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은 모세의 후손?.. 전세계 古書에 기록된 한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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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던 '옛날 옛적'에, 이런 말들이 돌았다.
예컨대, 일본이 백제와 신라, 가야 지방을 지배했다고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을 최초로 소개한 서구 서적인 '일본교회사'가 어떻게 조선의 지식사회를 뒤흔들었는지에 대해, 그리스어의 '네'가 한국의 '네'와 같다는 이유로 우리를 고대 그리스의 후손으로 만들어버리는 '한국인은 백인이다'의 허무맹랑함에 대해, 그리고 "달콤하고 정겹지만 결코 서구인을 넘어서지는 못할 착한 미개인"이라고 기술한 '가련하고 정다운 나라 조선'이 얼마나 서구중심주의에 물든 위선과 혐오의 말들을 내뱉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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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1천 권의 조선│김인숙 지음│은행나무
‘모세의 후손, 이스라엘의 사라진 열 지파 중 하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외모에 병에 잘 걸리지 않는 사람들’ ‘금과 은이 풍부한 나라’ ‘자유연애를 하고 부모의 허락 없이 결혼할 수 있는 나라’ ‘나이를 먹지 않는 나라’ ‘겁 많고 게으르며 비능률적인 민족’….
한국이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던 ‘옛날 옛적’에, 이런 말들이 돌았다. 우리도 몰랐던 우리. 낯설고 황당하고 웃기다. 이스라엘이라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니, 나이를 먹지 않는다니, 겁 많고 게으르다니. 어느 판타지 소설 속 가상의 나라인가. ‘코레’ ‘솔랑가’ ‘칼렘플루이’ 등으로 불리던 우리나라(신라, 고려, 조선)는 서구인들에겐 정말 그랬던 모양이다. 세계의 끝이자 알려진 바 없는 미지의 땅. 상상은 환상이 됐고, 어딘가엔 전설로, 그리고 지금 우리에겐 책이 돼 남겨졌다.
‘1만 1천 권의 조선’은 김인숙 소설가가 그렇게 오래고 희한한 말들이 담긴 희귀한 책 46권에 대해 쓴 산문이다. 명지-LG한국학자료관에서 1만1000권의 고서를 만난 김 작가는 ‘하멜 표류기’를 비롯해 키스의 ‘오래된 조선’(사진), ‘중국도설’, ‘한국서지’ 등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웨덴어 등 다양한 언어로 쓰인 책들을 탐색한 후, 이 ‘책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예컨대, 일본이 백제와 신라, 가야 지방을 지배했다고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을 최초로 소개한 서구 서적인 ‘일본교회사’가 어떻게 조선의 지식사회를 뒤흔들었는지에 대해, 그리스어의 ‘네’가 한국의 ‘네’와 같다는 이유로 우리를 고대 그리스의 후손으로 만들어버리는 ‘한국인은 백인이다’의 허무맹랑함에 대해, 그리고 “달콤하고 정겹지만 결코 서구인을 넘어서지는 못할 착한 미개인”이라고 기술한 ‘가련하고 정다운 나라 조선’이 얼마나 서구중심주의에 물든 위선과 혐오의 말들을 내뱉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작가적 상상력과 섬세한 시선이 더해진 책은 서구인들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과 시대상을 흥미진진하게 펼쳐 놓는다. 특히 120여 장의 생생한 고서 사진들의 역할이 크다. 책의 물성을 전달하는 사진들은 더욱 풍부한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저자의 표현대로 “이야기를 담은 몸”인 책이 “그 몸에 묻은 얼룩, 문신같이 새겨진 낙서, 찢기고 갈라진 흉터” 등과 어우러져, “몸과 정신으로 완성”되고, 그 순간을 공유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제 그 아름다운 몸 속에, 그저 마음을 맡기면 되는 것. 이때 고서들의 세계를 탐닉하며 저자가 느꼈을 황홀함이 우리에게도 와 주는 건, 당연하고도 감사한 덤이다. 440쪽, 2만2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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