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뻑쇼 120만원·토트넘 3700만원..'암표 거지와의 전쟁' 아무 소용없는 이유 [라인업]
매크로는 필수..시장질서 교란하는 암표상들
정부당국 손 놓자 '암표와의 전쟁' 나선 사람들
[세상의 모든 줄서기, 라인업!]
당근 암표거지
신고방법 공유합니다.
암표 매크로 제발 막아주세요.
#암흑세상 #암흑경제
7월 '암표' 관련 온라인 반응
코로나 팬데믹에 억눌려왔던 공연·경기 관람 욕구가 폭발하면서, 티켓 예매 시장의 ‘해묵은 문제’였던 암표 거래가 새삼스레 부각되고 있다.
세간의 화제인 싸이 흠뻑쇼, 토트넘 대 세비야 경기는 물론, 경복궁 야간 개장,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경기, 나훈아·임영웅·아이돌 콘서트까지 분야와 종목을 가리지 않고 암표상들이 활개치고 있다. 온라인 예매 사이트에서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을 돌려 티켓을 대량으로 싹쓸이하는 ‘온라인 암표’ 문제는 날이 갈수록 극심해지는 상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최대 성수기’를 맞은 온라인 암표상들은 불법 취득한 것으로 추정되는 ‘티켓 장물’을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버젓이 판매 중이다. 흠뻑쇼 티켓을 120만원, 토트넘 경기 입장권을 3700만원에 팔겠다고 나선 업자까지 보인다. ‘우주의 기운’이나 ‘천운(天運)’이 따르지 않는 이상 순수한 실수요자가 배제될 수 밖에 없는 티켓 예매판을 ‘세상의 모든 줄서기, 라인업!’이 살펴봤다.
◇암표 거지, ‘안 잡나, 못 잡나’
요즘 암표 매매는 ‘오프라인 현장 거래’ 보다는 ‘온라인 예매 사이트’와 ‘중고 거래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사이버 범죄’ 성격이 크다. 통상 수십명으로 구성된 온라인 암표 판매 조직은 체계적으로 분업화 돼있다.
△자금관리책(입장권 예매·판매 자금 관리) △예매책(타인 계정으로 입장권 예매) △매크로 프로그래머(설정된 시간에 매크로를 자동 작동시켜 입장권을 대량 구매하는 프로그램 개발) △계정 모집책(수십만원을 주고 티켓 사이트 계정을 대여) △수령책(동일한 주소지로 티켓이 여러 건 배송될 경우 강제 취소될 위험이 있어 여러 주소지로 분산 배송된 티켓을 모으는 역할) △판매·전달책(우편 발송, 직접 거래 등으로 암표를 판매·전달) 등으로 철저한 역할 분담이 이뤄진다.
문제는 정부 당국이 적극적인 기획·인지 수사를 벌이지 않는 이상, 온라인 암표 조직을 단속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현행법상 오프라인 암표 판매는 2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경범죄’에 해당하지만, 온라인 암표 판매는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다. 따라서 인터파크 같은 온라인 예매 사이트를 ‘부정한 방법’(매크로)으로 공격해 티켓을 대량 구매(정보통신망침해·업무방해 혐의)하거나, 타인의 주민번호로 만든 가짜 계정을 굴렸다는 점(주민등록법 위반 혐의) 등을 수사 기관이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앞서 동방신기·워너원·BTS 등 아이돌 콘서트 티켓을 매크로로 대량 구입한 뒤, 입장권을 원가의 10배인 150만원대에 팔아치운 암표 조직이 2019년 적발된 적이 있다. 대부분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국 관계자는 온라인 암표 문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건전한 시장 질서를 해치고, 정당한 관람 권리를 침해하는 온라인 암표상들에 대한 처벌 법안이 몇년 전부터 국회에 발의돼 있었어요. 하지만, 2022년 현재까지도 통과가 되지 않고 있어요. 암표 문제에 모두가 분노하지만, 지금으로선 ‘매크로 업무 방해’를 입증해야만 처벌이 가능한 상황이라 단속에 어려움이 있죠. 가상 화폐, 보안 메신저 앱 출현으로 온라인 암표는 앞으로 더욱 적발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작 법은 현실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고요.”
◇‘암표와의 전쟁’ 나선 온라인 자경단
상황이 이렇다보니, 온라인 암표상들을 직접 찾아내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암표 신고 게시판’에 신고하고 이를 인증하는 ‘온라인 자경단’까지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 역시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암표를 파는 행위 자체로는 아무런 처벌을 할 수 없으니, 판매 내역을 캡처해 신고한들 별 소용이 없다”고 전했다. “일반 시민들이 업자들의 매크로 사용 행위까지 입증해서 신고를 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선 오히려 티켓 재판매를 금지하는 중고 거래 플랫폼에 직접 민원을 넣어 암표상 계정을 정지시키거나, 공연기획사를 통해 티켓 예매 취소를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법이다. 소셜미디어에선 ‘당근 암표 거지 신고법’ ‘플미충(암표상을 의미하는 용어) 박멸 방법’ 등이 쏟아지고 있다.
결국 직접 불법 프로그램에 손을 대는 관람객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의 ‘2022 LCK 서머’ 경기장 앞에서 만난 고등학생 A(17)씨와 직장인 B(28)씨는 “예매 시간에 맞춰 ‘손’으로 클릭 하는 방법으론 티켓을 구할 수 없고, 중고 시장에서 암표상에게 몇 배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주고 사야한다”며 “컴퓨터를 잘 다루는 친구를 통해 내 티켓만 매크로를 돌려 예매하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STORY 조선일보 한경진 기자
#VIDEO 스튜디오광화문 이예은 PD·김민석 PD·허아은 PD
#유튜브 바로가기 [EP.15 싸이 흠뻑쇼 120만원·토트넘 3700만원?!! 암표 가격이 이렇게 뛴 이유는?] https://youtu.be/JKFlyQEsr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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