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의 시론>자유 지키려면 우크라이나 지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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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5개월째로 접어들면서 글로벌 경제위기 징후마저 뚜렷해지고 있다.
푸틴이 지난해 말부터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움직임을 비판하면서 군사훈련을 내세워 국경 지역으로 군대를 이동해 주둔시켰지만, 실제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은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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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도박
러시아 승리시 자유 진영 위협
中·北도 푸틴 따라 도발 가능성
우크라 적극 지원하는 미·유럽
‘핀란드화’ 핀란드도 친러 청산
尹정부도 무기 적극 지원해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5개월째로 접어들면서 글로벌 경제위기 징후마저 뚜렷해지고 있다. 푸틴이 지난해 말부터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움직임을 비판하면서 군사훈련을 내세워 국경 지역으로 군대를 이동해 주둔시켰지만, 실제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은 드물었다. 오히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기 집권을 앞두고 대만 침공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022년 10대 예측’에서 ‘푸틴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미국의 컨설팅회사 유라시아 그룹도 ‘2022년 톱 리스크’ 5번째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꼽았지만, “위험 부담이 너무 커 결행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푸틴은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시진핑과 회담을 가진 뒤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올림픽 종료 후 침공 계획을 밝히면서 지원 요청을 한 듯하나 중국은 명시적 지지를 유보했다. 지난 2월 말 러시아 규탄결의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긴급총회에 상정됐을 때도 중국은 기권했다. 푸틴은 지난 6월 15일 시진핑과 전화회동을 했지만, 이때도 지지를 받아내지 못한 듯하다. 시진핑의 69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전화라는 러시아 측 설명에선 중국의 지지에 대한 기대감이 느껴지나 회동에 대한 양측의 발표에선 온도 차가 뚜렷하다. “시 주석은 러시아가 핵심이익 수호를 위해 취하고 있는 조치의 합법성에 대해 언급했다”는 내용은 크렘린궁 발표에만 있다. 중국 CCTV는 “각국이 책임 있는 방식으로 위기가 타당하게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는 시진핑의 발언을 전했을 뿐이다. 중국이 이처럼 푸틴과 거리를 두는 것은 요즘 정세가 러시아에 유리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의 종언’을 쓴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꺼져 가던 자유민주주의의 불길을 되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탈냉전 시대를 자유주의의 승리로 규정했던 ‘역사의 종언’은 푸틴·시진핑식 권위주의가 위세를 떨치면서 과도한 낙관론으로 일축됐지만 최근 기류가 달라졌다. 후쿠야마 교수는 신작 ‘자유주의와 그 불만자들(Liberalism and it’s discontents)’에서 “우크라이나의 대러 투쟁이 자유주의 정신을 재생시키며 글로벌 민주주의는 쇠퇴 징후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썼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빠르면 일주일, 늦어도 한 달이면 함락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의 결연한 항쟁이 이어지자 자유 진영 국가에선 “우크라이나의 자유가 우리의 자유”라는 인식이 확산 중이다.
후쿠야마 교수의 진단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은 자유민주주의 지속 여부를 결정할 리트머스 시험지다. 러시아가 승리한다면 전 유럽이 푸틴의 도발에 휩싸일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시진핑이 푸틴식 모험주의에 유혹을 받아 대만 침공을 자행할 것이고, 김정은도 ‘핵보유국’을 내세우며 푸틴과 시진핑을 따라 할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자유 진영이 송두리째 위협을 받고 대한민국도 우크라이나와 같은 운명이 될 수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이 이번 회의에서 “끝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는 결의를 밝히며 대러시아 제재를 금융에서 금, 원유·천연가스로까지 끌어올린 것은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자유 진영 전체가 위협을 받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나토 정상회의 연설에서 “자유와 평화는 국제사회 연대에 의해서 보장된다”고 했다. 그런데 윤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1억 달러를 지원했을 뿐 ‘무기 지원 연대’에선 빠졌다. 미국은 500억 달러 이상의 무기 및 재정 지원을 했고, 영국·독일 등도 수십억 달러 무기를 제공했다. 70년에 걸친 강요된 ‘중립’으로 ‘핀란드화’ 오명까지 들었던 핀란드조차 나토에 가입하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도 세계 10위 경제국 위상에 맞게 과감히 무기 지원 등을 결정해야 한다. 러시아 눈치를 보며 제재 참여에 늑장을 부리고,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도 꺼린다면 글로벌중추국가를 말할 자격이 없다. 우크라이나 지원은 시진핑·김정은의 도발을 막는 길이고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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