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된다'는 의식은 살아있는 신체에 기반.. 생명이 곧 의식의 뿌리

이정우 기자 2022. 7. 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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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인식의 주체로서 '나'를 자연 세계와 분리시킨 르네 데카르트의 말은 오랫동안 서양 철학 존재론과 인식론의 기본으로 우위를 점해왔다.

그렇지만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자아(혹은 의식)를 자연의 바깥에 둔 데카르트의 이원론을 '유령 같은' 자유의지라 칭하며, 의식은 우리의 몸 안에서, 몸을 통해 발생하는 생물학적 프로세스라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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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된다는 것 아닐 세스 지음│장혜인 옮김│흐름출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인식의 주체로서 ‘나’를 자연 세계와 분리시킨 르네 데카르트의 말은 오랫동안 서양 철학 존재론과 인식론의 기본으로 우위를 점해왔다. 그렇지만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자아(혹은 의식)를 자연의 바깥에 둔 데카르트의 이원론을 ‘유령 같은’ 자유의지라 칭하며, 의식은 우리의 몸 안에서, 몸을 통해 발생하는 생물학적 프로세스라고 단언한다.

일례를 들어보자. 깊은 마취에 빠지면 뇌의 전기적 활동이 대부분 사라져 아무런 지각과 인식을 할 수 없다. 책은 이에 대해 ‘머릿속 신경 회로의 섬세한 전기화학적 균형을 바꿔 무언가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기저 상태를 일시적으로 사라지게 만든다’고 표현한다. 뇌가 여전히 살아 있음에도 의식은 사라진다. 그런 점에서 전신 마취는 의식의 일시적 소멸이다.

저자 아닐 세스는 신경과학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의식이란 무엇인가’란 주제를 참신한 관점에서 접근해 의식과학의 지평을 확장시켰다고 평가받는다. 이 책은 의식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의식적 경험의 주체로서 ‘내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그의 사유를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사물이 무엇인지 인식하기 위해 우리의 뇌는 고유한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여러 감각 신호를 조합하고, 축적된 정보에 따라 최선의 추측 결과를 만들어낸다. 인지적 능력인 지능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살아 숨 쉬는 유기체로서 감각과 더 깊은 관련을 가진다고 말한다. 이는 우리가 지각한 내용이 사물 그 자체는 아니란 얘기도 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의 지각은 창의적인 활동이란 가능성이 오히려 생긴다. 지각적 경험 속에 세상의 사물이 나타나는 방식을 뇌가 구축하고, 이것이 의식적 경험이 된다.

책은 이어 의식적 경험의 주체인 ‘자기’에 대한 규명을 시도한다. ‘살아 있다는 느낌’이라 이해될 수 있는 ‘체화된 자아’, 흔히 자유의지라고 부르는 ‘의지적 자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축적되는 한 개인으로서 고유한 경험을 가진 ‘서사적 자기’, 사회적 네트워크 안에서 형성되는 ‘사회적 자기’ 등을 종합하면 완전한 ‘자기’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치매, 기억상실증, 조현병 따위로 통일된 자아는 쉽게 풀려버리지만, 이들은 여전히 ‘자기’로 남아 있다. 그렇다면 ‘내가 된다’는 의식은 이성적인 마음도, 비물질적인 영혼도 아닌 살아 있는 신체에 기반한다. 생명이 곧 의식의 뿌리인 셈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인간만이 의식을 지녔다고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며 모든 동물을 의식의 주체로 승격시킨다. 동일한 맥락에서 로봇과 인공지능(AI)의 지능 수준이 아무리 높아진다고 할지라도 이들이 인간이 경험하는 의식 경험과 지각 능력을 가지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인간은 커다란 자연의 일부로서 의식의 주체로 자리한다. 356쪽, 2만 원.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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