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집' 류용재 작가 "호불호 우리가 지고가야 할 부분"[EN:인터뷰①]

이민지 2022. 7. 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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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뉴스엔 이민지 기자]

※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6월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이하 '종이의 집')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각기 다른 개성 및 능력을 지닌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다.

류용재 작가는 스페인 원작 '종이의 집'을 기반으로 남북 공동경제구역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만들었다. 분단국가라는 현실을 반영해 한국에서만 이야기 할 수 있는 소재를 내세우고 캐릭터에도 한국적인 요소를 녹였다.

- '종이의 집'이 글로벌 1위를 했는데 ▲ 너무 감사하다. 이 작품이 가진 엄청난 관심도 자체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거라 생각한다. 이미 전세계적인 관심이 있는 작품이었다. 제작할 때 목표는 '종이의 집'이란 원작을 너무 좋아하고 이 재밌는걸 사람들이 왜 안 보지? 알려진 것에 비해 유명한 건 알지만 보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다. 넷플릭스에 '어디서 주로 많이 보냐'고 물어봤을 때 '유럽이나 북미에선 굉장히 많이 봤다. 생각보다 아시아권에서는 알려진 것에 비해 그렇게까지 보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 작품이 나온다면 유명하고 재밌는 원작을 알고 있지만 보지 않은 팬들, K드라마를 좋아하는 팬들이 우리 것을 보고 원작도 찾아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종이의 집' 자체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알리는데 도움 됐다는 지점에서 좋다.

- 스페인 원작 '종이의 집'을 한국판으로 리메이크 하는 과정에서 원작의 어떤 점은 가져오고 어떤 부분에서 원작과 차별화를 두려고 했나 ▲ 원작 시즌 1,2 때부터 팬이었다. 심지어 한국 팬들이 봤을 때 원작이 '이런 점은 좋지만 이런 점은 별로다' 한 점까지 사랑했다. 원작의 모든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한국판을 한다고 할 때 '리메이크니까 바꿔야한다'고 접근하지 않았다. 남북한 설정을 두고 한국판으로 한다고 할 때 어떤 점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고민했던 것 같다. 도쿄라는 인물이 바뀐 것도 우리만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 인기 있는 원작의 리메이크가 부담스럽지 않았나 ▲ 고민과 부담보다 즐겁게 작업했다. 원작을 너무 사랑하는 입장에서 성덕의 기회라 생각하며 즐겁게 했다. 그 과정에서 원작자와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스페인이란 나라가 가진 역사나 국민성이 우리나라와 의외로 비슷한 점이 많다고 관심을 보이더라. 그 과정이 즐거움이었다. 물론 호불호가 있을 수 밖에 없고 너무나 성공한 작품이지만 즐기면서 작업했다.

- 리메이크 과정에서 한국적인 것, 한국만의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나 ▲ 결과적으로 다르게 보이는 것들이 '우리만의 것을 보여줘야 돼'라는 강박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예를 들어 도쿄가 아미라는 설정도 이 인물을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설정이 뭘까 고민하다 '코리안 드림을 가진 소녀'를 보여주려다 보니 나온 것이다. K드라마나 K팝을 좋아했을테니 대표성을 띄는 방탄소년단 같은 아티스트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했다. 물론 감독님께서 연출적이나 미술적으로 더 우리만의 것을 보여주고자 하신 부분이 있지만 대본 쓸 때는 우리만의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접근하진 않았다.

-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주목받고 있다 ▲ 리메이크보다 한국 콘텐츠들의 선전이 더 부담됐다. 앞선 작품들의 성공이 눈부시다 보니...예전엔 K콘텐츠가 글로벌에서 언더독이었고 하나씩 예외적으로 성공했는데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작품 내적으로도 평가 받아야겠지만 글로벌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면이 상하는 것 같은 분위기 자체가 부담 아닌 부담이었다.

- 부국장 등 원작에 없던 캐릭터들이 나온다. 기존 캐릭터와 관계를 맺고 어우러지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구축하고 설정했나 ▲ 앞선 대답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판이기 때문에 이렇게 하자보다 우리 이야기에서 이런 인물 설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한국판 리메이크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남북한 설정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한 줄의 이야기에서 출발했고 거기서 고민하다 보니 공동경제구역, 공동화폐 설정을 생각하게 됐다. 기존 '종이의 집'이 가지고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남북이란 레이어가 생기면 좋겠다 생각했다. 기존에 경찰과 강도의 대립이라면 경찰과 강도 안에 남한 출신, 북한 출신이 있으니 반목한 세월이 길었던 만큼 서로를 의심하고 배신하고 신뢰하는 레이어가 더 생기겠다 생각했다. 인질 측에서 봤을 때 국장이란 인물이 강력하게 안티고니스트로 존재감을 발휘한다면 국장의 일이 인질들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판단했을 때 그걸 막으려고 하고, 반대로는 다같이 살기 위해 협력하기도 하는 관계성을 고민했다.

- 배경을 통일을 앞둔 한반도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랐나 ▲ 교수가 이상주의자 혁명가로 보였다. 혁명을 이루는게 얼마나 어려운가라고 받아들였다. 아무리 완벽하고 이상적인 계획을 세워도 실행하는 주체는 감정적이고 평범한 인간들이기 때문에 변수가 생길 수 밖에 없고 기존의 이상이 훼손되기도 한다. 그 와중에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가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실제로 스페인 당시 사회상, 실업이나 빈부격차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가 훌륭하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리메이크 할 때 비슷하게 가져갈 수 있지만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언제까지 남과 북이 서로를 적대시하고 살아야 하는가, 통일이든 뭐든 다음 스테이지로 간다면 벌어질 일은 무엇이고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부터 남북한 세팅으로 가자는 제안은 공동제작사인 BH 손석우 대표님이 해주셨다. 그 제안이 재밌다고 생각했다. 총기 같은 원작의 기본 설정도 현실 반영 되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물어보면 '꼭 통일해야 하냐'고 한다고 들었다. 나도 그게 절대적인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 상황이 이상한거다. 적대적 공생 관계로 몇십년을 살았는데 언젠가 바뀔 수 있다면 통일만으로 해결될 것 같았다. 통일이 되면 그걸 이용해 돈을 벌려는 자들이 있을거고, 강도도 있고, 교수 같은 혁명가도 있을거다. 범죄 행위 자체를 통해 통일에 대해 강한 메시지를 던지려고 하는 인물도 있을거다. 그 메시지는 파트2에 나온다.

- 남북한 설정, 교수를 따른 교수 등 차별점을 둔 지점에 대해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강하다 ▲ 호불호는 우리가 지고 가야할 부분이라 생각했다. 우스갯소리로 말씀드리자면 이 작품을 하며 교수의 심정이었다. 나와 작가들이 하얀 모니터에 대본을 적어나간 것들을 우리는 마치 헤드쿼터에 있는 것처럼 현장에서 감독님과 배우들이 만들어나가는 것들이 어떻게 이뤄져갈지 불안과 초조, 기대 속에서 지켜봐 왔다. 그런 호불호를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그 지점이 마치 교수가 강도들에게 '우리 계획은 아무도 죽거나 다쳐서는 안돼'라고 하면서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순간순간을 헤쳐나가는 것 같았다. 우리 배우들도 그런 마음이었을거라 생각한다. 감사하다. 평들은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 생각하고 예상도 했다.

(인터뷰②에 계속)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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