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게 2차 가해" 박원순 2주기 추도제 두고 갑론을박 [뉴스+]

김건호 2022. 7. 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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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7월 11일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2주기 추모제가 다음 달 서울 조계사와 경남 창녕에서 열린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박 전 시장의 추모제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폭력 피해 논란 박원순 시장, 2기 추모제 열린다

30일 박 전 시장의 지지자 모임인 ‘박원순과의동행’ 등에 따르면 다음 달 9~10일 박 전 시장의 생가와 묘소가 있는 창녕에서 열리는 ‘시민 박원순을 기억하다’는 부제로 열리는 시민추모제에서는 묘소 나무 심기, 시민 성묘 등이 진행된다. 박 전 시장의 생가 앞마당에서 박 전 시장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는 북콘서트 ‘비극의탄생’도 개최된다. 다음 달 9일 서울 조계사에서는 박 전 시장의 유족이 주관하는 추도식도 열린다.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후유증으로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측 인사들의 참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 조계사에서 열린 박 전 시장 1주기 추모식 당시에도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박원순계 인사들과 일반 시민 등 150여명이 참석한 바 있다.

앞서 검찰은 성추행 의혹으로 고소된 박 전 시장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보고 불기소 처분을 내려 사건을 종결했다. 지난해 7월 전 비서 A씨로부터 강제추행,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피소된 지 하루 만에 박 전 시장이 숨진 채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당시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추악한 진실이 밝혀질 위기에 처할 때 극단적 선택으로 덮어버리는 흐름이 계속되는 건 대단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냈다.

지난 2021년 3월 1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측은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이 벌어지자 피해자에 대해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하며 논란을 키웠다. 여권신장과 성인지 감수성, 피해자 중심주의를 주장하던 민주당 측 인사들이 비서 A씨를 성폭력 피해자가 아닌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하며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해 1월 ‘피해호소인’ 용어 사용을 주도한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박원순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 발표 이후 “피해자에게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해 정치권이 피해자의 피해를 부정하는 듯한 오해와 불신을 낳게 했다. 저의 짧은 생각으로 피해자가 더 큰 상처를 입게 됐다”며 피해자에게 사과한 바 있다. 당시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같은당 고민정 의원도 “저의 잘못된 생각으로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박영선 당시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지난 1월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비서 A씨는 김잔디라는 가명으로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지난 1월 2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사실과 2차 가해의 실상, 상처를 극복한 과정을 담은 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여전히 2차 피해 논란에도 강행되는 박원순 추모제

여전히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박 전 시장의 추모제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의 실명을 공개한 사건과 관련해 재판이 다수 진행 중이다. 박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민웅 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8월19일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그는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지만, 공개의 고의성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교수에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김 전 교수는 지난 2020년 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원순 시장 비서의 손편지’라며 성추행 피해자 A씨가 박 전 시장에게 쓴 생일 축하 편지 등 자필 편지 3통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에는 피해자의 실명이 지워지지 않아 실명이 노출됐고, 김 전 교수는 이를 삭제하고 ‘실명 노출은 고의가 아니었다’며 사과문을 올린 바 있다.

그뿐만 아니다. 박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신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40대 주부도 최모씨는 이날 2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녀는 2020년 8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 기획 미투 여비서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피해자의 이름과 근무지를 공개한 혐의를 받았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이름을 바꾸는 등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용서를 구하면서 반성하는 것으로 보이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021년 7월 9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1주기 추모제가 열린 종로구 조계사에서 부인 강난희 씨가 추모객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박 전 시장의 죽임 이후에도 피해자는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박 전 시장의 추모제를 앞두고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은 지난해 1주기 추모제 당시에도 불거진 바 있다.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는 289개 단체로 구성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은 지난해 박 전 시장 1주기 추모제 당시 성명을 내고 “여전히 피해자의 일상으로의 복귀는 요원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피해자는 추모라는 이름으로 사건을 왜곡하고 은폐하려는 시도, 피해자인지 피해호소인인지 논해보라던 언론사 신입사원 채용 논술시험, 피해자 개인정보 유출·유포 등 2차 피해를 겪어야 했다”며 “1년 전 피해자가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권력형 성범죄에 맞선 것처럼, 오늘 우리는 새로운 1년을 시작하며 또 한 걸음 나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시장 사건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여전히 피해자의 신상을 공개한 피의자들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등 2차 가해가 논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추모제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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