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입 '대북풍선' 문제 삼은 북한.. 돌발행동 가능성
민심 수습 위해 '방역위기' 책임 전가할 수도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경로로 우리나라에서 날려 보낸 물건을 지목하면서 남북관계가 대북 전단(삐라)으로 경색됐던 2020년 상황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코로나19 유입경로 조사결과를 보도하면서 남한과의 접경지인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에서 코로나19가 최초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특히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났던 주민들이 '풍선에 매달려 날아든 색다른 물건'과 접촉했다고 밝혀 남한에서 보낸 대북전단을 통한 코로나19 유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문은 이날 '색다른 물건'의 유입경로와 관련 '남한'을 직접 언급하거나 대북전단 살포를 '방조'한 우리 정부를 비난하진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향후 '코로나19 방역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대북전단을 특정하고 우리 정부에 책임을 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단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처음 공표한 후 '최대 비상방역체계'로 전환하고 지역별 봉쇄·격폐 조치를 실시했다. 특히 북한은 올해 초 개방했던 북중 국경까지 다시 봉쇄해 김정은 당 총비서가 역점을 두고 있는 농업·건설사업의목표 이행에도 차질이 발생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북한은 2020년 탈북민 단체에서 날려 보낸 대북전단에 대해 '체제 모독'이라고 비난하며 남북관계를 경색시킨 적이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당시 담화로 우리 정부가 민간의 대북전단 살포를 '방조'했다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그 상응조치로서 Δ금강산 관광 폐지 Δ개성공단 완전 철거 Δ남북연락사무소 폐기 Δ9·19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대남사업도 '대적사업'으로 전환했다.
북한은 이후 Δ남북공동연락사무소 통신연락선과 Δ동·서해지구 군 통신선 Δ남북 최고위급 '핫라인'을 완전 차단하고 개성 소재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하기까지 했다.
아울러 북한군 총참모부는 '9·19군사합의' 이후 처음으로 비무장지대(DMZ)에 군이 진출하는 방법을 연구하겠다고 위협했고, 대북전단에 맞서 대남전단을 살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북한은 1200만장 이상의 대남전단을 준비, 관련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되던 중 돌연 김 총비서의 '보류' 결정이 나왔고, 북한은 이에 따라 앞서 공언했던 모든 계획을 사실상 취소했다. 그 결과, 연락사무소 파괴 외의 도발적 행동은 이행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달 초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2년 만에 다시 '대적 투쟁'으로 규정한 상황. 그리고 이번에 관영매체 보도를 통해 '건국 이래 대동란'으로 규정했던 코로나19 유행 사태의 원인이 우리 측에서 날아온 풍선에 달린 물건 때문이라고 지목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이 2020년 당시처럼 우리 측에 이번 코로나19 유행 사태 등의 책임을 전가하면서 '돌발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의 책임을 사실상 남한에 전가했다"며 "향후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매우 강경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북한은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을 시행한 이후 대북전단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올해도 탈북민들이 대북전단과 코로나19 관련 의약품 등 물품을 살포했으나, 북한에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이 코로나19의 유입경로로 대북전단·풍선을 거론한 데는 방역위기 원인을 남한으로 몰아가기 위한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코로나19 유행 사태를 외부에 대한 문을 여는 계기가 아닌 내부 결속 강화의 계기로 삼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대외적으로 다른 '행동'을 취하진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북한은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방역 위기를 안정적으로 해소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장마철 폭우 대응과 경제목표 달성을 위한 철저한 계획 이행을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내부적으로 먼저 대응해야 할 과업이 많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이 방역위기 책임을 외부로 돌리면서 민심을 수습하고, 내부결속을 통해 각종 과업 이행에 박차를 가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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