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집' 총질하다 사랑 나누는 원작, 어떻게 접근했나[EN:인터뷰②]
[뉴스엔 이민지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6월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이하 '종이의 집')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다.
류용재 작가는 스페인 원작 '종이의 집'을 기반으로 남북 공동경제구역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만들었다. 분단국가라는 현실을 반영해 한국에서만 이야기 할 수 있는 소재를 내세우고 캐릭터에도 한국적인 요소를 녹였다.
- 파트1이 원작과 너무 흡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파트2에서 오리지널 스토리나 캐릭터를 기대해도 될까 ▲ 우리가 만약 전체 이야기를 한꺼번에 릴리즈 했다면 반응들이 다르지 않았을까 이야기를 우리끼리 했다. 파트를 나누어 릴리즈한 방식이 창작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면도 있을 수 있지만 더 많은 팬들이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넷플릭스의 전략이라 생각한다. 파트2는 확실히 파트1에 비해 우리만의 이야기나 캐릭터가 당연히 많이 등장한다. 우리가 처음부터 파트를 나눠가겠다 정해졌던게 아니다. 그런 세팅에서 시작했다면 파트1,2 배분을 더 가져갔을 것 같은데 제작 중간에 결정된 거다. 이 판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가 있고 원작을 비슷하게 쭉 따라갈거면 우리만의 설정과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고 원작 그대로를 가져오는게 나았을 수도 있다. 우리 이야기가 점점 속도가 붙고 우리만의 방향성으로 달려가는게 파트2가 될 거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다.
- 가장 궁금했던 장면이나, 기대보다 더 잘 표현된 장면이 있다면 ▲ 필터링을 안하고 말씀드리자면 김홍선 감독님과 몇 번 호흡을 맞춰서 서로 신뢰하는 부분이 있다. 한편으로는 감독님께서 '대본에 있는 것들을 멋있게 찍을거야' 하시고 '이게 뭐지' 싶게 자기만의 맥락으로 만들어 찍으시는 부분도 중간중간 있다. 그게 어떨 때는 놀랍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랬던 부분이 교수의 추격전이었다. 대본에는 심플하게 써있었다. JEA 외곽은 시골 같은 풍경일거라 생각했고 그런 배경에서 벌어질 수 있는 추격전 서스펜스를 만들기 쉽지 않은데 색깔 있게 만들어주셨다. 배우분들의 연기에서 놀란 부분도 많았다. 베를린이 카리스마 있어야 할 때나, 베를린과 도쿄가 대립할 때나 연기를 보면서 생각보다 훨씬 더 흥미롭다고 느껴졌다. 그런 부분이 파트2에 더 많다.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 원작에서의 여성 혐오적인 모습이 불호로 작용했는데 리메이크 과정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고민했나 ▲ 그렇게 보는 부분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내 기조 자체가 원작에서 '이 부분은 반응은 이랬으니까 이렇게 고치고' 하는 식으로 접근한건 아니다. 우리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때 필요한 부분을 고민하다 바뀌는 지점들이 생긴 것 같다. 스페인 원작에 있는 스페인 사람들의 감성이 있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자연스럽게 고민했다. 다른 하나는 시대적으로 지금은 조금 더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만들 수 밖에 없다. 넷플릭스도 거기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
- 원작 살바도르 달리 가면이 한국판 하회탈로 결정되기까지 어떤 후보들이 거론됐었는지 ▲ 대본에는 '탈'이라고만 써놨었다. 어떤 가면이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과 정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탈을 보고 논의했다. 결국 분위기를 보고 결정했다. 사람들이 보기에 어떨까 많이 고민 됐는데 주변 분들께 여쭤봤을 때 해외 시선으로 봤을 때는 하회탈이 가진 분위기가 해학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있다고 하셔서 안심했었다. 티징 과정에서 넷플릭스가 멋지게 잘 해줘서 원작 마지막 시즌 피날레 시기에 박해수 배우가 원작 탈을 쓰고 한 인터뷰가 나가면서 시작된 가면 티징 단계가 있었다. 그것도 대중들이 흥미롭게 받아들이도록 잘 만들어준 것 같다. 의미적으로는 하회탈이 양반들을 풍자하기 위해 쓴 탈이었으니까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맞지 않나 싶었다.
- 캐스팅 과정에서 작가님이 가장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 캐릭터, 배우가 있다면 ▲ 아주 기획 초기 단계, 박명훈 배우님이 대중에 '기생충'으로 막 알려졌고 그가 가진 다른 얼굴들을 사람들이 잘 모를 때였다.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고 내 머릿 속에 내가 생각한 국장이란 인물과 합치되는 면이 많았다. 내가 원래 그런 말을 잘 드리지 않는데 뜬금없이 '넷플릭스에서 종이의집이란 작품으로 준비하는데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1년 반, 2년 후에 대본 드렸을 때 기억을 못하시더라.
- 한국판 덴버-미선, 교수-우진 멜로 반응이 좋다. 한국 시청자들이 장르물에서의 멜로를 방해 요소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멜로를 그려낼 때 어떻게 고민했나 ▲ 원작을 보면 정말 인물들의 정서가 너무 뜨겁다 못해 총질 하다가도 구석에서 사랑을 나눈다. 난 원작의 모든 부분을 사랑해 그조차도 좋지만 어떤 팬들은 싫어하기도 하더라. 나는 그걸 '이렇게 바꿔야겠다'라기 보다 우리에게 주어진 전제 중 하나가 원작 시즌1,2가 20편이 넘는 이야기를 12개로 소화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원작의 다양하고 풍성한 내용을 다 담아내면 좋겠지만 타이트하게 갈 수 밖에 없었다. 취향을 고려한 부분도 있지만 기술적으로 그걸 전제로 출발했다. 그랬을 때 원작의 멜로 중 큰 이야기 줄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관계를 중심으로 봤다. 교수는 우진을 이용하기 위해 접근하지만 결국 사랑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흔들릴 수 있다. 우진도 교수에게 이용 당하다 어느 순간 교수를 의심하지만 자신의 감정 때문에 흔들리고. 그것이 강도단 작전에 큰 영향을 미치니까 그 부분은 가져갔다. 덴버와 미선의 관계도 그렇다. 인질들도 강도들에 대항해 여러가지 시도를 하는데 강도와 인질 사이에 벌어지는 금단의 사랑도 엄청난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접근했다.
- 파트 1의 끝맺음 장면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나 ▲ 나와 작가들이 작업할 때 파트1,2를 처음부터 나누고 쓴건 아니었다. 다만 6편까지의 이야기는 교수라는 천재적인 범죄자가 세운 계획이 거의 완벽에 가깝고 변수가 발생해도 교수의 통제 안에 있기 때문에 모든 계획이 맞물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파트2에 넘어가면서 그걸 넘어서는 변수들이 발생한다. 완벽한 계획을 수행하는 불완전한 인간들 사이에서 갈등과 의심이 싹트며 교수의 교수의 통제를 넘어서는 극한의 변수들과 싸우며 애초에 이 일을 하려고 했던 의도들도 시험 받는다. 이럴 때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뭘 해야하고, 왜 살아남아야만 하는지 이유를 찾는 이야기면 좋겠다 생각하고 썼다. 조폐국에서 돈을 찍어낸다는 힌트, 교수에 대한 차무혁의 의심까지 강도단의 엄청난 위기를 예고하며 끝낸다는 것이 적절하다 생각했다.
- 시즌2를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만약 시즌2가 있다면 어떻게 이야기를 확장하고 싶은지 ▲ 공식적으로는 시즌1 안에서 원작의 시즌1,2 이야기를 하면서 마무리 되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정말 만약 시즌2의 가능성이 열린다면 여기부터는 완전히 우리만의 이야기로 가도 되지 않을까. '공동경제구역' 세계관이 시작됐으니 강도단과 교수가 원작과 전혀 다른 새로운 방향성으로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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