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평균금리 8년4개월만에 최고치 [한강로 경제브리핑]
한은이 30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5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연 4.14%로 한 달 새 0.09%포인트 높아졌다. 12개월 연속 오름세로, 2014년 1월(4.15%) 이후 8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번 가계대출 평균금리를 끌어올린 건 역시 8년 4개월 만에 최고점을 기록한 신용대출 금리다. 5월 은행권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5.78%로 4월(5.62%)보다 0.16%포인트 올랐다. 특히 소액대출 금리는 한 달 만에 0.54%포인트 급등한 5.61%를 기록했다. 한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전월 수준(3.9%)을 유지했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은행채 등) 지표금리 상승에 따라, 보증대출 금리는 햇살론, 안전망 대출 등 저신용 대출자 비중이 확대되면서 올랐다”면서 “주담대 금리는 은행의 우대금리 확대 등으로 지표금리 상승에도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대출금리도 연 3.60%로 4월(3.45%)보다 0.15%포인트 높아졌다. 2019년 5월(3.67%)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다. 기업·가계대출금리를 모두 반영한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전체 평균 대출금리는 3.68%로, 한 달 새 0.11%포인트 올랐다.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예금) 금리 평균도 연 1.87%에서 2.02%로 전월보다 0.15%포인트 상승했다. 2018년 12월(2.05%) 이후 3년5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기준금리 인상과 일부 은행의 유동성 관리를 위한 고금리 수신 취급 등의 영향으로 예금 금리가 높아졌다.
은행들의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대출 금리-저축성 수신 금리)는 1.66%포인트로 4월보다 0.04%포인트 축소됐다. 하지만 잔액 기준으로는 총수신 금리(1.08%)가 0.07%포인트, 총대출 금리(3.45%)가 0.09%포인트 올라 예대마진(2.37%포인트)이 0.02%포인트 확대됐다. 2014년 10월(2.39%포인트) 이후 7년 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벌어진 것이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이자상환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는 “경제전쟁이라 할 만큼 대내외 상황이 급박하다”며 관계 부처의 신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면 우리 금융시장 역시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환율과 주식시장의 변동성 또한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등 대내외적 요인으로 우리 물가도 급등했다”면서 “당분간은 고물가로 인해 가계 생계비와 기업의 원가 부담이 줄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는 이창용 한은 총재도 참석했다. 독립 기관인 한은 총재가 정부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고 있는 가운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들에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한 가격 인상 요인 흡수를 재차 주문했다.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인한 금리 인상 움직임이 계속되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보험업계에 취약차주 보호를 요청했다.
추 부총리는 30일 한국무역협회가 개최한 ‘제161회 KITA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우리 경제는 고물가 속 경기 둔화 양상이 지속되는 복합 경제위기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기업들도 물가 안정을 위한 노력에 동참할 것을 당부했다.
추 부총리는 “단기적으로는 물가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총력 대응하겠다”면서 “기업도 생산성 향상을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추 부총리는 지난달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도 “각종 비용 상승 요인을 가급적 투자 확대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흡수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주면 감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추 부총리는 기업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규제개혁에 나서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추 부총리는 “규제 혁파, 법인세 정상화 등을 통해 경제정책의 중심을 재정에서 시장·기업으로 이동하는 한편 노동·교육 등 구조개혁을 통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원장은 이날 보험사 최고경영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인 만큼 취약차주를 보호해달라”며 “채무상환 능력 등을 고려해 대출금리가 합리적으로 산출되는지 살피고 보험권에도 도입된 금리인하요구권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안내를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은행권의 지나친 이익 추구를 비판한 데 이어 보험사에도 같은 취지의 당부를 한 것이다. 이 원장은 또 “최근 경제·금융 상황을 고려할 때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므로 금리 급등, 환율 상승 등에 따른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 관리에 힘써달라”면서 “위기 시 재무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보험사의 자본력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30일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 회장과 신한은행 인사담당자 7명은 2013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외부청탁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원·부서장 자녀 명단을 관리하며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합격자 남녀 성비를 3대 1로 인위적으로 조정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조 회장이 신한은행장 재임 시기 특정 지원자 3명의 지원 사실과 인적 사항을 인사부에 알려 채용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일부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1심을 뒤집고 조 회장의 모든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조 회장의 개입으로 부정 합격했다고 본 지원자 3명 중 2명은 정당한 합격 사정 과정을 거쳤을 수 있고 나머지 1명도 관여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채용비리죄나 부정채용죄가 법률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아 현재는 그 보호법익과 피해자를 완전히 달리하는 형법상 업무방해죄라는 죄명으로 채용비리를 다스리고 있다”며 “일반적인 법 감정에 어긋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은 결국 채용비리 자체를 처벌하는 별도 처벌조항이 없거나 채용비리를 규율하는 입법의 미비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며 입법 미비 문제를 지적했다.
조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인사팀 담당자들 다수는 유죄가 확정됐다. 윤승욱 전 신한은행 부행장은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김모 전 인사부장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및 벌금 200만원, 이모 전 인사부장은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날 판결로 ‘법률 리스크(위험)’가 해소됨에 따라 금융계에서는 조 회장의 3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7년 3월 취임한 조 회장은 2020년 12월 연임에 성공한 뒤 내년 3월 두 번째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조 회장 임기 동안 신한금융지주의 연간 순이익은 2017년 2조9188억원에서 2018년 3조1567억원, 지난해 4조193억원 등으로 뚜렷한 성장 곡선을 그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조 회장의 무죄 확정에 대해 “법률가의 한 사람으로서 사법 시스템에 따른 결론에 대해서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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