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공예 '엄지 척'..로에베재단공예상 우승 첫 한국인 정다혜

이한나 2022. 7. 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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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갓 만들던 말꼬리가 멋진 바구니로 승화
서울공예박물관 '로에베 재단 공예상'전시
세계적 공예작가 30인 한자리에
서울공예박물관에서 7월 한달간 열리는 로에베공예전에 출품된 우승자 정다혜 작품 [이한나 기자]
손부채질에도 가볍게 흔들리는 폼새가 우아하다. 바람을 품고 천상계 존재로 날아갈 듯 하다.

한국 공예가 정다혜(33)가 가늘고 고운 말총(말의 갈기나 꼬리털)을 꼬아서 빗살무늬 토기 형태로 만든 공예 작품 '성실의 시간'이다. 주로 전통 갓을 만들던 소재를 현대적인 재해석한 이 오브제로 로에베재단 공예상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스페인 고급패션업체 로에베가 2016년 만들어 올해로 여섯번째 우승자를 배출했는데 한국인이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 30일 시상식에서 그는 5만 유로(약 6800만원)와 상패를 받았다.

그의 작품을 포함해 최종 결선작가 30여명의 작품을 모은 '로에베재단 공예상'전시가 서울공예박물관 1동에서 7월 한달간 무료로 열린다.

스페인 로에베 재단(이사장 쉴라 로에베)은 2013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이 합류한 후 '장인 정신'을 되살리고 공예작가를 후원하기 위해 이 상을 제정했다.

정 작가는 "말총 공예는 한국이 가진 가장 독창적이면서도 독자적인 공예로 적어도 500년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서 "조선시대에는 말총으로 모자를 만들었는데 저는 말총의 특징을 살려 제가 원하는 삶의 방향성을 담은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500년 이상 우리가 향유했던 말총공예의 우수성과 시간이 증명된 것 같아 더욱 기쁘다"고 덧붙였다.

2022 로에베재단 공예상 우승자 정다혜와 말총공예 작품 [사진 제공 = 로에베재단]
이 작품은 가느다란 말총 소재로 평면이 아닌 바구니 형태의 입체적 조형으로 빚어내 더욱 강렬한 힘이 나온다. 작가는 조선시대 중기 사방관(四方冠)에 장식된 마름모꼴 무늬를 작품에 담아 말총 공예의 역사성을 담고자 했다.

심사위원장인 아나수 자발베아스코아는 "단순함 속에 복잡한 기술과 재능, 전통과 역사성을 담아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 결론에 도달한 우승작"이라며 "가벼운 소재로 형태감을 완벽하게 완성하면서도 손으로 한올 한올 엮어 인간적 고뇌를 느끼게 하는 아우라가 돋보인다"고 전했다.

조혜영 로에베재단 커미셔너는 "심사 과정에서 한국 공예가들이 창의성이 뛰어나고 과감하게 신기술을 적용하는 혁신성이 앞선 것으로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로에베재단은 전통·혁신·재료· 창의성 등에 초점을 맞춰 전세계를 대상으로 공예작품을 공모해 올해도 전세계 116개 국가에서 3100명이 응모에 참여했다. 한국 작가들은 최종 결선에만 가장 많은 7명이 진출해 수상 기대감이 높았다.

이번 전시에서 정 작가 외에도 김민욱(나무), 김준수(가죽), 정명택(가구), 정소윤(섬유), 정용진(금속), 허상욱(도자) 등 작품도 만나 볼 수 있다. 아울러 특별상(honorable mention) 수상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 공예가 안딜레 다알반, 독일 금속공예가 베라 지문트의 작품도 전시됐다.

특히 지난 2017년 스페인 마드리드를 시작으로 2018년 영국 런던 디자인박물관, 2019년 일본 소게츠 재단, 2021년 프랑스 파리 장식미술관 등 각국 공예·디자인 대표 박물관에서 결선 작가들 전시를 열었는데 약 1년 전부터 서울공예박물관이 전시 장소로 낙점됐다.

역대 우승자는 2017년 독일 목공예가 에른스트 갬펄, 2018년 영국 도예가 제니퍼 리, 2019년 일본 옻칠공예가 이시즈카 겐타, 2021년 중국 섬유공예가 린팡루 등이다. 로에베공예상 전시를 통해 전속 갤러리를 만나거나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전기가 마련됐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이번 국제협력 전시를 계기로 시민들이 국내외 수준 높은 공예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하는 계기가 되고 해외 귀빈들에게도 적극 홍보해 우리 공예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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