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운영 조례안 폐지 예고 사실상 '사망선고'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출연금 지원 근거인 조례 폐지 예고
상업광고 못하는 TBS, 출연금 없으면 폐업 수준 '충격' 예상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제11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이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폐지'를 1호 조례안으로 상정한다. 지난달 29일 당선인 총회 결과다. 조례는 서울시미디어재단 TBS의 사업 범위부터 운영 재원, 임원 구성, 예산 편성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예고했던 TBS의 교육방송 전환뿐만 아니라 TBS의 재원 구조까지 전면적인 변화가 강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조례안이 폐지되면 서울시가 매년 TBS에 지원해온 출연금이 사실상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 시장이 보궐로 취임한 지난해 서울시는 전년 대비 55억 원 감소한 320억 지원을 결정했다. 2021년 기준 TBS 서울시 재정의존도가 72.8%이고, TBS는 법적으로 상업광고를 할 수 없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서울시 출연금은 절대적이다.
때문에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의 움직임은 TBS에게 '사망선고'로 다가올 수 있다. '독립편성'과 '독립경영'이란 명분으로 사실상 서울시 출연기관에서 퇴출되며 방송사가 존폐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조정훈 언론노조 TBS지부장은 “교육방송 개편에서 아예 조직을 없애버리겠다는 식으로 나아간 것”이라며 이번 상황에 대한 개인 의견을 밝힌 뒤 “구성원들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시의회에서 공식적으로 관련 안건이 올라오면 입장을 낼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같은 의회의 움직임에 환영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TBS는 독립재단이 됐다. 광고수익을 올려서 스스로 존립하는 게 독립법인이다. 그러면 재정도 독립해야 한다”면서 “지원금을 점차 줄인다고 명백히 했다. 그런데 다른 건 다 독립하고 지원금은 계속 받아가겠다, 이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편성 독립을 원한다면 출연금 축소 혹은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사실 오늘의 장면은 독립법인화 당시 '반쪽 독립'으로 인해 예고된 것이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기간이던 2019년 12월 tbs교통방송의 독립법인 변경 허가 당시 “상업광고 도입은 공공성 저해 우려가 있고 운영을 위해 시급한 사안이 아니므로 허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에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개인 의견으로 “독립적인 지배구조에 있어 (서울시 중심) 재원은 가장 큰 장애다. 재원과 독립이 서로 모순된 상황이다”라고 지적하며 “tbs교통방송의 상업광고 추후 재검토 시기를 구체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김석진 부위원장은 “tbs교통방송의 광고영업은 다른 방송에도 영향을 준다. 정말 tbs교통방송의 경영이 어려워지면 그때 정책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 출연금이 대거 축소 또는 폐지되었을 때 방통위가 TBS의 상업광고를 허용할지는 회의적이다. '생존'이 걸린 다른 라디오방송사들의 강한 반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원 112명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은 76명으로, 조례안 통과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1호 조례안은 2023년 7월까지 1년간 유예기간을 둘 예정으로 알려졌다. TBS 내부에선 4년 연속 국내 라디오 청취율 1위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폐지하면 '살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사내에서 “김 아무개는 자진 하차했으면 좋겠다”(강양구 TBS과학전문기자)는 주장이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1호 조례안의 실질적인 목적이 '노노 갈등'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TBS는 종합감사 결과에 따른 압박도 예상된다. 지난달 27일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프로그램 법정 제재가 많았는데 후속 대처가 미흡했다며 이강택 TBS 대표에게 기관장 경고, 프로그램 진행자 등에게 계약서 없이 출연료를 지급했다는 이유로 기관 경고를 통보했다. 모두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관련된 사안이다.
향후 감사 결과가 확정되면 TBS는 개선 조치 사항을 감사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데,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경영평가에 그대로 반영된다. TBS로서는 고난의 연속이다. 한 시민단체는 지난달 30일 이강택 대표를 업무상 배임 및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 임기는 2023년 2월 중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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