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82%가 변동금리.. 한 총리 "경제전쟁 상황"
저신용 대출 비중 늘어 신용금리 급등 탓
정부, 가계이자 상환 부담 신속 대응 나서
한은 총재, 이례적 국정현안점검회의 참석
한은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 분석
전월 80.8% 대비 1.8%P 늘어나
8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 기록
5% 이상 고금리 대출 비중 11.1%
2013년 9월 이후 최고.. 우려 커
은행권, 금리인하 방안 검토 나서
금리 인상에 경기침체 우려 나와
"금융시장 긴장돼도 잘 헤쳐갈 것"
美주택가격, 대출금리 올라 '주춤'
1분기 성장률 확정치 -1.6% 기록
한은이 30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5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연 4.14%로 한 달 새 0.09%포인트 높아졌다. 12개월 연속 오름세로, 2014년 1월(4.15%) 이후 8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번 가계대출 평균금리를 끌어올린 건 역시 8년 4개월 만에 최고점을 기록한 신용대출 금리다. 5월 은행권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는 5.78%로 4월(5.62%)보다 0.16%포인트 올랐다. 특히 소액대출 금리는 한 달 만에 0.54%포인트 급등한 5.61%를 기록했다. 한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전월 수준(3.9%)을 유지했다.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예금) 금리 평균도 연 1.87%에서 2.02%로 전월보다 0.15%포인트 상승했다. 2018년 12월(2.05%) 이후 3년5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기준금리 인상과 일부 은행의 유동성 관리를 위한 고금리 수신 취급 등의 영향으로 예금 금리가 높아졌다.
은행들의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대출 금리-저축성 수신 금리)는 1.66%포인트로 4월보다 0.04%포인트 축소됐다. 하지만 잔액 기준으로는 총수신 금리(1.08%)가 0.07%포인트, 총대출 금리(3.45%)가 0.09%포인트 올라 예대마진(2.37%포인트)이 0.02%포인트 확대됐다. 2014년 10월(2.39%포인트) 이후 7년 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벌어진 것이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이자상환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는 “경제전쟁이라 할 만큼 대내외 상황이 급박하다”며 관계 부처의 신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대출 받기 무섭네… 최근 서울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 안내문이 걸려 있는 곳을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한국은행의 30일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발표에 따르면 5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연 4.14%로 2014년 1월 이후 8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전례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허정호 선임기자 |
가계대출 금리가 급등하는 가운데 변동금리의 비중이 오히려 증가하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40여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폭을 키우고, 간격도 좁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시중금리에 반영되며 ‘이자 폭탄’에 대한 경고가 커지는 이유다. 대출자 10명 중 1명 이상이 5%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은 점도 경고음을 키우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를 살펴보면 예금은행의 올해 5월 신규 취급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82.6%로 전월(80.8%) 대비 1.8%포인트 더 커졌다. 2014년 1월(85.5%) 이후 8년4개월 만에 가장 높다. 금리 인상이 한창임에도 변동금리 비중이 오히려 증가한 셈이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이와 관련해 “미래 불확실성 때문에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일반적으로 더 높은데, 최근 격차가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고정금리 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금융공사의 정책모기지 취급 비중이 소폭 축소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이후 한국은행의 사상 첫 빅스텝(〃0.5%포인트 〃)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리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해 7월부터 총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한 대출자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이 확대됨에 따라 올 하반기에도 가계대출 감소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업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은행들은 금리를 낮추고 한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농협은행은 1일부터 전세자금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를 0.1∼0.2%포인트 올릴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신용등급 1∼8등급 고객에게만 적용하던 가감조정 금리를 9∼10등급에도 확대해 금리 상단을 낮췄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금리 인하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맞서기 위해 경기후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29일(현지시간) 포르투갈에서 진행 중인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 참석해 연준이 한번에 0.7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제기된 경기침체 우려에 대해 “우리가 너무 나가서 위험이 존재한다? 물론 위험은 있다”며 “그러나 그것이 더 큰 위험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더 큰 실수는 물가 안정성 회복에 실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끌어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데 이어 향후 0.5%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추가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와 연준은 경기침체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는 상황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도 “미국 경제는 여전히 강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금융 시장이 긴장되더라도 경기침체를 피하며 잘 헤쳐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의 불똥은 미국의 주택시장으로 튀었다.
한편 미국의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분기 성장률 확정치가 -1.6%로 지난달 공개된 잠정치 -1.5%에서 0.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고 이날 밝혔다.
미국 분기별 성장률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1∼2분기 이후 처음으로, 여섯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에 마침표를 찍었다.
유지혜·김준영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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