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채굴에 쓰였던 중고 그래픽카드 주의보

권봉석 기자 2022. 7. 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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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 이력 확인시 보증기간 단축.."지나치게 싼 매물 피해야"

(지디넷코리아=권봉석 기자)그래픽카드 수급난의 주범으로 꼽혔던 암호화폐 채굴이 2018년 이후 4년만에 다시 사양세로 접어들면서 관련 시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금리 상승, 전기요금 인상, 암호화폐 시세 하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더 이상 채굴로 큰 이득을 거두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암호화폐를 채굴했던 중국을 비롯해 전기요금이 비교적 저렴했던 동유럽 등 주요 국가 채굴업자들이 앞다투어 그래픽카드 처분에 나서고 있다.이러한 글로벌 정세는 7월부터 전기요금이 오르는 국내 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암호화폐 채굴의 채산성이 떨어지자 주요 국가 채굴업자들이 그래픽카드 처분에 나서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그러나 암호화폐 채굴 이후 처분되는 그래픽카드를 구입할 경우 보증기간이 1년으로 줄어드는 데다 장시간 구동으로 인한 고장이나 작동오류의 우려가 커 주의가 필요하다.

■ "중국 내 중고 그래픽카드 매물 급증"

미국 IT매체 톰스하드웨어는 최근 "중국 내 중고거래 플랫폼에 암호화폐 채굴 업자와 PC방 업주, 시세 차익을 노렸던 사재기꾼 등이 내놓은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 시리즈 그래픽카드가 대거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포스 RTX 3080 탑재 레퍼런스 그래픽카드. (사진=엔비디아)

예를 들어 지포스 RTX 3080 그래픽카드 가격은 3천500위안(약 68만원)이다. 이는 RTX 3080 발표 당시 엔비디아가 제시했던 권장가격인 699달러(약 90만원)보다 더 저렴한 가격이다.

암호화폐 채굴에 널리 쓰였던 지포스 RTX 3060 Ti 가격은 2천370위안(약 46만원)까지 떨어졌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60~70만원에 팔리는 신제품 대비 20만원 가까이 싸다.

■ 그래픽카드 채굴 전용시 보증기간 1년으로 단축

특히 다음 달부터 전기요금이 4.5%(가정용 기준) 오르는 국내 시장에서도 중고 그래픽카드 거래 건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채굴에 동원된 그래픽카드를 구입할 경우 보증기간이 지나거나 수리를 거부당하는 등 피해를 겪을 가능성이 커 주의가 요구된다.

대부분의 그래픽카드 제조사는 보증기간동안 제품에 문제가 생긴 경우 우선 이를 신제품으로 교체한 다음 고장난 제품을 본사, 또는 생산 시설로 보내 수리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주요 제조사들은 채굴에 동원된 그래픽카드 수리에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다.

현재 국내 유통되는 그래픽카드는 대부분 보증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잡는다. 그러나 암호화폐 채굴에 쓰인 것으로 의심되는 제품은 보증기간을 1년으로 줄인다. 또 방열판 교체나 펌웨어 개조 등으로 제품이 손상되면 수리가 거부될 수도 있다.

■ 냉각팬 고장, 냉납 현상 등 수리해도 재발 우려

보증기간이 지났거나 심하게 손상되어 수리가 거부된 제품은 사설 수리업체에 맡길 수 밖에 없다.

먼지 등으로 냉각팬이 고장났다면 비교적 간단하게 수리를 마칠 수 있고 재발 확률도 낮다. 그러나 그래픽칩셋이나 메모리 등이 기판에 고정되지 않아 생기는 냉납 현상은 일반 소비자가 대처할 수 없다.

그래픽카드 냉납현상 수리를 위한 리볼링 작업. 솔더링을 모두 제거한 후 부품을 다시 기판에 부착한다. (사진=유튜브 Nik Telo)

냉납 현상은 부품에 열을 가해 떼어낸 뒤 기판과 부품을 연결하는 솔더 페이스트를 모두 제거하고 다시 부착하는 일명 '리볼링' 작업으로 해결할 수 있다. 비용은 문제가 생긴 부품 등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8만원에서 10만원 선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 "사용 이력 불분명하고 지나치게 싼 매물 피해야"

많은 소비자들은 채굴에 쓰인 그래픽카드를 새 PC 조립에 써서 차익을 챙기려는 악덕 업자를 경계해야 한다. 이 경우는 일련번호를 통한 생산 시점 조회, 냉각팬이나 방열판 등 먼지 부착 여부 등을 통해 쉽게 중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간의 중고거래에서는 이런 문제를 오히려 가려내기 어렵다. 제품 자체가 중고인데다 그래픽카드 사용 이력을 구매자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암호화폐 채굴 장비 조립을 위해 대기중인 한정판 그래픽카드. (사진=Nguyencongpc.vn 페이스북)

한 모바일 중고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전문 업자가 채굴에 쓴 그래픽카드를 일반 소비자로 가장해 판다고 해도 채굴 여부를 숫자나 표시 장치 등으로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거래시 문제가 생겨도 중고거래 플랫폼이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취재에 응한 국내 주요 그래픽카드 제조사 법인·유통사 관계자들은 "각종 커뮤니티와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중고 그래픽카드, 특히 시세 대비 지나치게 싼 제품은 가급적 사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권봉석 기자(bskwo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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