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외교 데뷔전 마친 尹.. 나토 순방 성과와 과제는
한·미·일 공동훈련은 점진 검토키로
尹·기시다 나토회의서 4차례 대화
"참모·부처, 얼마나 마음 열지에 달려"
자유진영 협력 강화.. 경제보복 등 우려
中 관영매체 "지역대립·갈등 악화될 것"
"폴란드와 韓 방산 수출 논의.. 곧 진전"
◆“북핵 대응”… 한·미·일, 안보협력 복원
이번 순방의 가장 큰 성과는 4년9개월 만에 재개된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3개국의 북핵 대응 협력 의지를 확인한 점이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3개국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대응 공조에 한목소리를 내며 안보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한·일 ‘톱다운 방식’ 관계 개선 기대감
일본 매체는 이와 관련, 나토 정상회의 계기에 이뤄진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첫 만남에 대해 대체로 “관계 개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나 갈 길은 험하다”는 평가를 했다. 양국은 오는 10일 일본 참의원 선거 이후 과거사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도하며 관계 회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주의 가치규범을 공유하는 국가와 지역 테두리를 넘어 협력하겠다는 구상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의 글로벌 안보질서에서 한 지역 문제가 그 지역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국제사회가 공동 대처해야만 풀어 갈 수 있다”는 발언을 반복해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과거 안보에 국한됐던 한·미동맹을 경제·기술 협력을 총망라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시켰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여는 이러한 한·미 가치동맹을 유럽 무대로 넓히는 시도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은 이를 위해 이번 순방 기간 새로운 한·나토 협력 프로그램 체결에 대해 논의했다. 2006년 시작된 한국·나토 협력 의제를 반도체, 원전 건설을 포함한 ‘신흥 안보협력’ 강화 등으로 대폭 확대하자는 취지다. 한국은 올해 하반기 벨기에 브뤼셀에 주나토 대표부도 신설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나토 내 군사안보 협력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커지고, 나토 조달청이 추진하는 방산산업에도 우리 기업의 입찰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중국 외교는 새로운 도전 과제로 남겨졌다. 중국이 반발하고 있어서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같은 경제 보복 등도 우려된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앞으로 나토 관련 동향(아태 국가들과 연계)을 예의 주시하고,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상황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에 대해 “아시아의 평화에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며 “미국 주도의 나토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인도하는 것은 경제 및 안보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고, 지역적 대립과 갈등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경제안보’와 ‘정상 간 세일즈 외교’는 이번 나토 순방의 주요 축으로 꼽힌다. 가치 연대 강화가 한 축이라면 반도체, 원전 건설, 신재생에너지 등 유럽연합(EU)과의 경제협력은 윤 대통령이 힘을 쏟은 또 다른 주요 축이다. 이를 위해 3박5일간 폴란드, 네덜란드, 덴마크, 영국, 체코 등 10개국과 일정을 쪼개서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방위산업과 원전에 대한 정상 세일즈 외교에 중점을 뒀다”며 “방산과 원전부터 시작하지만 향후 5년 동안 그 리스트가 추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폴란드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양국 간 방산협력이 심도 있게 논의됐는데, 실질적 진전이 있을 것”이라며 “이번 정상 세일즈 외교의 첫 번째 성과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미국, EU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가속하는 중국의 대안 시장으로 EU를 꼽으면서 원전, 방산, 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세일즈 외교’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 아태 4개국 회동을 마친 직후 “정치, 군사적 안보에서 공급망을 포함한 경제안보 등 포괄적으로 안보 개념이 바뀌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이런 인식을 더욱 확장했다”고 말했다.
마드리드=이현미 기자, 베이징·도쿄=이귀전·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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