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

송은애 시인 2022. 7.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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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애 시인

인간이 두 명 이상 모이게 되면 리더가 생기는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사회성을 말하는 것인데 악기도 그렇더라는 것을 느꼈다. 오케스트라나 중창단의 공연을 보면서 느낀 감정인데 국악도 그렇다. 타악기로 구성된 사물놀이도 그랬다. 우연히 지인의 연습장을 가게 됐는데 마침 국악 연습이 있었다. 지인은 평소 소위 꽹과리를 연주했는데 그날은 피리를 연주해보였다. 어떤 행사 사전행사로 피리 연주가 있었는데, 사실 감동을 받았기에 쫑긋 귀가 먼저 달려갔다. 지인은 폐활량을 위해 피리를 잡게 되었다는데 그 자그마한 피리에서 힘찬 소리와 함께 여러 음을 낸다는 것에 내 고정 관념이 깨지기 시작했다. 정밀 단순한 대나무로 만든 피리와 더운 물에서 몸을 푼 리드에서 나는 소리는 아름다웠다. 권유했지만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냥 감탄만 하고 있는데 옆에서 연습이 시작됐다.

모든 악기가 그렇듯 사물이 모두 모여서 연습하는 줄 알았는데 그때는 선생과 제자 단 두 명이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의 고정관념은 사물에서 꽹과리가 모든 소리를 리드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의 고정 관념이 깨지는 두 번째 소리가 요란했다. 두 사제지간이 장구와 꽹과리를 치는데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어지러웠다. 선생은 장구를 치고 제자는 꽹과리를 치길래 갸우뚱하며 소리에 집중하게 되었다. 장구 소리를 따라가는 꽹과리 소리 너무나 신기했다. 장구소리에 맞추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소리의 조화로움이 재미로 다가왔다. 평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장구소리는 꽹과리나 징, 북 소리에 양념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장구가 음악을 리드하다니 새삼 놀라며 고정관념이 깨지는데 가슴이 시원했다. 그렇다. 고정 관념이란 내가 만든 틀 안에 내가 갇히는 일이구나 생각하니 부끄러웠다. 조화로운 세상 아름다운 하모니는 어디에도 있구나! 무릎을 탁치며 일어섰다.

갑자기 김명아 시인의 '흔적'이란 시집이 떠올랐다.

흔적은 한영(韓·英)대역 캘리시집으로, 빈 공간의 여유와 짧은 캘리그라피가 돋보이는 시집이다. 또한 시인은 도자기에 옻칠을 입히면서 24가지 옻빛을 쓰는 명인이다. 옻 색깔의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전문가보다는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는 시인의 그 조화로운 여유와 어울림 덕분에 틀에서 깨어난 듯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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