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읽는 신간]정보라 작가의 반전 '여자들의 왕'외

2022. 7. 1. 07:5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자들의 왕(정보라 지음, 아작)=환상소설집 ‘저주토끼’로 2022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의 신작 소설집..이번엔 작가가 그간 천착해온 여성주의 판타지 작품들을 모아 엮었다. 소설집을 여는 세 편은 서양 영웅담의 전형인 용감한 기사가 악한 괴물 용을 무찌르고 연약한 공주를 구한다는 설정을 확 뒤집었다. 먼 나라의 어린 왕자와 결혼한 공주가 왕비의 술책에 살해 위협과 정신병자로 몰려 사지로 가게 되자 마법으로 용을 불러내 스스로 탑에 유폐, 구하러 온 기사의 목에 칼을 겨눈다는 이야기로 정보라식 유쾌함과 유머가 돋보인다.‘사막의 빛’은 작가가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한 뒤 쓴 아라비안 나이트를 연상시키는 이색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 폭력적인 종교로 매도되는 이슬람 문화권이 아닌 실크로드 후예들 답게 개방적·포용적인 태도를 지닌 이들의 문화를 살려 전혀 다른 종교와 문화를 가진 어린 소녀의 신비한 여행을 그린다. 표제작 ‘여자들의 왕’은 화끈한 여자들의 관능적 권력투쟁을 그린 작품. ‘어두운 입맞춤’은 흡혈귀 이야기로, 작가는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와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멋대로 적당히 섞어 만들었다고 한다. 정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번 소설집을 ‘남자 죽이는 여자들 이야기’가 아닌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로 읽어주길 기대했다.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김상근 지음, 시공사)=피렌체를 르네상스 예술의 꽃의 도시로만 보는 시각은 피렌체의 본 모습을 놓친 것이다. 김상근 교수가 쓴 성찰하는 인문학 여행기인 이 책은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를 가이드삼아 피렌체가 권력과 욕망이 끊임없이 부딪힌 피의 도시임을 보여준다. 귀족과 귀족이, 귀족과 평민이, 평민과 평민이, 평민과 하층민이 하층민과 하층민이 싸우다가 결국 메디지 가문의 지배를 받게 된 도시가 피렌체다. 곳곳이 피로 물든 위에 수많은 성당과 공방, 수도원, 저택이 아름다운 조각과 그림으로 장식됐다. 저자는 피렌체가 중세 다른 도시들과 다른 특별함으로 귀족들보다 더 큰 평민들의 목소리를 꼽는다.13세기 피렌체의 전통 귀족들은 복수극으로 괴멸되고 이후 유력한 평민들로 불린 직능 조합 출신 평민들이 등장, 이들로 구성된 행정기관이 피렌체를 통치하게 된다. 메디치가 역시 평민 출신으로, 프란체스코 디 비치 데 메디치가 은행 조합에 정식 등록, ‘고귀한 평민 가문’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4년 후엔 그의 동생 조반니가 같은 조합에 가입하는데, 바로 메디치 은행의 창시자다. 저자는 자유야 말로 피렌체의 정신이라고 강조한다. 평민들이 귀족이나 권력자의 지배를 받지 않을 자유를 세상의 어떤 가치보다 더 소중하게 여겼고, 바로 이 점이 권력투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바로 이런 점을 피렌체의 비극으로 봤다. 피렌체 평민들은 귀족과 부유층들을 몰아내고 권력을 독차지하려 했기 때문이다.

▶미식가의 디테일(브렛 워쇼 지음, 제호영 옮김, 윌북)=셰프 전성시대다. ‘요섹남’이라는 말도 유행이다. 그런데 왜 요리사라고 하지 않고 셰프라고 할까? 둘은 다르다. 셰프는 공인된 자격이 있거나 체계적인 훈련울 거쳐 훌륭한 음식을 만드는 동시에 주방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요리사는 아마추어적이며 음식을 만드는 모든 사람을 이른다. 음식 작가이자 편집자인 저자는 식음료와 관련된 비슷한 듯 다른 아리송한 용어의 차이를 찬찬히 설명해준다. 최근 아침식사 대용으로 각광받는 뮈슬리, 그래놀라, 오트밀도 각각 다르다. 뮈슬리는 재료를 한데 섞어 죽처럼 만든 비르허 뮈슬리에서 유래했다.비르허 뮈슬리의 축축함에서 벗어나 생곡류나 구운 곡류, 말린 과일, 견과류 등 건조 혼합물로 구성한게 뮈슬리다. 그래놀라는 곡류와 과일에 식용유지와 함께 꿀, 메이플 시럽, 설탕 같은 감미료를 넣고 구워 뮈슬리 보다 더 달고 바삭바삭하다. 오버나이트 오트밀은 비르허 뮈슬리와 비슷하게 각종 재료를 우유 등에 푹 젖게 만든 것이다. 바비큐와 다른 조리법의 결정적 차이는 연기가 난다는 점, 둘 다 새우지만 슈림프는 집게발이 두 쌍 있고 프론은 집게발이 세 쌍이라는 사실, 겨자씨의 종류와 분쇄도에 따른 머스터드소스의 다른 이름들, 각종 술의 차이 등 평소 알듯 모를듯했던 식재료의 차이와 궁금증을 깔끔하게 해소해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meele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