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양당 싸움으로 인한 국회 공전, 깨부술 방법 있다"

구민주·김종일 기자 입력 2022. 7. 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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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5선 이상민 민주당 의원 '기득권 타파 4법' 법안 추진
양당 '적대적 공생' 가능케 한 '독소조항' 혁파 방안 제시

(시사저널=구민주·김종일 기자)

'금일 일정이 없습니다.'

고금리·고물가·고유가·고환율 '민생 4중고'에도 국회 홈페이지 속 의사일정은 한 달째 '공란'이다. 유류세 인하를 비롯해 법안 1만여 건이 쌓인 가운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은 국회 원 구성 줄다리기로 입법의 의무를 미루고 있다. "입법 폭주로 민생을 위기에 빠트리려 한다"(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 승리에 도취돼 민생 뺑소니를 하고 있다"(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여야가 민생을 볼모로 주고받는 말의 행진 속에서 오히려 국회는 민생과 더욱 멀어지고 있다.

지금 국회의 싸움은 기시감이 짙다. '역대 최악의 국회'로 불렸던 앞선 20대 국회에서도, 그 전에도 반복된 장면이다. 거대 양당은 치킨게임을 벌이고, 국회 내 이를 중재하거나 통제할 어떠한 힘도 존재하지 않는다. 싸움을 관망하던 국민은 한쪽이 더 싫어 다른 한쪽을 뽑는 투표를 되풀이한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양자택일 속에서 정당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필요가 없어진다"고 지적한다. 상대만 더 싫어하도록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절반씩 나눠 가지며 기득권 양당 간 '적대적 공생'만 지속된다는 지적이다.

정치 소비자인 국민 선택권 늘린다

법 개정을 통해 이러한 기득권 동맹 구도를 깨부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그 선두엔 소수정당도 초선도 아닌, 제1당 민주당 소속의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이 있다. 이 의원은 한국 정치의 구조적 개혁을 위한 이른바 '기득권 타파 4법' 패키지 발의를 앞두고 있다. ①까다로운 정당 설립 규제를 철폐하고(정당법 개정) ②국회의원 선거를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대선거구제로 전환하며(공직선거법 개정) ③의석 20석 이상인 교섭단체 요건을 5석 이상으로 대폭 낮추고(국회법 개정) ④각 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을 소수정당에 먼저 두텁게 챙겨준다는 것(국고보조금법 개정)이 4법의 골자다(표1 참고).

국회 장벽을 낮춰 양당의 독과점을 깨고 '정치 소비자'인 국민이 고를 '메뉴', 즉 정당을 늘린다는 목적이다. 이는 불과 4개월 전 대통령선거 당시, 이미 여야 후보 모두 '정치개혁' '다당제'라는 이름으로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선거 직후 논의의 동력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 의원은 "다음 선거에서 또 공약으로 낼 생각 말고 지금 실행하자"며 "여론의 힘을 얻고 초당적으로 추진해 이번엔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 정치의 구조적 개혁을 위한 이른바 '기득권 타파 4법' 패키지 발의를 앞두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광주 37% 투표율, 선택지 더 달라는 민의"

'서울에 중앙당 사무소를 둬야 한다' '전국에 시도당 5개 이상을 만들어야 한다' '각 시도당은 1000명 이상의 당원을 가져야 한다'. 현행 정당법상 대한민국에서 정당을 만들 때 갖춰야 할 기본 요건이다. 하나라도 어길 경우 창당은 불가하다. 이러한 규제를 없애 국민이 볼 정당의 '메뉴판'을 다양하게 한다는 게 이번 4법 중 하나다.

이러한 논의는 때마다 진행됐지만 거대 정당의 무관심과 군소정당이 난립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금세 잦아들었다. 이 의원은 이 법이 결사의 자유라는 헌법의 기본권에도 어긋난다고 말한다. 국민이 자유롭게 모였다 흩어지는 건 당연한 권리라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정당' '강원도 발전을 위한 정당' 등 뚜렷한 가치와 목적을 가진 정당의 출현이 오히려 '국민 전체를 위한 정당'이라는 강령을 내걸고 있는 거대 양당보다 더욱 '정당답다'는 주장이다.

강준만 교수는 이것이 곧 지방 소멸을 막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도 강조한다. 중앙에 귀속되지 않는 다양한 지역 정당들의 출현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존의 양당 구도가 오히려 지역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93%, 81.7%, 94.3%. 19대부터 이번 21대까지 국회의원 300석 중 거대 양당이 총선에서 차지한 의석 비율이다.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의 당선자만 나오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에선 제3, 4당 후보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그러나 커다란 한 선거구에서 4~5명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대선거구제라면 이들에게도 기회는 온다. 득표한 만큼 의석을 얻는 '표의 등가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게 개정안의 요지다. 이 의원은 4법 중 핵심으로 이 대선거구제로의 개정을 꼽았다. 양당이 1등과 2등을 나눠먹는 기존 제도에선 아무리 다양한 정당이 만들어져도 의미가 약하단 이유다.

이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대전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대전은 현재 지역구 의원 7명을 뽑고 있다. 이를 대전권으로 묶어 지역구 4명, 비례대표 3명을 뽑도록 한다. 그러면 대략 1당에서 2석, 2당 1석, 3당 1석 정도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례대표는 세 당이 하나씩 가져갈 확률이 높다. 최종적으로 7석 중 1당 3석, 2당 2석, 3당 2석을 갖게 된다. 이렇게라면 10~15명을 뽑는 지역구에선 제4당, 5당까지 의석을 얻을 수 있다.

양당 대치에도 침묵하게 하는 지금의 '20석 기준'

단, 이를 위해선 거대 양당의 손해는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양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주 지역 투표율이 30%대에 그쳤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유권자가 뽑을 사람이 없어 투표를 포기해 버린 것"이라며 "좀 더 다양한 선택권을 갖고 싶은 게 현재 민의다. 민주당도 이를 받들어 현재 170석을 최소 110~120석까지 줄일 각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월 내내 이어진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 소수정당은 완전한 들러리로 머물러야 했다. 의석 20석 이상을 가진 교섭단체 간 합의로 원 구성 및 상임위 배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현재 20석 이상 교섭단체는 국민의힘과 민주당만 해당한다. 양당은 안건마다 서로만을 협상 대상으로 인식하고 그 외 정당들은 철저히 배제한다. 평행선을 달리는 양당의 대치 속에서도 비교섭단체 원내 정당들은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정당 설립의 문턱을 낮추고 선거구제를 개편하더라도 교섭단체의 벽에 또 한 번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이 의원은 교섭단체 요건을 20석에서 5석 이상으로 대폭 낮출 것을 제안하고 있다. 국회 운영의 편의를 위해 정해 놓은 기준이 오히려 양당 구도를 지탱해 주는 '독소'가 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복수의 교섭단체가 존재할 경우, 양당에 과다 대표돼 있는 강성 팬덤 정치의 폐해도 방지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복수의 정당이 반대하고 나선다면 지금처럼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서만 밀어붙일 수 없을 거란 이유에서다. 사안에 따라 때로는 A-B-C당이, 또는 A-C-D당이 '따로 또 같이' 목소리를 내며 상호 견제도 가능해질 거란 관측이다.

이 의원은 제3, 4, 5당들의 지속 가능한 견제를 위해선 정당 간 극심한 양극화를 해결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몸집 순으로 큰 파이의 국고보조금을 가져가는 현 제도를, 소수정당부터 역순으로 지급하도록 바꾸자는 제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약 463억원의 국고보조금 가운데 약 85%에 해당하는 390억원이 거대 양당으로 분배됐다. 원내 1석을 갖고 있는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에 지원된 보조금은 각각 3200만원, 2700만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당비와 후원금까지 더해지면 정당 간 재정 격차는 한없이 벌어지게 된다. 이 의원은 "국민 세금으로 보조금을 준다는 건, 각 정당이 더욱 실력을 키워 다양한 국민의 뜻을 잘 대변하라는 의미일 것"이라며 "각 당이 고루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소수정당에 발판을 더 높이 대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눈송이 굴리다보면 눈사람될 것"

기득권 양당 구도를 타파하겠다는 시도는 때마다 있었지만 이내 묻혀버리길 반복했다. 이번에도 당장 같은 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부터 난관일 거란 이야기도 많다. 이에 이 의원 역시 "달나라에 가는 심정"이라며 결코 쉽지 않은 길임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들과 줄탁동시(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려면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고사성어)해 "더는 두고 볼 수 없는" 기득권 양당 카르텔을 깨부수겠다는 입장이다.

"제가 대표발의했던 어떤 법안은 17·18·19대에 이어 20대까지 계속 발의해 14년 만에 통과시켰던 적도 있었다. 눈송이를 눈덩이로 불리다 보면 어느덧 눈사람이 완성될 거란 확신이 있다"고 전했다. 시사저널은 대선 당시 정치개혁을 약속했던 당시 대선후보들을 비롯해,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민주당 당권 주자들에게 향후 4법과 관련한 입장을 청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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