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집' 작가 "1위 아님 면 안 서..원작보다 K콘텐츠 성공 더 부담" [인터뷰 종합]
[OSEN=연휘선 기자]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의 팬이었던 작가가 '성덕'이 됐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으로 한국판 리메이크의 차별화를 시도한 류용재 작가 이야기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하 종이의 집)'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 드라마다.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 시리즈를 원작 삼아 각색된 작품으로, 원작의 시즌 1과 시즌2을 총 12부작의 파트 1과 파트 2로 선보인다. 6회 분량의 파트 1이 공개되며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2위, 비영어권 1위까지 올랐다. 이 가운데 류용재 작가는 1일 국내 취재진과 화상으로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게 원작의 시즌1, 2가 시작했을 때부터 팬이었다"라고 밝힌 그는 "심지어 그 당시에 한국 팬들이 ‘이런 점은 좋지만, 이런 점은 별로다’라고 한 부분들까지 저는 사랑하는 입장이었다"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에 그는 "원작의 모든 것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한국 판으로 리메이크 한다고 했을 때 리메이크 때문에 바꿔야 한다고 접근했다기 보다는 남북한이라는 우리 이야기를 한다고 했을 때 이야기를 하기 위해 어떤 점들이 바뀌어야 할지 염두에 두고 고민했다"라며 "그런 점에서 예를 들면 도쿄(전종서 분)에게 지금 같은 전사가 생기고 원작과 다른 부분도 우리만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차별화를 하게 됐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나아가 그는 원작에 없던 캐릭터나 인물의 변화에 대해 "한국판이라 이 인물을 넣으려고 접근했다기 보다는 '우리 이야기에 이런 인물 설정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한국판 리메이크 제안을 받았을 때 흥미롭던 부분이 남북한 설정으로 가는 거였다. 그러다 보니 JEA라는 것도 만들고 통일을 앞두고 화폐를 찍어내는 설정으로 갔다. 흥미로운 부분이 기존의 '종이의 집'에 '남북'이라는 레이어가 생기면, 기존에는 '경찰과 강도'의 대립구도가 있었다면 여기에 남과 북이 서로를 신뢰하고 의심할 수도 있는 레이어가 생길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인질들 안에서 국장이라는 인물이 강력하게 안타고니스트로 작용한다면 인질들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봤을 때 그런 관계성을 고민하면서 만들어갔다"라고 설명했다.
성공적인 각색 덕분일까. '종이의 집'이 글로벌 순위 2위, 비영어권 1위까지 오른 상황. 류용재 작가는 "너무 감사하다. 그리고 이 작품이 가진 엄청난 관심도가 사실은 그 자체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있는 거였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 시작할 때 목표는 '종이의 집'이라는 원작을 너무 좋아하고 '이 재미있는 걸 사람들이 왜 안 보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어디서 주로 많이 보고 안 보는지 넷플릭스에 물었더니 유럽이랑 북미에서는 굉장히 많이 봤는데 생각보다 아시아권에서는 많이 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 군집이 약간 한국 K드라마, K팝을 좋아하는 군집과 겹쳐진다고 봤다. 그래서 저희 작품이 나온다면 기존의 굉장히 유명하고 재미있는 원작을 알고 있지만 아직 안 본 팬들이 우리 작품을 통해 원작까지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글로벌 1위를 한 것도 기쁜 일이지만 아시아권 많은 나라들에서 좋아해주고 많이 봄으로 해서 ‘종이의 집’ 세계관을 확장하고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 지점에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성공한 원작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류용재 작가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리메이크 모멘텀이 있었다"라며 "최초의 기억이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 서비스된지 얼마 안 됐을 때 '종이의 집'을 보고 너무 흥분한 거였다. 그때 김홍선 감독님께 '손 the guest' 시사회 뒷풀이에서 추천해드렸는데 그 뒤로 리메이크 제안을 받아서 기뻤다. 저는 사실 고민과 부담보다는 즐겁게 작업했다. 원작을 사랑하는 '덕'의 입장에서 '성덕'의 길이란 생각을 하면서 굉장히 즐겁게 작업했고 원작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제가 그때 이야기한 것들은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가진 역사나 사회적 배경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의외로 비슷한 점이 많다는 거였다. 그런 점에서 공통점에 원작자도 관심을 보였고 흥미롭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과정들이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물론 호불호가 있을 수밖에 없고, 지금에 와서는 너무 성공한 작품이지만 즐기면서 작업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대해서도 그는 "우리 게 원작과 달라야 한다고 접근한 게 아니다. 작품을 보셨을 때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들이 '우리 만의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도쿄가 '아미(방탄소년단 팬덤)'라는 설정도 우리만의 이야기를 위한 판을 만들려고 도쿄를 설정할 때 직관적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게 뭘까 하다가 '코리안 드림'을 갖고 남한으로 넘어온 소녀의 정체성을 보여주기엔 당연히 K팝이나 K드라마에 빠져 있을 거고 대표성을 가진 방탄소년단에 빠져있을 거라는 생각이 즉흥적으로 나왔다. 물론 연출적으로 감독님이 우리만의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신 부분들이 있을 거라고 본다. 그런데 대본을 쓸 때는 우리만의 것을 보여주려고 고민하진 않았다"라고 담담하게 밝혔다.
무엇보다 류용재 작가는 "원작의 유명세보다 최근 한국 콘텐츠의 어마어마한 성공이 더 부담이 됐다. 저희 작품 만으로 평가받기에는 너무 앞선 작품들의 성공이 눈부시다 보니. 예전까지는 K콘텐츠들이 글로벌에서는 언더독이었고, 하나씩 성공한 작품이 나오면 예외적으로 보였는데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작품 외적인 부분이지만 글로벌 1위를 찍지 못하면 면이 상하는 것 같은 분위기 자체가 부담 아닌 부담이었던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그는 "우리 작품 만의 강점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하지만 원작 시청자 층과 다른 그룹이 아시아에 많았고 그런 팬들이 즐길만 한 거리가 많이 담겼다고 생각했다. 남북한 설정이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근현대에서 역동적인 사건을 겪은 나라들이 우리나라의 분단 상황 뿐만 아니라 한 나라 안에서도 내전을 겪었다던지 하는 상황에 공감할 게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이나 팬들이 좋아하는 기존 K팝이나 드라마적인 요소들이 원작이 가진 이야기의 힘과 합쳐져서 팬들이 즐길 거리가 많은 작품이 되지 않았나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파트 1이 원작과 너무 흡사하다는 지적도 있는 상황. 파트2에서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기대해도 될까. 류용재 작가는 "사실은 배우 분들도 전체 이야기를 한꺼번에 릴리즈를 했다면 반응들이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파트를 나눠서 릴리즈 하는 게 창작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면도 있을 수 있지만 더 많은 팬들이 보게 하려는 넷플릭스 데이터에 기반한 고민이라 생각했다. 파트2는 확실히 파트1에 비해 저희 만의 이야기나 캐릭터가 더 많이 등장한다. 그런 부분들이 저희가 처음부터 파트를 6개씩 나눠가려고 정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제작 중간에 결정된 거다. 그런 세팅에서 시작했다면 파트1과 파트2에 있어서 배분을 가져갔겠지만 아무래도 저희가 이 판을 시작한 것에는 이유가 있고, 원작을 쭉 비슷하게 따라간다면 저희 만의 설정과 이야기를 가져오지 않았을 텐데 이제 점점 저희 만의 이야기에 속도가 붙고 달려가는 게 파트2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또한 그는 "원작에서 매력적인 게 교수가 이상주의자이자 혁명가로 비친 점이었다. 이 작품 주제를 제 나름대로 해석하자면 '혁명을 이루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라는 거였다. 아무리 완벽하고 이상적인 계획을 세워도 실행하는 주체는 굉장히 감정적이고 평범한 인간들이기 때문에 계획에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고 기존의 이상이 훼손되기도 하고 그 와중에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가는 인간들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실제 스페인 안에서도 사회상이나 실업, 빈부격차 같은 이야기를 다뤘다. 그런데 저는 이야기가 너무 훌륭하기 때문에 저희가 리메이크를 하면 비슷하게 가져갈 수 있지만 같은 주제를 이야기한다면 저희도 빈부격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저희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결국은 한반도를 배경으로 우리가 언제까지 남과북이 갈라져서 서로를 적대시하는 사이로 남아야 하는가, 통일이든 뭐든 넥스트 스테이지로 진전한다면 벌어질 일은 무엇이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남북한 세팅으로 가자는 제안은 공동제작사 중 하나인 BH의 손석우 대표가 제안해주셨다. 한편으로는 원작이 가진 여러가지 표정들, 강도들이 총기로 무장한 점과 유럽이야 수많은 돈을 들고 도망가지만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고 북쪽으로는 경계가 막힌 상황에서 오히려 그런 부분이라면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작용한 것 같다. 요새 젊은 세대를 보면 '꼭 통일해야 하냐?'라는 이야기도 많다고 들었다. 저도 그게 절대적인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 상황이 조금 이상한 거다. 통일이 된다고 모든 게 해결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통일이 된다면 그걸 이용해 돈을 벌려는 자들도 있을 거다. 강도들은 서로 남한, 북한 출신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계급적으로 같은 입장에서 우리 몫을 찾자는 게 있을 거다. 그 중에 교수 같은 비상한 작자는 범죄 행위로 강한 메시지를 던지려고 할 거다. 그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파트2에 자세히 나올 것 같다"라며 꾸준한 관심을 당부했다.
시청자의 호불호가 나뉘는 반응에 대해서도 류용재 작가는 "호불호는 지고 가야 할 부담이라고 생각했다. 우스갯소리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늘 교수의 심정이었다. 저와 작가들이 ‘종이’는 아니지만 하얀 모니터에서 대본을 원작을 베이스로 쓰긴 했지만 적어나간 것들을 현장에서 배우들과 감독님이 만들어나간 것들이 어떻게 이뤄질 지를 불안과 초조 기대 속에 지켜봐 왔다. 그런 호불호를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강도들이 교수의 계획을 믿기 때문에 이 일에 뛰어들어 순간순간을 헤쳐나가는 만큼 우리 배우들도 다 그런 마음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고맙고, 호불호 평들은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예상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원작 속 여성 혐오에 대해 "그런 말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제 기조가 원작 반응이 이랬으니 고치자는 게 아니라 우리 이야기를 만들 때 필요한 부분들을 고민을 하다가 바뀌는 지점들이 생기게 됐던 것 같다. 원작이 갖는 스페인 사람들의 감성이나 색깔이 있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자연스럽게 고민했다. 시대적으로 지금은 조금 더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만들 수밖에 없고, 넷플릭스도 지적을 하진 않지만 공감대가 있던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종이의 집' 한국판 속 멜로가 호평을 받고 있는 상황. 작가는 "원작은 인물들의 정서가 뜨겁다 못해 확 총질을 하다가도 구석에서 사랑을 나눈다. 저는 원작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것도 좋지만 어떤 분들은 싫어하셨다. 저는 그걸 어떻게 바꾼다고 접근하기 보다는 첫 번째 저희한테 주어진 것 중 하나가 간과하신 부분일 수도 있는데 저희 작품이 시즌1, 2가 러닝 타임이 짧긴 하지만 20편이 넘는 이야기를 12개 안에 소화해야 해서 다양하고 풍성한 원작의 관계를 타이트하게 갈 수밖에 없었다. 취향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기술적으로 그런 전제에서 제약을 갖고 출발했다. 그랬을 때 원작의 멜로 중에 이야기에 큰 영향을 주는 관계를 중심으로 봤다"라고 밝혔다.
이어 "예를 들면 교수는 유진을 이용하기 위해 접근하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끼면서 흔들릴 수도 있는 거고, 우진도 교수를 의심하다가 자기 감정 때문에 흔들리는 게 강도단의 작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덴버와 미선의 관계도 인질들 사이에서 강도들과 대응을 하면서 일종의 무장 봉기를 일으키기도 하고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강도와 인질 사이에 벌어지는 금단의 사랑 같은 것 역시도 엄청나게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 멜로의 톤이나 수위를 줄이고 늘이는 식으로 집중하기 보다 우리 이야기를 할 때 어떤 부분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파트 1의 엔딩에 대해 그는 "파트1의 엔딩 장면에 대해 작가들이 작업할 때는 크게는 그렇게 나눴다. 파트1, 2를 나눈 게 아니라 6회까지 봤을 때 교수라는 천재적인 범죄자가 세운 계획이 거의 완벽에 가깝고 변수가 발생하지만 그것들이 교수의 통제 안에 있기 때문에 모든 계획이 완벽하게 맞물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봤다. 그런데 파트2로 넘어가면서 갈등과 의심이 싹트면서 교수의 통제를 넘어서는 극한의 변수와 싸우면서 애초에 이 일을 하려고 했던 의도들마저도 시험받고, 이들이 마지막에 살아남기 위해 뭘 해야 하고 왜 살아남아야만 하는지 이유를 찾는 얘기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썼다"라고 했다.
이어 "실제로 드라마가 나왔을 때는 어디서 나눌지도 저희 안에서 이견들이 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6회 마지막에 모든 게 완벽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폐국 안에서 돈을 찍어내고 있다는 걸 경찰이 얻은 건 굉장히 큰 변수고 다른 한 편에서는 외부에 있는 교수의 정체를 의심한 차무혁(김성오 분)이 교수를 찾아가며 엄청난 위협을 예고하며 끝내는 게 적절하지 않나 싶었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시즌2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원작의 시즌1, 2 이야기를 시즌1에서 마무리하는 거였다. 그런데 시즌2가 열린다면 여기서부터는 완전히 우리 만의 이야기로 가도 되지 않을까 싶다. 공동경제구역이라는 세계관이 있기 때문에 시즌2부터는 원작과 전혀 다른 새로운 방향성으로 움직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라고 말해 기대를 더했다.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