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달동안 5번 일해"..파업·장마로 인력시장은 '구직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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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그친 1일 오전 5시께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부근 인력시장.
한 인력사무소 앞에는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 인력시장이 마감할 때까지 일자리를 찾지 못한 김용문(56) 씨는 "오늘(1일)부터 레미콘 운송 차주들이 파업한다는데 한 10일 또 놀겠다"며 "장마 좀 끝나나 싶었는데 파업을 한다니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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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 많지만 "일자리 없어요"
건설 일용직 13개월째 감소세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이영기 수습기자] 장맛비가 그친 1일 오전 5시께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부근 인력시장. 한 인력사무소 앞에는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매일 오전 4~6시 인력시장이 열리는 이 곳은 서울 대형 건설인력시장 가운데 가장 크다.
구로구에서 12년 동안 인력시장에서 일을 구했던 김광일(61) 씨는 최근 일자리 감소를 실감한다. 마지막으로 일한 게 열흘 전이라는 김씨는 “요즘은 잘해야 한 달에 5~6번 일하러 나간다. 오늘도 일 못할 거 같아서 바람이나 쐬러 왔다”고 말했다.
새벽마다 인력시장으로 출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최근 ‘허탕’을 치는 날이 늘어 고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감소세로 외국인 노동자 등 일하려는 사람은 늘었으나 장마와 화물노조 파업 등이 맞물리면서 일거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일당 자체도 줄었다.
이날 헤럴드경제가 만난 일용직 노동자들은 지난 6월을 ‘역대 최악의 달’로 꼽았다. 목수 경력 10년차인 정위(50) 씨는 “6월에는 장마와 화물연대 파업으로 목수는 아예 일을 못했다”며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작업을 해야 목수들이 일하는데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건설 일이 줄었다”고 했다.
레미콘 운송 차주들의 총파업이 이날 예고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날 인력시장이 마감할 때까지 일자리를 찾지 못한 김용문(56) 씨는 “오늘(1일)부터 레미콘 운송 차주들이 파업한다는데 한 10일 또 놀겠다”며 “장마 좀 끝나나 싶었는데 파업을 한다니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지난 6월 30일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유진기업, 삼표산업 등 수도권 주요 레미콘 제조사들과 운송료 인상 관련 협상이 결렬돼 운송 거부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구직자는 몸값이 낮은 사람에게 밀리기도 했다. 17일째 일을 못하고 있는 이도율(56) 씨는 “경력이 3년 정도 있어 일당 18만원을 받는데 불법체류자 같은 사람이 일당 15만원을 받는다고 하면 밀린다”고 말했다.
일용직과 건설업체를 연결하는 인력사무소도 일자리가 줄어 고민이다. 구로구에 있는 A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5월까지는 하루 450명 정도 일터로 보냈는데 6월 중순부터 줄더니 오늘(1일)은 200명 정도 보냈다”고 말했다. B인력사무소 관계자도 “건설 자재비 인상, 건설업계 노조 파업, 장마 여파로 일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데려가려는 사람이 없다”며 “내국인·중국인 가리지 않고 일자리 구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 일용직 일자리 자체가 줄어든지도 오래다. 지난 6월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지표’에 따르면 5월 취업자 수는 93만5000명 증가해 동월기준 최고치를 달성했다. 하지만 일용근로자는 지난해 5월부터 13개월째 감소세를 보이며 지난 5월 한 달 간 9만1000명 감소했다. 통계청은 “일용직이 많은 건설업, 숙박·음식점업 등에서 취업자 수는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오전 6시30분이 되자 인력사무소 앞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임종환(55) 씨는 “2019년에는 일주일에 5번 일했는데 최근 2주 동안은 일을 2번 나갔다”며 “올해, 그 중에서도 지금이 제일 일을 구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털어놨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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