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 장관의) 답변이 길어서 시간이 촉박했다”며 “분위기는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말했다. 간담회 참석 소회나 구체적인 간담회 내용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 “장관께서 간담회를 비공개로 전환한 상황에 저희가 어떤 말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오후 3시3분쯤 간담회를 마치고 나온 이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일선 경찰들이 말도 안 되는 오해를 아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들이) 행안부 안에 경찰 지원 조직을 만드는 것을 치안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짧은 시간 동안 관련 사안에 대한 (일선 경찰들의) 정확한 이해를 돕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다음주에는 영·호남 일선 경찰들과도 비슷한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장관은 이날 다음 주로 예상되는 차기 경찰청장 내정자 발표와 관련해 “후보군 면담이 필요하다”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찰청장) 후보군에 대해서는 면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14만명에 이르는 큰 조직을 이끌 리더십과 투철한 사명감, 내부 신망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면담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달 초 차기 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들과 사전 면담을 진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면접 심사’ ‘청장 감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장관의 ‘경찰 통제 드라이브’를 둘러싼 일선 경찰들의 비판은 이날도 이어졌다. 부산의 전·현직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을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을 비판했다. 경찰 내부망에서는 이날 이 장관의 지구대 방문 일정을 두고 “‘잠자코 나의 지시를 따르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보인다”는 글이 달렸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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