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오모테나시와 텃세방지법

2022. 7. 1.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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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한 데 이어 일본을 찾았다.

당시 일부 언론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부인이 보여준 '오모테나시(御持て成し)'에 주목했다.

일본에 오모테나시 문화가 있다면 우리에겐 정(情) 문화가 있다.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오모테나시를 강조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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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방문한 데 이어 일본을 찾았다. 당시 일부 언론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부인이 보여준 ‘오모테나시(御持て成し)’에 주목했다. 오모테나시란 고객에게 마음을 다해 환대한다는 뜻인 모테나스(もてなす)의 경어(敬語)다. 진심을 담은 극진한 접대, 최고의 환대를 의미한다. 일본은 2020 도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오모테나시를 키워드로 삼고 도쿄가 관광객들에게 안전하고 매력적인 도시라는 점을 내세워 주목받았다.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지방창생 정책에서도 오모테나시가 활용되는 건 흥미롭다. 일본은 ‘지방과 연계 강화로 지방으로 인구 흐름을 만든다’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오모테나시 문화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구체적으로 지방 이주·정착과 관계인구 확대 시책에서다.

우리나라는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청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조성사업이나 중소벤처기업부의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농림축산식품부의 청년농 육성 등이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21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저출산 예산의 61%가 청년층에 집중됐다. 지방자치단체도 청년층 이주와 체류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한달 살기나 귀농·귀촌 체험활동 등을 통해 체류를 경험하고 이후 지방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도시로 유턴하는 사례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갈등이나 주민들의 배타적인 태도가 주요인 가운데 하나다.

경북 의성에서 한 청년을 만났다. 그는 한달 살기 프로그램을 마치고 요가 자격증을 활용해 의성에서 창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거주할 집을 찾는 과정에서 빈집이 있음에도 거래하지 않으려는 주민들을 보고 결국 창업을 접었다고 했다. 문경에서 놀리는 공간을 활용해 창업, 단단한 지역 브랜드를 만든 청년들은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창업하려고 유휴시설을 탐색할 때 친절하지 않는 지자체와 주민들 때문에 여러 시·군을 전전해야 했다. 그러다 찾은 곳이 문경이었다.

충남 서천에서 청년마을을 운영하는 청년은 “‘텃세방지법’ 같은 법률적 보호장치를 만들어 청년이 사업하다 주민 반대로 쫓겨나는 일이 없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지방의 인구감소로 소멸 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접한 이야기들은 의아했다.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인구유출이 이뤄지다보니 위기의식이 낮아졌을 수 있다. 단순히 세대간 문화적 차이에 따른 갈등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방소멸은 현재 진행형인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최근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 제정됨에 따라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대책과 지원이 확대될 전망이다. 8월에는 올해 처음으로 실행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지역별 배분 금액이 확정된다. 지방소멸 대책이나 지원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지방 상황과 청년들의 가치에 대한 지역주민의 이해도를 높이는 조치가 필수적이다.

일본에 오모테나시 문화가 있다면 우리에겐 정(情) 문화가 있다.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오모테나시를 강조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도 지방을 새로운 인생 공간으로 삼으려는 청년들에게 지역주민들이 진심 어린 배려와 친절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지방에 이주·정착하고자 희망하는 청년들도 지역사회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를 이해하고 거기에 스며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역주민과 새로 유입된 청년들이 끈끈한 정으로 이어질 때 지속가능한 공동체 형성과 지방소멸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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