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임신중절 한 해 3만 건..'입법 공백' 낙태죄 정비 시급
[앵커]
우리나라에서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지 3년이 넘었지만 이를 보완할 법이 없어 의료 현장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사이 한 해 3만 명 넘는 여성들이 불법과 합법의 기로에서 임신중절을 택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우리나라는 형법에서 낙태를 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낙태를 한 여성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하고, 의료진은 2년 이하 징역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낙태 수술은 공공연하게 이뤄져 오고 있죠.
한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익명으로, 확실하게, 임신을 중단할 수 있다고 광고합니다.
구매 희망과 후기글도 수십 건씩 올라오는데요.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은 외국산 낙태약 판매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낙태 관련 정보를 얻는 곳으로 '인터넷 게시물'을 꼽은 응답이 의료인을 제치고 가장 많았습니다.
임신을 경험한 여성 가운데 17.2%, 즉 6명 중 1명꼴로 인공 임신중절을 했다고 답했는데요.
한해 3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인공 임신중절을 한 이유로는 '학업이나 직장생활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경제 상태가 어려워서'라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낙태가 만연해 있는 건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요.
2020년까지 관련 법을 제정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대체 입법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헌법불합치라는 게 낙태금지법 폐지, 즉 낙태 전면 허용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태아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따져서 법을 더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건데요.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여러 개입니다.
태아의 형성 시기에 따라 임신 중절 시기를 6주, 또는 10주 내로 제한하는 법, 여성의 선택권을 강조하며 제한 없이 낙태가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돼 있습니다.
정부도 임신 14주 이내에 낙태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제시했는데요.
모두 논의가 멈춰 있습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후속 입법도 제도 정비도 전무한 상황에서 인공 임신중절 수술에 참여한다고 답한 산부인과 의사는 40%였습니다.
[김재연/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 "의료현장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법과 가이드라인의 부재입니다. 의사들은 법과 제도 안에서 오늘도 안전하게 진료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음지에서 이뤄지는 임신 중절은 수술 전후 문제가 생기더라도 적절한 진료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임신 중절 과정에서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치료를 받았다는 여성은 절반도 안 됐습니다.
[나영/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대표 :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증상이 나타나도 병원에 바로 찾아가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처음 나타났던 작은 부작용이 병원에 가지 못해서 후유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들도 있고요."]
낙태 허용 기준 마련과 관련 논의가 미뤄질수록 부작용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후속 입법과 제도 정비가 시급한 이유입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이인영/그래픽:정예지/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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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화경 기자 (vivi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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