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기대되는 '양향자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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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절망했던 적이 있습니다. 모든 사안이 이념화되고 정쟁화되는 데 지쳐 있었습니다. 반도체 산업도 혹여 그렇게 될까 봐 늘 노심초사했습니다."
위기에 처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전략 방향을 논의할 여당의 반도체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지난달 28일 첫 회의 인사말 중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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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배 정치부 차장
“정치에 절망했던 적이 있습니다. 모든 사안이 이념화되고 정쟁화되는 데 지쳐 있었습니다. 반도체 산업도 혹여 그렇게 될까 봐 늘 노심초사했습니다.”
위기에 처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전략 방향을 논의할 여당의 반도체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지난달 28일 첫 회의 인사말 중 일부다. 그는 “반도체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그동안 늘 불안하고 외로웠다”며 자신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음을 털어놨다. 동시에 그가 정치를 해야 할 명분과 희망도 찾은 듯했다. 국회 공전 한 달을 넘어서며 매일 반복되는 여야의 공방 속에서 헌정사 최초로 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이 여당의 특위 위원장을 맡은 것도 이례적이지만, “반도체는 경제이자 안보이고, 여야와 이념이 따로 없다”는 말에는 더 진정성이 담겨 있다.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이날 특위 회의장의 모습은 ‘입당식’을 연상시켰다. 국민의힘이 양 의원 영입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움직인 행사라고 하더라도 입지전적 인물인 양 의원에게 위원장을 맡긴 것 자체가 ‘신의 한 수’였다. 그는 광주여상을 졸업하고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으로 입사해 30년간 근무하고 임원까지 지낸 반도체 전문가다. 양 의원은 2016년 1월 12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성 인재 2호로 영입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하지만 양 의원은 지역 사무실 전 특별보좌관의 성추행 건을 감싸다 민주당에서 제명당하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이런 그에게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위해 복당을 미끼로 법제사법위원회에 사보임시켰다.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 무력화를 위한 꼼수에 동원시킨 것이다. 하지만 양 의원은 기권표를 던지고 정치생명을 건 소신 발언으로 민주당을 발칵 뒤집어놨다. 그는 5월 18일 복당 신청 철회를 발표하면서도 “제가 입당한 민주당은 지금의 민주당이 아닙니다”라며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광주 서구을이 지역구인 양 의원의 행보는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에 적잖은 타격을 주고, 현 정부와 여권이 공을 들이고 있는 ‘서진 정책’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광주와 전남도가 민선 8기 광주·전남 상생 1호 공약으로 ‘반도체특화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국민의힘 특위 위원으로 참여한다는 점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6·1 지방선거에서 광주가 전국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고, 전남에서 무소속 기초단체장이 대거 당선된 상황에서 7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전남의 무소속 단체장을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의원은 그가 위원장을 맡은 것을 두고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짐작건대 윤 정부는 향후 양 의원에게 공직을 맡길 수도 있다고 본다. ‘양향자 활용법’의 범위는 상당히 넓어서 현재 상황은 드라마 예고편에 불과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의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인 그를 법사위에 사보임시키려 했던 민주당의 활용법 후과(後果)가 상당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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