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비서실장 사퇴, '윤심' 반영됐나.. 극단 치닫는 국민의힘 내홍
尹 요청에 실장직.. 李와 가교역할
"尹 의중이 실린 것" 분석 힘 받아
李, 7일 윤리위 심의서 중징계 관측
고립 가속화.. 자진사퇴 압박 해석
李 "감당 못할 방향으로 달리면 돼"
警, 李 성상납 의혹 김성진 대표 조사
박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저는 일신상의 이유로 당대표 비서실장직을 사임했다”며 “그동안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말 당대표 비서실장직을 맡은 지 3개월 만이다. 정치권에선 박 의원이 윤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만큼 그의 사퇴에 ‘윤심’(尹心: 윤 대통령 의중)이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친윤 세력과 갈등을 이어 가고, 성상납 및 증거인멸교사 의혹으로 거취가 불안정한 이 대표와 ‘거리 두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박 의원이 비서실장직을 수행하며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창구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앞서 박 의원은 이 대표의 비서실장직 제안을 고사하다가,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전화를 걸어 수락을 요청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2014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로 대구고검에 좌천됐을 때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의 대표적인 정적인 안철수 의원이 친윤 그룹의 대오에 합류하는 듯한 행보를 취하면서 당내 ‘대(對)이준석’ 압박 수위는 더 높아졌다. 안 의원이 장 의원 주도의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참석하고, 장 의원은 안 의원 자리를 1열에 배치하는 등 대우한 게 대표 사례다. 안 의원은 당정 연계 토론모임을 띄우며 당내 세력화에도 나선다. 설상가상으로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윤리위 기류도 심상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우군이 없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중징계 조치를 받을 경우 당대표직 임기를 채우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복잡하게 생각하나. 모두 달리면 되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라는 글을 올리며 당내 개혁을 통해 당 장악력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맥스터 현장을 시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저는 아무리 이런 것들이, 계속 정치적 사안이 발생해도 개혁의 동력은 이어 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페이스북 글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특히 당이나 정부의 지지율 추세 같은 것들도 최근 부침을 겪고 있는 걸로 보인다”며 “이걸 돌파할 방법은 작년 이맘때처럼 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개혁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권력을 잡았다고 자리 다툼하는 것처럼, 내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 당이 가서는 안 될 길”이라며 이 대표의 거취와 상관없이 혁신위 활동을 이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이 대표에게 성상납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수감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접견 조사를 진행했다. 김 대표는 “2013년 7월11일과 8월15일 대전 유성구에서 두 차례의 성상납을 한 것을 포함해 2016년까지 총 20회 이상 이 대표를 접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경찰 조사에서) 나오는 얘기들이 100% 사실에 입각한 얘기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병관·백준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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