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부족' 택시기사 고령화에 안전 우려.. "자격유지 심사 강화해야"
전문가 "고령층 기사 대상 자격유지 심사 절차 강화 필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거리두기는 해제됐지만, 지난 2년 동안 매출 감소로 택시업계를 떠난 기사들의 빈자리는 여전하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배달라이더 등으로 이직한 택시기사들이 택시업계에 돌아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빈자리를 고령 기사들이 채우면서 사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기사 수 부족에 따른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주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에 대해선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층 기사가 운전에 필요한 인지·판단 능력이 젊은 기사에 비해 저하된 만큼 운전 능력을 점검할 수 있는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일 국토교통부(국토부) ‘택시운송사업 연령별 종사자 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택시기사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50대 개인·법인 택시기사는 10만1055명에서 6만3221명으로 37.4% 감소했다. 같은 기간 40대 기사는 2만8037명에서 1만3914명으로 50.4% 줄었다. 반면 70대 이상 기사는 2만4168명에서 3만7337명으로 54.5% 증가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70대 이상 기사에는 90대의 초고령 택시 기사도 포함돼 있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확산 기간 택시업계 매출이 감소해 상당수 기사가 다른 업종으로 이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기사 A씨는 “코로나 기간 동안 생계가 어려워진 기사들이 배달업계로 많이 떠났다”며 “현재는 주행을 한창 할 시간임에도 차고지에 택시가 절반 이상 남아있는 일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택시를 몰 인력이 없다 보니 고령층 기사들이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고령층 기사가 모는 택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최모(32)씨는 “지난달 초 80대 이상으로 보이는 기사의 택시에 탑승했는데 브레이크를 밟을 때 10여 차례나 끊어 밟거나 급발진, 급정거를 지속해 상당히 불안했다”며 “인력 부족으로 고령 택시기사가 활동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공감하지만 승객의 안전이 달린 문제인 만큼 자격 발급에 연령 상한선을 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모(32)씨도 “지난달 고령의 택시기사가 운전하는 택시에 탔는데 핸들을 잡은 손이 계속 떨리는 모습이 보였고 갑자기 급발진하는 등 운전이 섬세하지 못한 것을 느꼈다”면서 “사고의 위험성이 있는 만큼 택시기사의 연령대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령 기사의 운전 능력이 젊은 기사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보통 운전시 인지·판단·조작 능력이 요구된다”며 “인지는 위험한 상황을 시각이나 청각으로 알아채는 것, 판단은 어떻게 후속 조치 해야 할지 정하는 것, 조작은 판단을 실행에 옮기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인의 경우에는 감각 기관의 기능 저하로 이 모든 능력이 젊은 연령대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기에 운전할 때 위험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는 만 65세 이상부터 만 70세 미만인 운전자를 대상으로 3년에 1번, 만 70세 이상인 운전자를 대상으로는 1년에 1번 자격유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자격유지 검사는 화면에 뜨는 신호등이나 도로, 표지판 등을 보고 최단거리를 찾거나 적절한 때에 반응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박 교수는 “현재 자격유지 심사가 컴퓨터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만큼 실제 운전 상황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심사를 실습 위주로 진행하고 운전에 필요한 능력이 현격히 저하된 기사는 영업용 택시 운전을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스웨덴을 비롯한 교통 선진국은 고령 기사에게는 일몰 전에만 운전을 가능하게 한다던가 거주지에서 일정거리가 떨어진 곳에서만 운전을 허가하는 ‘조건부 운전면허’를 발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공학과 교수도 “현재 인력이 부족한 만큼 고령 택시기사들이 운전대를 놓게 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면서도 “승객의 안전을 위해 자격유지 심사 절차를 강화해 운전 능력이 충분히 갖춰진 기사에 한해서만 자격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내부에서도 자격유지 심사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보완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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