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광고를 대하는 속마음 "포털이 빨대 꽂는 느낌" [슬기로운 창업생활]

이혜선 입력 2022. 7. 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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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은 비슷한데 늘어나는 광고비, 줄어드는 영업이익.. 광고를 안 할 수도 없고

20년 다닌 회사를 나오기 전, 회사 밖 생활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와보니 그렇게 두려워 할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저의 시행착오가 회사 밖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편집자말>

[이혜선 기자]

아침에 일어나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밤새 주문이 얼마나 들어와 있는가 살펴보는 것이다. 보통은 새벽에 일어나 글을 썼는데 남편과 같이 사업을 한 이후로는 바뀌었다. 주문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리뷰 점수 중 낮은 것은 없는지 살펴본다. 주문이 많든 적든 주문량을 체크 하면서 잠이 깬다.

그 다음으로 하는 일은 광고데이터를 살펴본다. 몇 명이나 유입되었으며, 유입경로는 어디인지, 어떤 키워드로 들어오는지 확인한다.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매일 아이를 보살피듯 쇼핑몰을 살피는 것이다. 마치 아이가 밤새 잘 잤나 확인하듯이.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쇼핑몰 데이터를 체크하는 것이다.
ⓒ 출처 Pixabay
 
마지막으로 광고비가 얼마나 나갔는지 확인한다. 매출이 늘어나고 유입량이 많을수록 광고비도 늘어난다. 요즘 고민 중 하나는 광고비가 많이 나간다는 것이다. 전년도에 비교할 때 매출은 비슷한데, 광고비가 늘어나다보니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다.

"포털이 우리 영업이익에 빨대 꽂고 있는 느낌이야."

지난달 남편이 정산을 하며 말했다. 광고비가 늘어나는 분야는 키워드 광고였다. 키워드 광고는 소비자가 특정 키워드로 검색하고 클릭할 경우, 클릭당 광고비를 지불하는 것인데, 키워드마다 가격이 다르다.

당연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 키워드는 가격도 높다. 대표적으로 화장품이나 의류 관련 키워드는 입찰가가 높다. 우리 제품은 시장이 크지 않아서 몇 백 원에서 몇 천 원 사이에 키워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몇 백 원짜리 키워드가 싸다고 생각하지만, 자칫 잘못했다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는 게 키워드 광고다. 때문에 매월 광고효과를 분석하고 최적화를 시키고 있다.

키워드 가격은 입찰 방식으로 정해진다. 즉, 가장 많은 돈을 지불한 업체가 1위, 그 다음은 2위로 노출된다. 예를 들면 100원을 내고 광고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다른 업체가 200원을 낸다면 우리 광고는 2위로 떨어진다. 상위로 노출되는 업체에게는 블로그와 같은 컨텐츠도 노출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는데, 광고영역이 확대되는 것이라 시각을 사로 잡는다. 그러다보니 주요 키워드는 상위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지금은 광고시스템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지만, 처음엔 이런 광고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해서 꽤나 애를 먹었다. 광고 용어조차 몰라서 하나하나 배워야 했다. 광고 대행사에 맡기면 좀 수월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 직접 해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맨땅에 헤딩하듯 광고를 배워 나갔다.

몸으로 배운 광고
 
 광고는 중요하지만, 과도하면 영업이익이 낮아진다.
ⓒ 출처 Unsplash
 
최근 광고금액이 늘어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경쟁사와의 과도한 경쟁이 있었고, 두 번째는 키워드 개수의 증가였다. 우리와 비슷한 제품을 파는 경쟁사와 관련 키워드 상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경쟁사가 10원이라도 더 금액을 지불하면 상위를 빼앗겼다. 그렇게 조금씩 입찰금액을 높이다보니 몇 백 원짜리 키워드가 몇 천 원짜리 키워드가 되었다. 경쟁사와의 경쟁으로 검색사이트 배만 불리는 꼴이었다.

또 하나는 광고하는 키워드 개수가 늘어난 것이다. 사람들은 더 나은 정보를 찾기 위해 키워드를 세분화해서 검색한다. 예를 들면 '원피스'에서 시작해서 '롱원피스', '빅사이즈원피스', '여름원피스' 등 더 세분화된 키워드로 접근하는데, 세분화 된 키워드도 모두 광고를 할 수 있다.

세분화된 키워드에도 우리 쇼핑몰로 유도할 수 있도록 광고를 해야 했다. 처음 한 개의 키워드로 시작했던 광고는 수십 개의 키워드로 늘어나게 되었고, 그것이 광고금액이 증가된 이유였다. 물론 새로 추가된 키워드도 경쟁사와의 경쟁은 필수였다. 모르긴 몰라도 경쟁사도 광고금액 지출이 클 것이다.

광고금액이 너무 커진 것 같아 한번은 광고를 내린 적이 있다. 광고를 내림과 동시에 매출도 줄었다. 광고비가 늘어나면 매출도 늘었고, 광고비가 줄면 매출도 줄었다. 광고는 '뜨거운 감자'였다.

오늘 아침에도 확인해보니 꽤 많은 광고금액이 나갔다(키워드 광고지출금액은 일별로 확인 가능하다). 계절을 타는 제품이다보니 여름이 다가오면서 매출이 조금씩 늘고 있는데, 많이 유입되었다는 이야기는 광고를 많이 클릭했다는 것과 같다.

마케팅 담당이면서 사업자인 나는 광고비를 줄일 수 없을까 매번 고민한다. 해결책을 찾다보니 결국은 브랜딩을 해야 하고, 팬덤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특정 브랜드의 신제품이 출시되면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구매해주는 고객이 확보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어느 마케팅 강의에서인가 BTS가 인스타그램에서 그냥 한번만 사용해줘도 그 제품은 폭발적으로 구매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BTS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팬덤 문화는 쉽게 볼 수 있다. 포켓몬빵을 사기 위해 밤에 편의점 앞에 줄을 서게 만들고 인증샷을 찍어서 SNS에 공유하는 것, 명품을 사기위해 백화점 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해서 오픈런을 하는 것, 이것들이 모두 팬덤문화의 하나다.

처음엔 '그래 이거야!' 하면서 나름 쫓아하려고 고민했었다. 그러나 곧 깨달았다. 우리 제품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오픈런을 하고, 줄을 선다는 것이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꿈이라도 크게 꾸면 좋으련만, 상상조차 잘 되지 않으니 뭔가 사업을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우려되었다. 그러나 상상력이 부족해서도, 실천력이 부족해서도 아니었다. 우리 제품은 좀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 방법도 있다

팬을 만드는 방법은 기쁨과 즐거움을 주어야 하는 것인데, 우리 제품은 기쁨과 즐거움을 주기보다는 문제해결에 가까웠다. 물론 문제해결을 하고나면 기쁨을 주게 되겠지만, 기쁨 이전에 기능이 중요한 제품이었다.

마케팅 전문가의 조언은 참고만 할 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 제품에 최적화된 마케팅 방법이 필요했다. 내 제품은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이니까. 결국 마케팅은 아이디어 싸움이었고, 그 아이디어가 성공하면 광고비를 줄일 수 있으리라.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해법을 찾기 위해 공부하는 것 밖에 없다.
ⓒ 출처 Unsplash
 
고민이야 많았지만 사실 나는 지금까지도 광고비를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얻지 못했다. 관련 분야의 중소기업을 모델로 벤치마킹도 해보았지만, 아직도 해법은 찾지 못했다. 지금의 방향은 광고비를 당장 절약하기 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을 때까지 광고지를 최적화 하며 유지하기로 했다. 적절한 광고비는 이득이니까.

회사 밖에서 사업을 하면서 가끔 이전에 근무했던 회사에 감사할 때가 있는데, 바로 이런 때다.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해결 방법도 있다는 것. 고민한 만큼, 시간을 들여 노력한 만큼 해법은 보인다. 나는 오늘도 열심히 데이터를 분석하고 책을 뒤적인다.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회사는 커지고, 나는 어느 새 우리 제품의 마케팅 전문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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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ongmami)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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