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 7000병 한정판 와인까지".. 변방국의 반란 일으킨 트라피체 와인 양조가

배동주 기자 입력 2022. 7. 1. 10:39 수정 2022. 7. 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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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벙커 찾은 수석 와인 양조가 세르지오 에두아르도 카세
말벡에서 샤르도네, 시라 등으로 와인 품목 확장
국내 판매 아르헨 와인 3개 중 1개는 트라피체..한국에서만 100억 이상 매출

품질은 떨어지지만, 값이 싼 와인. 아르헨티나 와인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였다. 그러나 2004년 이러한 인식을 바꿔놓는 사건이 생겼다.

세계 3대 주류품평회 중 하나인 영국의 국제주류품평회(IWSC)에서 아르헨티나 와이너리 트라피체가 ‘올해의 와이너리’에 오르면서다.

트라피체는 이후 2006년 2014년 각각 IWSC 선정 올해의 와이너리에 이름을 올렸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고급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가 아닌, ‘저가 와인’ ‘벌크 와인’으로 인식됐던 아르헨티나의 와이너리가 올해의 와이너리가 된 것은 변방국의 반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 시장에 통한 트라피체 와인은 이제 한국에서도 사랑받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29일 와인 전문 매장인 보틀벙커 개점 후 처음 연 와인 시음 행사에 트라피체를 택했다. 아르헨티나 와인을 새로 조명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지난 20일 예약 페이지가 열리자 전 좌석이 매진됐다.

조선비즈는 롯데마트의 보틀벙커 행사를 위해 방한한 트라피체 수석 와인 메이커(양조가) 세르지오 에두아르도 카세를 시음 행사 하루 전인 지난 28일 만나 아르헨티나 와인의 경쟁력에 대해 물었다.

그는 “그동안 내수 시장에 집중했을 뿐 세계 시장에 통할 수 있는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1위 와이너리인 트라피체의 수석 와인 메이커 세르지오 에두아르도 카세. /배동주 기자

트라피체는 아르헨티나 서부 내륙의 멘도사 지역에 1883년 설립된 아르헨티나 와인 명가다. 이곳은 1992년 세르지오 카세가 와인 메이커로 합류한 뒤 한층 더 성장했다. 내수 시장을 위한 저가 와인에서 고가 와인으로 품질 변화를 추진, 내수와 수출 모든 면에서 1위에 올랐다.

카세는 “아르헨티나 정부 주도로 들여온 말벡(포도 품종)이 멘도사 지역 기후에 꼭 맞게 자리 잡으면서 말벡에 기반한 와인을 주로 만들었을 뿐 말벡 외에도 모든 포도가 잘 자라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면서 “시라, 샤르도네 등으로 와인을 만들자 시장이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멘도사는 와인을 위한 포도 재배에 특화된 기후 환경을 지녔다. 안데스산맥 기슭에 자리한 멘도사 지역은 해발 1500m의 고지대에 위치해 풍부한 일조량을 갖췄다. 태평양에서 안데스 산맥을 넘은 건조한 바람 덕에 병충해가 적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트라피체는 이곳에서 말벡 외 다양한 품종을 활용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2018년 선보인 ‘트라피체 싱글빈야드 샤르도네 라스 피에드라스’가 대표적이다. 이 와인은 말벡을 활용한 레드 와인이 아닌 프랑스 화이트 와인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샤르도네로만 만들어졌다.

카세는 “라스 피에드라스는 아르헨티나어로 바위를 뜻한다”면서 “바위가 많은 포도밭은 토양 내 석회질이 풍부해 포도에 유효한 양분의 흡수를 돕고 당도를 높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200m 고지대에 위치한 단일 포도밭에서 나온 샤르도네로만 생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와인 제조 방식도 트라피체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세르지오 카세는 포도 재배 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포도를 맛보고 수확 시기를 직접 결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각 와인의 특성에 맞춰 오크통, 스틸탱크, 콘크리트탱크 등을 선정, 각기 다른 방식을 사용해 숙성한다.

카세는 “콘크리트 탱크에서 숙성한 와인은 짭조름한 미네랄 맛을 내는 반면 오크통에서 숙성한 와인은 유산발효 등으로 인해 산도를 지니는 특성을 갖는다”면서 “과실향을 그대로 살리는 스틸 탱크 발효 등을 모두 사용하고 이를 한 와인에서도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르지오 카세가 아르헨티나 멘도사 지역의 기후에 대해 그림을 그려 설명하고 있다. /배동주 기자

세르지오 카세는 아르헨티나 와인의 대표 품종인 말벡을 활용한 특별한 와인 생산도 추진하고 있다. 트라피체 최상위 와인인 마노스가 그의 손에서 출발했다. 아르헨티나어로 손을 뜻하는 마노스는 포도 수확부터 압착, 병입, 라벨링까지 모두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게 특징이다.

그는 “포도나무를 심고 물을 주고 수확하고 발효하는 와인이 생산의 전 과정에 사람의 노력이 들어가는 데 이 같은 노력을 한병의 와인에 모두 담아보고자 했다”면서 “포도 품질이 좋은 해에만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 한해에 약 7000병만을 한정 생산한다”고 말했다.

와인 메이커로서 그는 와인의 풍미에는 ‘균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와인은 숙성 정도에 따라 와인 맛과 향에 미묘한 차이가 생긴다”면서 “산도와 과일향, 농도 등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고루 마시기 좋은 와인이 훌륭한 와인”이라고 했다.

세르지오 카세의 노력은 국내 와인 시장에서 통하고 있다. 국내 와인 시장에 팔리는 아르헨티나 와인 3병 중 1병이 트라피체 와인이다. 말벡 중심 레드 와인의 품질을 높이고 화이트 와인은 물론 스파클링 와인까지 국내에 판매, 한국에서만 100억원 이상 매출을 내고 있다.

세르지오 카세 와인 메이커는 프랑스의 포므롤, 보르도, 샤토뇌프 뒤파프, 이태리 토스카나, 미국의 나파밸리 등을 거친 와인 양조 전문가로 꼽힌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스까이를 비롯해 트라피체 브랜드 전체의 와인 생산을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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