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전 세계 80명 중 1명은 난민..왜·어디로 떠나나

황경주 입력 2022. 7. 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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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미국에서 트레일러 화물칸에 숨어 밀입국하려던 수십 명이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줬는데요.

이처럼 목숨을 걸고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계속 늘고 있습니다.

이들이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난민 문제의 현주소를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자세히 다뤄봅니다.

황 기자, 이번에 미국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밀입국자가 53명이나 된다고요?

[기자]

네, 사람들이 발견된 트레일러에 백 명 정도 타고 있었고, 병원으로 옮겨진 환자들이 많아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현지 시각 지난달 27일 미국 텍사스주 샌 안토니오시 남서부 외곽에서 발견됐는데요.

발견 당시 48명은 이미 숨진 상태였고, 어린이 4명을 포함해 16명은 탈진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모두 중남미에서 밀입국한 사람들로 추정되는데, 밀폐된 트레일러 안에 오랜 시간 숨어 있다가 무더위와 산소 부족으로 변을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미국 사례처럼 다른 나라로 가려다가 목숨을 잃는 사례가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고요?

[기자]

네, 최근 아프리카에서는 수천 명이 한꺼번에 국경 철조망을 넘다가 수십 명이 숨지고 다쳤습니다.

아프리카 모로코의 북동부에는 스페인의 해외 영토인 '멜리야'라는 지역이 있는데요.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가려는 수많은 난민이 모여드는 곳입니다.

현지시각 지난달 24일 난민 약 2천 명이 한꺼번에 멜리야 국경에 둘러진 6미터 높이의 철조망을 넘었고, 스페인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최소 23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단 이민자 : "많은 사람들이 다쳐서 모로코 정부에 부상자들을 치료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식량이나 물도 없이 차로 이송되고 있습니다."]

중부 아프리카 차드 국경 인근의 리비아 사막에서도 현지시각 지난달 19일 스무 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막을 건너던 도중 차량이 고장 나면서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모두 숨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달 30일에는 리비아 앞바다에서 유럽으로 가려던 고무보트가 침몰해 최소 30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앵커]

수천 명이 한꺼번에 철조망을 넘는다니 규모를 상상하기 어려운데요.

전 세계적으로 난민이 얼마나 많은 건가요?

[기자]

유엔난민기구가 지난달 발표한 '2021년 글로벌 동향 보고서'를 보면, 자국 내를 떠도는 실향민까지 포함해 전 세계에서 강제로 집을 잃는 사람들의 수가 1억 명을 넘어섰습니다.

기록을 집계한 이래 최고치인데요.

전 세계 인구 80명 중 1명은 난민이라는 뜻입니다.

특히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에 수백만 명이 집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난민이 늘어나는 추세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 10년 동안 난민 수는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앵커]

삶의 터전을 버리고 목숨을 걸고 이주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텐데, 난민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내전과 같은 정치, 군사적 갈등이나, 자연재해 등 식량 위기가 주된 원인입니다.

말 그대로 목숨이 위태로워서 떠나는 건데요.

지난해 난민이 많이 발생한 국가들을 살펴보면,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고 폭력 사태가 일어난 미얀마에서는 40만 명이 난민으로 전락했습니다.

내전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 국가들, 니제르와 남수단 등에서도 지난 해에만 수십만 명이 피난을 떠났습니다.

세계은행은 2021년 한 해 동안 모두 23개국에서 약 8억 5천만 명의 사람들이 이런 분쟁에 휘말렸다고 밝혔습니다.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은 가뭄 등 자연재해와 전쟁으로 인한 식량 위기도 심각한데요.

올해만 아프리카와 중동의 '식량 난민' 15만 명이 이탈리아 등 인접 유럽국들로 유입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앵커]

난민들이 무사히 국경을 넘는다 하더라도 이들을 수용할지를 두고 사회적 갈등이 크지 않나요?

[기자]

네, 이번 밀입국자 트레일러 사망 사건이 보도되자마자 미국 사회는 바이든 정부의 친이민자 정책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습니다.

지난 2015년 시리아 내전 당시 대규모 난민 문제로 크게 내홍을 겪은 유럽 주요 국가들은 여전히 아프리카, 중동 난민들에게 빗장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많은 난민이 인접 국가나 중·소국에 머물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선진국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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