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와 붙고 싶어 무대 넓힌 유도괴물.."이젠 올림픽이다"
■ ‘IJF 그랜드슬램 남자 81㎏급’ 연이어 우승한 20세 이준환
도쿄올림픽 금메달 나가세
세계선수권 3위 데비트 제압
단번에 세계랭킹 12위로 도약
“선수들 동영상 보며 훈련 주효
포기 모르는게 나의 최대 강점
스트레스는 피아노 치며 풀어”
이준환(20·용인대·사진)이 한국과 세계 유도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지난달 국제 시니어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2회 연속 국제유도연맹(IJF) 그랜드슬램 남자 81㎏급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지난달 25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그랜드슬램에선 세계 최강자들을 잇달아 격파했다. 8강에서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나가세 다카노리(일본), 4강에서 세계선수권대회 3위 프랑크 데 비트(네덜란드), 결승에서 도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샤밀 보르하슈빌리(오스트리아)를 제압했다. 이준환의 세계랭킹은 단번에 12위까지 치솟았다. 한국 유도계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81㎏급에서 그동안의 부진을 떨치고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준환은 30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시니어 국제대회에 처음 출전했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세계적인 선수들의 동영상을 많이 보고 분석했기에 익숙했다”며 “부모님과 주위에서 칭찬하시지만 내가 느끼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그래서 더 연구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준환은 데뷔 직후 연속 우승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잘해서 이긴 것이 아니라 상대가 나를 몰라서 운 좋게 이긴 것”이라며 “이제 시작이다. 수비적인 상대를 한 번에 넘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었으니, 이제 자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유도계는 환호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81㎏급이 한국의 약세 체급이었기 때문. 81㎏급에선 김재범 한국마사회 코치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 2012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세계적인 수준에 닿은 선수가 없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선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했다가 참가자의 코로나19 확진으로 간신히 이름을 올렸다.
황희태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준환에게 기대는 했지만 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며 “세계적인 강자, 특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상대로 매우 잘했다. 역량 싸움에서 부족하다고 판단했는데, 과감한 경기 운영으로 우승했다”고 밝혔다. 황 감독은 “이준환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뛰어나다”며 “손의 감각, 기술을 비롯해 습득력도 남다르다. 스펀지 같고 센스도 좋다”고 강조했다. 또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고, 이 추세면 파리올림픽 금메달도 노려볼 수 있다”며 “앞으로 10년 동안 81㎏급에서 최강자로 군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2년생인 이준환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유도에 입문, 5학년 때부터 엘리트 선수로 활동했다. 이준환은 어린 시절부터 ‘누굴 닮겠다’가 아닌 ‘강한 선수랑 경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했다. 그는 “강한 선수들이랑 붙고 싶었기에 부모님께 떼를 써서 엘리트 선수가 됐다”며 “도 대회에 출전할 땐 전국 대회를 원했고, 전국 대회에선 국제대회를 희망했다. 그리고 이젠 올림픽에서 최강자들과 겨루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준환은 키 177㎝, 몸무게 82㎏으로 같은 체급의 선수들보다 체구가 조금 작은 편이다. 다른 선수들은 대회 때 5㎏가량을 감량하지만 이준환은 1㎏ 정도 뺀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으로 열세를 극복한다. 이준환은 “내가 생각하는 나의 유일한 장점은 포기를 모른다는 것”이라며 “같은 상대에게 여러 번 지더라도 연구하고 분석해서 결국엔 내가 이겼다.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목표에 갈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투박할 것 같은 이준환이지만 취미는 섬세하다. 운동과 대회 준비로 쌓인 스트레스를 피아노로 달랜다. 이준환은 “중학교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어디서 배운 건 아니고 유튜브로 독학했다”면서 “좋아하는 노래, 특히 이루마의 ‘리버 플로스 인 유’를 치고 나면 편안해지고 스트레스가 풀린다. 최근엔 기타를 샀는데, 마찬가지로 혼자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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