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이영표를 이겨라' 동네 축구에 2002 영웅들이 떴다!
■ "영표 아저씨, 그러시면 안 돼요~"
시간당 20mm가 넘는 굵은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달 30일 강원도 춘천시 강원대학교 대운동장. K리그 강원 FC의 지역 밀착 활동인 '인:프런트'에 참가한 남춘천FC의 50대 아저씨들이 전반전부터 골을 터뜨리는 이영표를 향해 애교 섞인 비명을 질렀다. 이영표 강원FC 대표와 한판 제대로 붙으러 온 남춘천FC 진영에서는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확실히(공 차는 게) 다르긴 다르다."
"내가 언제 이영표랑 한번 뛰어보겠어?", "그런데 이영표한테 태클 들어가면 어떻게 되지?"
"어떻게 되긴? 9시 뉴스에 나오지~"
춘천 지역의 50대 아마추어 축구 최강팀인 남춘천FC 회원들은 2002 한일월드컵 4강의 주역 이영표와 그라운드에서 직접 맞부딪쳐보더니 이런저런 감상평을 내놓기 바빴다. 강원FC배 동호인 축구대회 우승팀 자격으로 이날 이벤트에 초대된 남춘천FC 회원 17명은 전후반 5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라운드 위에서 장맛비를 흠뻑 맞았지만, 표정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강원FC 이영표 대표이사도 약속대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동네에서 공 좀 찬다는 아마추어들에게 '국대급 클래스란 이런 것이다'라는 걸 몸소 보여줬다.
올 시즌 K리그 팀들의 이런 지역밀착형 마케팅은 강원FC는 물론 울산 현대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 '홍명보를 이겨라' TV 속 홍명보가 내 눈앞에?
한국 축구의 '영원한 리베로'였던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도 지난달 3일 클럽하우스 내 연습 구장에 등장했다. 지역 축구 동호회 주당FC 선수들과 친선 경기를 하기 위해 시즌 중임에도 잠시 짬을 냈다. 홍 감독은 전후반 60분 동안 마치 실전인 것처럼 진지하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름 하야 FC HONG의 주장인 홍명보 감독은 이날 리베로로 투입돼 후방에서 날카로운 롱패스를 여러 차례 뿌렸다.
한국 축구 A매치 최다 출전의 기록(136경기)을 갖고 있는 홍명보 감독을 눈앞에서 보며 몸을 부딪쳐본 주당 FC의 김민범(34세) 씨는 축구가 단지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배웠다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중학생이었는데 그 때 TV로만 보던 전설들과 뛰면서 정말 행복했고, 홍명보 감독님과 땀을 흘리고 나서는(울산이)내가 사랑하는 팀이 된 것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울산 현대의 '홍명보를 이겨라' 이벤트에 신청한 울산 지역 축구 동호회는 총 10개 팀. 울산 현대 축구단은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가급적 모든 팀들을 초청해 '진짜' 홍명보를 이겨볼 수 있는 기회를 줄 계획이다.
■ 월드컵 영웅들의 지역 밀착형 감동 마케팅, 자라나는 K리그 팬심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영웅들의 이런 지역 밀착형 마케팅은 K리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다. 축구단의 대표 이사 혹은 감독이 직접 발 벗고 나서 팬들과 호흡하면서 K리그의 저변 확대를 위한 씨앗을 뿌리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 감독, 대표이사와 축구를 해 본 팬들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듯 빗속에서 온몸을 흠뻑 적시고 그라운드를 빠져나온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는 이런 말을 남기고 퇴근했다.
"축구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는 팬들과 소통하는 최고의 방법이 함께 축구하는 거라고 생각했고요. 모처럼 춘천에 있는 강원 FC팬들과 축구를 하면서 즐거웠습니다. 실제로 저희랑 축구를 했던 분들이 강원FC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요. (이런 경험을 가진 분들이)경기장 방문으로 이어지는 걸 확인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지역 밀착형 마케팅을 활성화할 방침입니다."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
손기성 기자 (s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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