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명화랑 110여곳 서울서 한자리.. 英측 지나친 '독단 운영' 눈살

장재선 기자 2022. 7.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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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의 독단이 분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각국 유명 화랑들이 서울에 몰려 세계 미술계가 우리를 주목하게 된 장점을 생각하고 참아야지요. 저들을 이길 수 있도록 우리 실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지요."

한국화랑협회 관계자는 "키아프와 프리즈 측이 협의하는 내용도 있지만, 사실상 따로 운영하는 게 맞는다"며 "우리 미술 시장 전체가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저들의 독단을 감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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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로스앤젤레스’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프리즈 서울 제공

■9월초 ‘프리즈 서울’ 개최

세계 3大 아트페어…亞선 처음

해외교류 통한 韓 미술계 경사

가고시안·글래드스톤·쾨닉 등

세계 손꼽히는 유명 화랑 참여

키아프와 공동 프로그램 없어

英 프리즈측 사실상‘단독페어'

시장 성장계기 기대만…‘씁쓸'

“저들의 독단이 분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각국 유명 화랑들이 서울에 몰려 세계 미술계가 우리를 주목하게 된 장점을 생각하고 참아야지요. 저들을 이길 수 있도록 우리 실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지요.”

한국화랑협회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이렇게 말했다. 영국 프리즈(Frieze)가 한국 측과 아트페어를 공동 주최하기로 해 놓고 ‘딴살림’을 꾸리고 있는 것에 대한 소견이었다.

프리즈는 한국화랑협회가 주관하는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와 함께 오는 9월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프리즈 서울’을 연다. 세계 3대 아트페어로 불리는 프리즈가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미술 시장을 여는 것은 한국 미술계의 경사다. 화랑협회가 황달성 회장 체제 이후 우리 미술의 국제화를 표방하며 해외 교류를 활발히 추진한 노력의 결실이다. 한국 미술 시장이 활황을 구가하며 해외 화랑들의 마케팅 타깃으로 부각된 상황도 작용했을 것이다.

프리즈 서울 측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여 개국 110여 개 화랑이 이번 아트페어에 참여한다. 참가 신청을 한 수백여 갤러리 중 선정된 곳들이다. 메인 섹션에는 가고시안, 글래드스톤, 쾨닉, 리만 머핀, 페이스, 타데우스 로팍, 페로탕, 화이트 큐브 등 해외 저명 갤러리 90여 곳이 참여한다. 국내 화랑은 국제갤러리를 비롯해 아라리오, 바톤, 제이슨함, 조현, 리안, 원앤제이, PKM 갤러리 등 8곳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계 뉴욕 화랑인 티나킴갤러리도 포함됐다.

고대 거장부터 20세기 후반까지의 작품으로 구성된 ‘마스터즈’ 부문엔 국내 대표적 화랑인 학고재와 갤러리현대가 참여한다. 우찬규 학고재 대표는 “일찌감치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고 작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를 기반으로 개관한 갤러리의 작가 10명을 선보이는 ‘포커스 아시아’ 부문에는 P21과 휘슬이 각각 선정됐다.

그런데 이번 발표 내용엔 프리즈가 행사를 공동 주최하는 키아프와 함께 준비하는 프로그램이 없다. 장소만 함께 쓸 뿐이지 사실상 따로 페어를 꾸리는 것이다. 프리즈 측은 참여 갤러리 리스트도 키아프 측에 전하지 않은 채 단독으로 발표했다. 한국화랑협회는 공동 주최자이면서도 참여 화랑 목록을 비공식적으로 확인해야 했다.

프리즈 서울은 “공식 개막에 앞서 프리즈 위크(Frieze Week)를 통해 서울의 다양한 문화행사를 소개한다”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스페이스K, 아트선재센터 등이 참여한다”고 했다. 그러나 거명된 뮤지엄들은 모두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고, 프리즈 측은 잘못 발표했다며 자료를 수정했다. 이런 해프닝은 프리즈 측이 한국 미술계를 얼마나 소홀히 여기는지 보여준다.

한국화랑협회 관계자는 “키아프와 프리즈 측이 협의하는 내용도 있지만, 사실상 따로 운영하는 게 맞는다”며 “우리 미술 시장 전체가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저들의 독단을 감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협회는 세계적인 아트페어의 서울 개최를 통해 한국 작가들이 해외에 소개되는 장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컬렉터들이 외국 갤러리와 유명 작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 상황에서 프리즈가 한국 시장의 자본에만 관심을 둔다면, 한국 작가를 널리 알리겠다는 협회의 의욕은 구두선에 그칠 수도 있다.

한 미술평론가는 “해외 유명 화랑이 몰려오는 아트페어는 우리 시장의 성장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자본력이 떨어지는 국내 갤러리들의 위축을 불러올 수도 있다”며 “키아프가 프리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져 보이지 않게 콘텐츠를 잘 준비해서 선보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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