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밥 먹자는 핑계로 한번 더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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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가 밥 먹자고 하면 기다리는 사람이다.
왜 사람들은 언제 한번 밥 먹자는 말을 쏟아내는가.
밥보다 술은 얼마간의 무게를 얹게 마련인데 그렇게 말하던 사람들은 소식이 없거나 다시 만나는 일이 있다 해도 그 말을 영 잊은 듯하다.
그러니까 나는 밥 먹자고 말하면 그걸 행동으로 지켜야 한다고 믿는 옛날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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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가 밥 먹자고 하면 기다리는 사람이다. “언제?”라고 묻고도 싶지만, 그 언제가 곧 오겠지 믿는 사람이다.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식 밖의 사람이 되어버린 건가. 왜 사람들은 언제 한번 밥 먹자는 말을 쏟아내는가. 왜 빈말일 뿐인 죽은 말을 너도나도 늘어놓아서 사람을 어지럽히는가.
김경미 시조시인의 시를 읽다가 인간사에는 온기 있는 말이 있기 마련이고 사람들은 그 말에 여러 방식으로 행복해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그 말이 며칠 나를 붙들어 매줄 때가 있다. 밥 먹을 자리가 마련된다면 밥만 열심히 먹지는 않으리라 맘을 먹게도 되는 인사.
언제 한번 술 마시자는 말도 듣는다. 밥보다 술은 얼마간의 무게를 얹게 마련인데 그렇게 말하던 사람들은 소식이 없거나 다시 만나는 일이 있다 해도 그 말을 영 잊은 듯하다.
외국인을 만날 때도 두어번 인연이 되어 스치는 사람에게 몇번 밥 먹었냐는, 식사는 했냐는 인사를 건넨 적이 있다. 그런 인사는 아주 사적인 질문이라 낯설기도 할 터인데 그 인사법을 좋아해주는 사람에게 고마워했던 적이 있다.
나는 빵집에 가면 늘 단팥빵을 고른다. 즐겨 먹는 편이 아닌데 누군가를 챙길 일이 생기면 항상 단팥빵이다. 누구는 그랬다. 그렇게 많은 빵 가운데서 단팥빵을 고르는 건 나이 때문인 것 같다고. 단팥빵을 건네는 내 얼굴이 붉어졌지만, 단팥빵으로 감사히 끼니를 대신한 적이 몇번 있었으니 아무래도 그 영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나는 밥 먹자고 말하면 그걸 행동으로 지켜야 한다고 믿는 옛날 사람이다.
이병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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