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이약스럽나요?" "아뇨, 라피트스럽네요"..보르도 클래식 '레정드R'을 만났다

김관웅 2022. 7. 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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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디 샤봇 DBR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매니저 인터뷰
DBR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매니저

"뽀이약스럽나요?" "아뇨, 라피트

[파이낸셜뉴스] "와인, 어떤가요. 뽀이약(Pauillac)스러운가요?"(엘로디 샤봇)
"뽀이약스럽다기 보다는 라피트(Lafite)스럽네요" (기자)
DBR(Domains Barons de Rothschild Lafite)이 만드는 '레정드 R(Les Legendes R)' 와인을 홍보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DBR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매니저 엘로디 샤봇(Elodie Chabot)이 인터뷰 중간 되레 질문을 던졌다.

보다 생생한 인터뷰를 위해 테이블 위에 세팅된 '레정드 R 뽀이약 2018(Les Legendes R Pauillac 2018)'을 홀짝이던 기자에게 샤봇이 던진 질문은 사실 이날 기자가 준비한 내용보다 더 날카로왔다. '뽀이약스럽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왜 이 단어를 썼을까. 답변을 위해 몇 초가 흐르는 사이 머릿속은 한참 바빴다. 답을 내놓고 와인을 홀짝이다보니 이 한 마디의 질문과 답변이 이 날 인터뷰의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을 알았다.

지난 24일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DBR 아시아태평양 마케팅을 총괄하는 엘로디 샤봇과 만났다. DBR은 프랑스 보르도 최고의 특급와인 샤또 라피트 로췰드(Chateau Lafite Rothschild)를 생산하는 와이너리다.

샤봇은 레정드 R에 대해 "보르도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 DBR의 노하우를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경험할 수 있는 와인"이라고 소개했다. 샤봇은 "1995년 빈티지부터 출시되기 시작한 레정드 R은 DBR만의 뛰어난 양조기법을 어떻게 하면 일반 소비자가 보다 쉽게 경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탄생했다"며 "가격적으로도 접근하기 쉽고 바로 열어도 마시기 좋은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DBR은 보르도에서 샤또 라피트 로췰드와 뒤하르 밀롱(Duhart Milon) 등 그랑크뤼 클라세 와인과 레방질(Levangile) 등 고가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지만 워낙 고가의 와인들이어서 일반인들이 사먹기는 쉽지않은 와인이다. 그래서 1995년 빈티지를 시작으로 레정드 R이 탄생한 것이다.

레정드 R은 접근성 등 여러가지 면에서 문턱을 낮췄지만 결코 호락호락한 맛이 아니다. 일단 와인이 엄청나게 맛있다. 이날 경험한 레정드 R 뽀이약은 상당히 매혹적이었다. 잔에 따라진 와인은 아주 맑으며 루비빛으로 반짝거린다. 보르도 와인을 뜻하는 '클라레(Claret)'라는 말이 확 떠오르는 모습이다. 잔에서는 블랙 계열 아로마가 주를 이루며 고급 와인에서 나는 카시스 향이 얇게 피어오른다. 삼나무, 민트, 젖은 낙엽, 동물가죽 향이 섞여 있으며 약간의 연유 향도 언뜻 스쳐간다. 그런데 감칠맛을 주는 그 향도 있다. 주로 산지오베제(Sangiovese)에서 많이 나는 향이다.

입에 넣어보면 투명하고 맑은 와인답게 질감이 중간 혹은 중간 이하로 아주 가볍다. 산도는 중상 또는 그 이상이다. 와인이 목을 타고 지나간 후엔 얇게 타닌이 남는다. 아주 잘게 쪼개진 타닌으로 혀를 살짝 발라버리는 그 정도다. 타닌이 강하기로 유명한 뽀이약 와인이지만 출시 후 바로 마시기 좋게 만들었다는게 바로 이 때문이다. 뒤이어 약간의 연유향이 안개처럼 입안에서 비강으로 올라온다. "엘레강스(Elegance)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뽀이약스럽나요?" "아뇨, 라피트

샤봇은 "DBR은 오크통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와인 메이커의 의도를 오크를 통해 정확하게 담아낼 수 있다"며 "레정드 R은 오크의 토스팅(굽기)을 미디엄 이하로 약하게 처리하기 때문에 연유향이 배게 된다"고 설명했다.

레정드 R은 병입을 마치고 출시한 직후부터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와인이지만 5~7년, 10년 이상의 장기숙성도 가능하다. 샤봇은 "장기 숙성을 하게 되면 여느 보르도 좋은 와인처럼 아로마 향이 줄고 다른 2차향과 3차향이 나게 된다"며 "출시 직후에도 장기숙성을 거친 후에도 우아한 와인을 모습을 유지하는 게 바로 DBR의 노하우"라고 말했다.

샤봇은 레정드 R에 대해 "보르도가 다 담겨있다"고 했다. 레정드 R은 '보르도(Bordeaux)'를 시작으로 좌안의 '메독(Medoc)', '뽀이약(Pauillac)'이 있으며 우안의 '생떼밀리옹(Saint-Emillion)'라인까지 모두 생산한다. 보르도 유명 산지 아펠라시옹(Appellations)의 맛을 다 담고 있다는 말은 이 때문이다.

레정드 R 뽀이약은 라피트 로췰드와 뒤하르 밀롱이 생산되는 포도밭의 포도를 50% 사용하고 뽀이약에서 계약한 농가의 포도 50%를 섞어 사용한다. 포도 자체도 워낙 훌륭하지만 이 포도를 터치하는 기술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또 다른 라인들도 해당 지역의 떼루아를 정확하게 표현한다.

DBR 와인메이킹을 담당하는 디안

라피트 로췰드로 대변되는 DBR 와인은 보르도에서 가장 클래식한 와인을 만드는 곳이다. 샤봇은 와이너리의 와인메이킹을 담당하고 있는 디안 플라망(Dianne Flamand)의 말을 대신해 "보르도의 클래식은 고급스런 아로마에 복합미를 갖추고, 산도가 좋으며, 음식과 조화를 잘 이루는 와인을 말한다"며 "그래서 보르도의 클래식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13.5%를 넘어가지 않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오늘 경험한 레정드 R 뽀이약이 왜 이처럼 우아한지, 그동안 마셔본 라피트 로췰드 계열의 와인들이 왜 질감이 두텁지 않고 하늘거리는지가 설명되는 말이었다.

실제로 DBR은 라피트 로췰드를 비롯해 보르도에서 생산되는 DBR 와인은 생떼밀리옹 산지의 와인을 제외하고는 절대로 알코올 도수 13.5%를 넘기지 않는다. 질감이 무겁지 않고 산도가 좋은 우아한 와인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무조건 들이대는 힘만 좋은 와인이 아니라 마치 여러 갈래의 얇은 실이 하나의 큰 줄을 만들어내듯 빚어내는 섬세한 아로마가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샤봇은 "한국 시장은 최근들어 프랑스 와인 소비가 급격하게 늘고 있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곳"이라며 "레정드 R 시리즈를 통해 DBR만의 노하우를 담은 진정한 보르도 클래식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뽀이약스럽나요?" "아뇨, 라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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