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잠시 멈추자.. 산책 나온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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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든 6월의 어느 날.
달팽이 한 마리가 길을 가로지르고 있다.
평소 만날 일 없는 관계인데 이렇듯 길 가다 우연히 만나니 옛 친구를 만난 듯 참 반갑고 신기하다.
달팽이가 길을 무사히 건널 때까지 지켜보며 도심 속 유별난 장마철 풍경 하나를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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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풍경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든 6월의 어느 날.
한바탕 퍼붓던 비가 ‘잠시 멈춤’한 사이 급하게 산책길에 올랐다.
언제 다시 비가 내린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짙게 깔린 구름은
급한 마음에 더해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들었다.
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난 인왕산 비탈길을 오르는데,
달팽이 한 마리가 길을 가로지르고 있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학창 시절 생물시간에 간유리판을 기어오르는 모습을
관찰하던 추억에 ‘일단정지’해 바라본다.
달팽이는 보통 건조한 낮 동안은 단단한 껍질 속에 숨어 있다가
해가 지고 습한 저녁에 주로 활동하는데 장맛비로 촉촉이 젖은 때를 틈타
옆 동네로 마실 나가는 모양이다.
평소 만날 일 없는 관계인데 이렇듯 길 가다 우연히 만나니 옛 친구를 만난 듯 참 반갑고 신기하다.
마치 빛의 속도(사람의 보행속도는 평균 시속 4.8㎞다)로 지나가는 사람을
시속 0.048㎞로 움직이는 달팽이가 멈춰 세우는 마력에 비유할 수 있을까?
■ 촬영노트
“달팽이 학교에서는 이웃 보리밭으로 소풍 다녀오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는 동화 속 글을 떠올려 보며 비를 피할 요량으로 서둘렀던 마음을 다 내려놓는다. 달팽이가 길을 무사히 건널 때까지 지켜보며 도심 속 유별난 장마철 풍경 하나를 남겨 본다.
김동훈 기자 dh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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