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 이준석, 갈등 장기화 예고에.. 또 볼모잡힌 尹대통령 지지율

한기호 2022. 7. 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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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면 되지" 이준석, 대표비서실장마저 사임
"與 초기 불안, 국민 상당히 짜증" 김종인 일침
권성동 대행같은 지도부 비정상 운영 오래돼
개혁 강변한 李..사실상 '당정 지지율 압박'도
논공행상 건너뛴 대선 기시감..이번엔 당정 휘청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현 대통령)와 이준석(왼쪽) 대표, 김기현(오른쪽) 원내대표가 지난 2021년 12월3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한 식당에서 "김종인, 지금 막 총괄선대위원장직 수락" 소식을 발표한 뒤 어깨동무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6월29일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에서 이준석(가운데) 국민의힘 대표가 영일만대교 현장 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왼쪽은 이철우 경북도지사, 오른쪽은 김병욱 국회의원.<연합뉴스>

"정부가 여소야대 상황에 있기 때문에 당의 기능을 보다 원활하게 해 지금 야당과 협치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역할을 해 줘야 되는데 지금 초기 당내 사정이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에 있어서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거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짜증스러운 모습이 아닌가".

노장(老將)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날(30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놓은 지적이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가 '데드크로스'를 맞았다는 최근 여론조사를 두고도 "출범한 지가 한달 20일 정도밖에 안 됐는데 이런 사태가 났다는 건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각종 경제 위기에 정부에서 "정확한 대책이 나오지 않으니까"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게 주된 논리였는데, 한편으로 여당의 내홍까지 짚었다.

적잖은 기간 정치적 우군으로 간주되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도 책임론이 향할 여지를 둔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는 이 대표가 직면한 '성접대 증거인멸교사 의혹' 당내 징계심의와도 거리를 뒀다. 지난달 22일 CBS라디오에서 "경찰 조사가 끝날 때까지 윤리위가 판단을 할 수는 없을 것", "(징계가 이뤄지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적극 방어에 나섰으나 8일 뒤 그는 "무엇 때문에 그런 일(윤리위 회부)이 벌어졌는지 잘 몰랐다"며 오는 7일 윤리위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는 관망적 태도로 돌아섰다. 이는 같은 날 새벽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모두 달리면 되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라며 친윤(親윤석열)계 등과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윤 대통령과의 가교 역할을 하던 박성민 당 대표 비서실장마저 무력감을 호소하며 직을 내려놓은 직후의 일이다.

옛 친홍(親홍준표)계를 포함한 소위 '제3그룹'도 이 대표 리더십과는 거리두기를 시작한 지 오래다. 한 평론가의 말을 빌리자면 '당내 갈등을 중재해야 할 당 대표가 날마다 갈등의 중심에 선' 탓이다. 선봉장으로서의 당 대표 역할도 실종된 지 오래다. 일례로 최고위원회의의 경우 지난달 16일 이 대표는 공개 현안발언을 하지 않았고, 20일에도 현안발언은 생략한 채 "최고위 의장 직권으로 비공개 회의에서 현안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선포한 뒤 '비공개 회의 유출 책임'을 놓고 배현진 최고위원과 공개 충돌했다. 23일 최고위에선 배 최고위원의 악수를 거부한 뒤 어깨를 한대 맞는 촌극을 빚었고, 현안발언 대신 자신이 주도한 혁신위 출범 관련 두마디만 언급했다. 27일 최고위에서도 이 대표는 마이크를 놨다. '자기정치 제대로 해보겠다', '무기를 녹여 농기구를 만들어 밭을 갈아야할 때'라던 취임 1주년 선언이 떠오르게 한다.

반면 '투톱'을 이루는 권성동 원내대표는 최고위와 원내대책회의에 별도 현안점검회의까지 열며 지리한 제21대 국회 후반기 원(院)구성 여야 기싸움 등 현안을 챙겼다. 릴레이 정책의원총회, 반도체산업과 물가·민생안정 관련 당내 특별위원회 출범 행사, 김기현 전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주도 의원모임, 윤 대통령 출국 환송장에까지 빠짐 없이 모습을 나타냈으니 우스개지만 '과로로 쓰러지지 않을까', '이미 권성동 권한대행 체제라도 온 것인가' 생각마저 들었다. 이 와중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비공개 만찬설 보도에 'Yes or No'는 뚜렷하게 밝히지 않은 채 '윤 대통령과 상시 소통'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고, 한 매체에서 거듭 보도하는 '익명 관계자' 인터뷰를 SNS로 옮기며 '간장 한사발' 등 언사로 팬덤을 흥분시키고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프레임도 되살렸다.

안철수 의원을 윤리위 문제에 끌어들인 뒤 거친 발언을 던진다거나, '혁신위원 13명(실제 15명) 중 5명을 당 대표가 지명했다'는 어설픈 의혹 제기로 갈등한 김정재 의원의 지역구(포항 북구)로 직행해 지난 대선 장제원 의원이 자리를 비운 지역사무실 '기습 방문'과 유사하다는 해석을 낳는 등 갈등 이슈를 몰고 다녔다. 그나마 윤 대통령과 '탈원전' 접점을 이룬 30일 경북 경주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 현장시찰 일정에서 이 대표는 새벽 페이스북 글의 의미로 "저는 아무리 이런 것들이, 계속 정치적 사안이 발생해도 개혁의 동력은 이어 나가야 한다고 본다"며 갈등 장기화를 예고했다. 친(親)이준석 성향의 천하람 혁신위원은 1일 CBS라디오에서 윤리위 문제 관련 "이 대표 스타일상 조용히 끝나지는 않을 것", "정면돌파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99.9%", "(이 대표를 징계하면) 도로 자유한국당" 등 정치적 경고를 쏟아냈다.

이 가운데 이 대표도 당정(黨政) 지지율을 거론했는데, 김 전 비대위원장과 같은 '걱정'의 어투같지는 않다. 전날 그는 '개혁 동력' 발언에 "특히 당이나 정부의 지지율 추세 같은 것들도 최근 부침을 겪고 있는 걸로 보인다"며 "이걸 돌파할 방법은 작년 이맘때처럼 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마치 개혁이 부족해 당정 지지율이 하락한다는 듯, 책임론을 윤 대통령과 친윤계로 돌리는 뉘앙스다. 여권 지지율 하락을 예견한 일도 있었다. 지난달 27일 MBN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간보는 안철수와 장제원'이란 뜻의 커뮤니티 은어를 꺼낸 이유로 "제가 이번에 '간장 한사발' 표현한 것은 대통령안 계시는 4일 동안 '이번에 이거(지지율) 내려간 것은 이준석 때문이야'라는 말을 이제 무수히 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한마디도 않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당 내홍은 다른 양상으로 격화하기만 했다.

이때 이 대표는 '대선 기간 동안 윤핵관을 지적하던 당시 상황과 대립구도가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질문도 받았다. 이 대표는 "논공행상은 정확해야 한다"면서 "제가 '선대위에서 빠질게' 하고 난 다음 지지율이 올랐나. 극단적으로 내려갔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역전까지 허용하고. 제가 다시 돌아와서 선거운동에 참여하고 나서 상승한 부분이 명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30대 남성 팬덤을 주축으로 정치해온 그가 지난해 11월말 윤 대통령 측 김한길·김병준을 배제한 '김종인 원톱' 총괄선대위 체제를 요구하며 당무를 접고 '잠행'한 것이나, 12월 하순 비공개 회의 중 '윤석열 후보 말만 따르겠다'는 조수진 최고위원의 하극상 논란 직후 '울산 3자 합의'를 깨고 선대위를 아예 이탈하며 윤 대통령의 대선 지지율 하락을 초래한 과정을 복기하면 뒷맛이 쓰다.

이 대표의 복귀 약 1주일 전, 내홍과 침체가 거듭되던 시점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은 한 라디오에서 '복귀 조건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를 지지하고 함께 움직여야 될 20·30대와 중도, 수도권 중심의 지역에 많은 지지자들이 보고 있다, 이 대표를 어떻게 대접하고 어떻게 대우하는지 본인들하고 일체감을 갖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특정 세대와 '일체감'을 내세운 것부터 의도는 알 만했다. 정작 '여성가족부 폐지'로 청년남성의 주목을 받은 윤 대통령의 SNS 한줄 공약은 1월6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를 다시 받아들이기보다 몇시간 앞서 나온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가 시작이었다. 이후 이 대표가 중심에 섰던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거부' 여론전과 내홍도 대선 막판 희한한 곡예플레이였다. 결과는 정권교체론이 정권유지론을 두자릿수 비율로 앞서던 여론조사와 '딴판'인 0.73%p차 신승이었다.

많은 논쟁거리가 '선거 끝났다'는 이유로 유야무야됐다. 한편 보통 보수지지층은 보수정당 내 갈등이 일면 집요하게 시비를 가리기 보단 갈등 자체에 불안을 느끼고 지지를 접는 기류가 강하다. 2016년 총선에서 지도부의 '옥새 파동'까지 빚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과반 의석을 잃고 제2당으로 밀려난 사례도 보수유권자들이 친박·비박의 다툼 자체에 질려 투표장 이탈을 선택했기 때문이란 게 중론이다. 최근 상황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국정지지율 자체는 당내 문제에 입을 닫고 있는 윤 대통령에게 귀결되는 지표인데, 엉뚱한 타인에게 거듭 볼모 잡혀 여권이 통째로 늪에 빠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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