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오르는데..쌀값, 45년 만에 최대폭 하락

강현석 기자 2022. 7. 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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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마트에서 쌀을 고르는 시민. 연합뉴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5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4%나 상승했다. 이는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농·축·수산물의 상승률도 4.2%에 달했다. 감자는 32.1%나 가격이 상승했고, 배추도 24% 올랐다. 돼지고기(20.7%), 닭고기(16.1%)도 지난해 같은 달에 가격이 껑충 뛰었다.

물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유독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품목이 있다. 한국인의 주식인 쌀이다. 국내산지 쌀 판매가격은 지난해 수확기 이후 지속해서 떨어져 최근 45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고물가에도 거꾸로 가고 있는 쌀 값에는, 1인당 하루 소비량이 스마트폰 정도인 155g에 불과한 쌀의 현실이 녹아있다.

전남도는 1일 “지난해 수확기(10월∼12월)와 비교했을 때 6월 쌀 값이 통계를 관리하기 시작한 이후 45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확기 전남지역 산지 쌀값은 20㎏ 기준 5만3534원 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15일 산지 쌀값은 4만5534원으로 14.9% 하락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쌀 가격 내림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5월 국내 쌀 산지 평균 가격은 20㎏ 기준 4만6741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5만5861원)과 비교해 16.3% 하락했다고 밝혔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전국 산지 쌀 가격 추이를 보면 지난해 수확기 20㎏ 기준 5만3535원이었던 쌀 가격은 지난 1월 5만778원을 내려갔고 3월에는 4만9747원으로 떨어진 이후 내림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가격이 내려갔지만 산지 유통업체의 쌀 판매량은 지난해 보다 10% 이상 줄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쌀 판매량은 51만4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만7000t(11.6%) 감소했다. 쌀 재고량은 크게 늘었다. 지난 4월 말 기준 산지 쌀 유통업체의 재고량은 95만9000t에 달해 지난해와 비교해 56.9%나 증가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이후에도 쌀 판매 증가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쌀값 하락에는 한국인의 주식이었던 쌀의 달라진 위상이 녹아있다. 국내 쌀 소비량은 30년 만에 거의 반으로 줄었다. 통계청의 1인당 연간 양곡 소비량을 보면 1990년 한국인은 1인당 연간 119.6㎏의 쌀을 먹었다. 하지만 1998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99.2㎏으로 100㎏ 밑으로 내려왔다.

2001년 88.9㎏, 2006년 78.8㎏, 2012년 69.8㎏으로 감소한 쌀 소비량은 2019년(59.2㎏)부터 1인당 연간 소비량이 50㎏대로 내려왔고 2021년 56.9㎏을 기록했다. 1인당 1일 쌀 소비량 역시 통계를 다시 작성하기 시작한 1997년 280g에서 지난해 155.8g으로 줄었다.

조남욱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팀 팀장은 “국내 쌀 자급률은 90%를 넘었다. 쌀을 수입한다면 국제 가격에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국내 생산물량으로도 쌀은 충분히 수급이 가능하다”면서 “정부가 27만t을 시장에서 격리했지만 판매 부진으로 쌀 재고가 전년보다 많아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남도는 이르면 9월부터 햅쌀이 나오는 만큼 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쌀 소비량이 매년 줄고 있는데 지난해 생산량을 평년보다 많았다”면서 “석 달 후면 새 쌀이 나오는 만큼 정부가 일정 물량을 공공비축미로 수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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