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만∼5000만원 낮춘 급매물도 안 팔리는데"..빚내서 집 사라는 정부

박상길 2022. 7. 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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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내려다 본 서울 아파트. <연합뉴스>

정부가 이달부터 가계 부채 폭증을 막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는 대신 실수요층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를 완화하는 등 가계 대출에 큰 변화를 준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우대받는 '서민·실수요자' 기준이 연 소득 9000만원 이하 및 주택가격 9억원(투기·투기과열지구) 또는 8억원(조정대상지역) 이하로 완화되고 LTV 우대 폭도 최대 20% 포인트 확대된다.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가 주택 구입 목적으로 주담대를 받을 경우 주택 소재지나 주택가격, 소득과 관계없이 LTV 80%까지 인정받을 수 있다. 생활 안정 자금을 목적으로 주담대를 받는 경우 연간 취급 가능한 신규대출 한도가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되며, DSR이 배제되는 긴급생계 용도의 대출 한도는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아울러 비주택 담보대출을 받는 경우 LTV 규제가 70% 이내로 적용된다. 1억원을 초과한 신용대출 취급 시 대출 실행일로부터 1년간 규제지역 내 다른 신규 주택을 추가로 사지 못하게 된다.

주택임대 및 매매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은 예외가 허용된다. 주택임대 및 매매사업자에 대한 규제 시행 전에 입주자 모집이 공고된 사업장에 대해선 잔금대출 및 이미 보유한 주담대 잔액 범위 내 대환 대출이 허용된다.

규제 지역 내 주담보 취급 시 전입 요건이 폐지되며 처분 요건이 기존 6개월에 2년으로 완화된다. 주택임대 및 매매업 외의 사업자가 주택 구입 목적이 아닌 주택 관련 수익증권에 대해 담보대출을 할 경우는 LTV 규제 적용에서 제외된다.

정부가 이처럼 내 집 마련 실수요자의 주담대 부담을 확 낮추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위축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1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9.8을 기록하며 90 이하로 떨어졌다. 수급지수는 조사 시점의 상황에 따라 상대적이긴 하지만 수치상 수도권 매매수급지수가 90 이하로 내려온 것은 2019년 8월 12일(89.6) 조사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매매수급지수는 한국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매수)와 공급(매도)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이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시장에서는 팔 사람에 비해 살 사람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서울의 경우 87.0으로 8주 연속 지수가 하락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서울 지역 5대 권역의 지수가 일제히 지난주보다 낮아졌다. 올해 5월 초부터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로 매물이 늘고 있지만 금리 인상, 집값 하락 우려 등으로 매수세가 줄어든 영향이다.

'3·9 대선'을 전후해 규제완화 기대심리가 반짝 작용했던 서울 아파트 거래 시장은 매물 증가, 고물가, 금리 인상 등의 금융시장 충격에 갈수록 위축되는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대선 이후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3월 1437건, 4월 1751건 등 조금씩 늘어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월 1734건으로 다시 감소했다. 올해 5월 거래량은 작년 5월 4900건 대비 35.4% 수준으로, 동월 기준 역대 최저치다.

6월은 실거래가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로 아직 한 달 더 남아 있지만 현재까지 거래량이 616건에 그쳐 5월보다도 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노원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주택자 등이 내놓은 매물이 쌓여있지만, 매수세가 없어 거래가 잘 안 된다. 시세보다 4000만∼5000만원 이상 낮춘 급매물에도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빅데이터업체 '아실' 집계 기준 현재 6만4770건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 시행 전(5월 9일)의 5만5509건보다 16.6% 증가했다. 경기도와 인천의 매매수급지수는 각각 91.0, 91.6으로 역시 지난주(91.1, 91.9)보다 낮아져 역시 시중에 매수자에 비해 매도자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하반기에도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어 집값이 조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매수심리 위축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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