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이 쟁점이 아니다"라는 민주당..그러면 무엇이 쟁점이었나요?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월북 번복 결정 과정에 국가안보실이 깊게 연루됐다며 국민의힘이 '월북몰이'를 한다는 공세를 펴고 있다. 민주당 내 서해 공무원 사망 사건 TF는 "2년 전 월북 판단 결과를 뒤집을 만한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며 윤석열 정부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그런데 시간을 조금 되돌려 당시 기억이 선명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주장이 너무나 낯설다. 최초 사건 당시 '월북설'을 먼저 제기한 것은 국민의힘이 아닌 문재인 정부이기 때문이다. 사건 당시 사람들은 지난 21일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어업지도 공무원 A씨가 북측의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 과정을 궁금해했다. 그가 실종된 연평도 인근 해상과 그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산곶 일대까지 거리가 수십km나 됐기 때문이다. 연평도 인근 해상이 접경지대인 것은 맞지만 수영선수도 아닌 일반인이 단순 '부유물'에 의존해 NLL을 넘었다는 설명은 자연스럽지 않았다. 여기에 해경은 국제해사기구(IMO)의 조난·해상안전제도(GMDSS)에 따른 해상교통문자방송(NAVTEX·Navigation Telex)을 통해 공무원의 재난 구조 협조신호를 전파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재난으로 인해 북한으로 떠밀려 갔다는 설명이 맞는다고 해도, 수십km를 떠내려와 기진맥진해 있을 사람을 사살했다는 설명이 돼 자연스럽지 않았다. 모두가 가장 많은 정보를 쥐고 있을 정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2020년 9월 24일 첩보 입수부터 대응까지 시간 순서대로 브리핑을 하는 과정에서 '월북의사를 밝힌 실종자를 사살 후 시신을 화장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직접 설명했다. 이 설명이 나오면서 모든 궁금증의 초점은 '정말 월북이 맞는가'로 모아졌다. 심지어 해경의 경우 이 브리핑이 나온지 사흘 뒤인 27일까지도 '북한의 우리 국민 사살·화형 만행 진상조사 TF'를 가동해 동료 승무원, 이씨의 유물과 주변 정황 등에 대해 수사를 벌였으나 확실한 월북 정황을 찾지 못했고, 이에 해경이 군에 '월북이라 판단한 근거자료'를 요청하는 상황도 있었다. 군이 당시 다음날인 28일까지 제공 여부를 판단해 알려주기로 했고 해경은 29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월북이라는 결론을 내놓는다. 국립해양조사원 등 국내 4개 기관의 분석 결과 A씨가 실종됐을 당시 단순히 표류됐다면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남서쪽으로 떠내려갔을 것으로 추정했고, 이를 밝히기도 했던 해경이 막상 다른 결론을 내놓은 것이다.
'월북설'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민간인을 해상에서 사살하고 시신까지 소각한 북한의 대응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줄여줬다. 해상사고인 세월호 사건 당시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만족할 때까지 진상 규명을 해 한 사람의 국민도 억울한 죽음이 없게 하겠다고 했던 문재인 정부의 기조가 북한이 끼자 흐트러진 것은 아닌지, 문재인 정부가 이끌었던 남북 평화 분위기가 깨진 것은 아닌지 궁금해하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잦아들게 만들었다. 당시 청와대는 "9·19 군사합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면서도 "세부 항목 위반은 아니다"라고 말했고, "북한의 행위에 대해 정부 성명으로 규탄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한 것"과 '북한의 사과'를 강조했다. 다만 후속조치인 남북한 합동조사는 흐지부지됐다. 이렇게 보면 월북설은 오히려 국민의힘이 제기한 쟁점이라기보단 민주당의 쟁점에 가깝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제 와 "월북은 쟁점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말실수'라고 현장에서 곧바로 정정했지만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말하는 의원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궁금증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과연 그러면 무엇이 쟁점이었나. 진짜 쟁점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북한이 왜 우리 국민을 총살한 뒤 소각했는지', '혹은 왜 그런 상황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에게 어떤 대응을 했고 어떤 요구를 했는지, 후속조치는 잘 됐는지, 유가족에게 진상규명은 납득할 수 있게 됐는지가 아니었을까.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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